엊그저께 딸아이 담임샘과 컨퍼런스를 가졌다.
일년 4학기 중 첫 번째 쿼터를 마친 후 리포트 카드 상담은 항상 학교 담임샘과 직접 미팅을 해서 이뤄진다.
자리에 앉고 간단한 인삿말을 주고받은 후 선생님이 얼마전 치뤘던 수학시험 결과에 대해 얘기를 하셨다.
우린 컨퍼런스의 거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간 말씀을 많이 하셔서인지 담임샘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게 변해있었다.
약간 흥분한 듯 하신 말씀이 딸애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수학을 만점 받았다는 것이었다.
치뤘던 수학 시험은 아직 학교 교과중에 다루지 않은 내용이 많았고
평균점수가 50점을 밑도는 상황인지라 딸애 결과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셨다.
물론 한국 학생들이 준비하는 경시대회나 영재원 수준의 문제에는 한참 못미치는 난이도였겠지만
16년간의 교편생활 중 치뤘던 테스트 중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은 딸애가 처음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께선 너무 놀라 교장샘을 만나 얘기를 하셨다고 하시면서 교장샘과 함께 나눈 의견을 제안하셨다.
스페셜 교육을 전공하신 다른 선생님 한 분이 수학실력이 탑인 애들을 몇명 따로 지도할 계획이신데
거기에 딸애를 보내도 되겠냐는 말씀이셨다.
다만 수업시간중에 이뤄질 수도 있어서 정규 수업을 미스할 수도 있다는것이 맹점이었지만
한국 학교식으로 생각하면 일종의 영재반 교육이 되는 셈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딸 애 학교는 뉴욕주에 있는 공립학교이다.
일부 사립학교는 학업 성취가 뛰어나고 우수한 아이들의 월반이 교장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는 반면
여기(공립학교)서는 절대 학년을 스킵할 수 없는걸로 알고 있다.
현 미공립학교 교육(초등과 중등과정)은 2001년 조지부시 전대통령에 의해 제안되고 그 다음해에 입법화된
" No Child Left Behind" 법령이 모든걸 말해준다.
교육의 High-Standard를 정하고 표준화된 테스트에 의거하여
학생들간에 실력차를 줄이는것이 그 목표라고 하지만
사실은 평균이하의 아이들을 평균으로 끌어 올리려고 하는 노력이 대세라고 볼 수 있다.
인근지역의 교사였던 친구는 영재학급 내지 우수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얻기위해
동료교사들과 함께 학교 보드회와 수차례 논쟁 아니 투쟁을 벌였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 반면 미국 교실환경을 직접 경험해 보고
또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알게되면 알게 될수록 나의 놀라움은 커졌다.
학부모나 선생님들의 인식에선 특수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교실에선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에겐 개인 Aide가 지원되고
ADHD증상이나 ADD가 있는 아이들(좀 증상이 심하면서 학업성취도 떨어질 경우)도 역시
특수교육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아이의 증상에 따라 Aide한명이 두 명의 아이들을 케어할 수도 있고 한명을 케어할 수도 있다.
에이드가 하는 일은 아이의 행동이나 인지 능력, 또는 언어발달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인데
좀 놀라운것은 그것 외에도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반응까지도 다 기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내가 스튜던트 티칭을 나갔던 클래스의 아이가
좀 이상한 반응(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컨디션이 예전같지 않았다)을 보이길래 에이드에게 물었더니..
새로운 약으로 바꿨는데 그걸로 인해 나타나는 일종의 싸이드 반응이라고 했다.
그 순간.. 내 맘이 찢어질 듯이 너무 아파왔다.
그 아이가 새로운 약물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극한 생각과 함께
약물복용으로 인한 긍정적 측면들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그 아이는 킨더를 마치고 뉴욕주에서 치뤄지는 리딩테스트 스탠다드에서
놀랍게도 학급에서 가장 높은 리딩능력을 나타내었다.
영리한 아이였다.
하지만 Sound-Sensitive를 지닌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였다.
올해는 예산 삭감 그리고 적지않은 교사들의 포지션 컷등으로 인해
일반 학급의 수가 25명 안팎으로 비교적 학급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잇다.
재정상태가 훨씬 좋지않은 캘리포니아 주 같은 경우 한 반이 40명을 넘어서는 곳도 있고
남미계인들이나 이민자가 많은 지역의 ESL 클래스는 6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미국교육의 현실인것이다.
이런 환경이다보니 좋은 학군을 형성하면서 주변 집값까지도 움직여 놓는다는
미국내에서의 한인들의 움직임을 좋지않은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도 스페셜 교육에 대한 지원은 멈추지도 축소되지도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나 프로그램 부재를 보면서
거의 모든 교육적 지원과 관심의 촉수가
해피미디엄을 만들기 위한 쪽으로만 편중되어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립 학교가 해줄 수 없는 자녀의 학업에 대한 욕구충족, 아니 부모들의 기대 충족을 위해
가정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미국에선 홈스쿨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도 모르겠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브레이크 없는 엄마의 이기심은 80/20 의 원리를 떠올린다.
빌프레도 파레트라는 이태리 경제학자가
자기 나라의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80/20 이라는 이 용어는
이후에 미국의 주란박사에 의해 Pareto's Principal로 다시 정의되면서 좀 더 보편적인 원리로 설명이 되었다.
"Vital Few, Trivial Many" - 20%의 무언가가 항상 나머지 80%를 책임지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는 원리이다.
즉 작업환경에서 보이는 20%의 결함은 80%의 문제점에서 기인하고
세일즈에서의 80%의 이익 창출은 20%의 다른 세일즈 스태프에서 이뤄지고
집을 차지하고 있는 80%의 스터프중 활용되는 것은 20%밖에 없다라는등등의 원리인데
주변을 돌아보니 맞는 얘기인 듯 하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길 하면서 자녀가 상위 20%에 들었으면 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듯 하다.
상위 4%가 1등급인 고등 학교 입시현실에서도 우리는 상위 1%에 너무 친숙하고
1%도 부족한 나머지 0.1%의 최고 상위를 만들려고 너무 부단한 노력들을 하는 듯 하다.
얼마전 너무 쉬웠던 수능에 대해 변별력이 없었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동점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고심인 기사를 읽었다.
외국어 1등급 컷이 98점이란 얘기에 (대체 만점이 몇명이란 말인가?)
3점 어법 문제를 하나 틀린 경우는 2등급으로 한없이 추락하는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있다는 설대의 경우도
400점 만점에 경영이나 의예와 같은 인기학과는 395-396점을 맞아야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전과목이 거의 만점이거나 겨우 1-2개정도의 실수만 용납되는 수준인것이다.
너무나도 쉬워버린 수능문제들을 보면서
새로울 내용도 아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아이들의 12년 공부를(아니 대부분 더 이상이 될 수도)
그렇게 밖에 평가내릴 수 없는 현 입시제도가 너무 서글프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심성이 곧고 바른 인격체를 갖추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있지만
열심히 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마시멜로 효과는 다른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손에 쥐고 있는 달콤한 마시멜로의 향내를 참고 기다린 아이들에겐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삼켜버린 애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쩜 한국도 보이지 않는 No Child Left Behind 라는 핏치아래
교육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면서
교육에 대한 평균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
그런 씁쓸한 현실이 자꾸 반복되는 건 아닌가 싶다.
해피미디엄이 많아지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해피미디엄에서만 만족할 부모들은 그리 많을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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