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 뺄셈을 좀 빨리 할 줄 안다고 수학 경시대회 나가라."
그렇게 설명하면 내 인생이 딱 들어맞습니다.
내가 영어를 좀 잘 쫑알거린다고 영어학자 되라고 종용 받은 내 인생이요.
그러나 언어를 잘 말하는 것과 언어학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를 잘 말하는 것은 타고난 언변 때문이고 -우리말도 잘 떠드는 거 보소-
영어학자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노력과 훈련을 요하는 과정입니다.
타고난 언변이 있는 자가 말 배우기를 하면 효과가 배가 됩니다.
말 잘하는 나는 학문 쪽이 아니라 다른 길 갔으면 훨씬 능력을 펼쳤을 지도...
하는 상상을 종종합니다. 뭐, 물 건너 간 일이지만.
나의 문제는 학문의 길을 가라니까 그냥 간 겁니다.
험난한 세상에서 억세지지 말고 곱게 교수되라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양육자 때문에요.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 도대체 공부가 재미없는 겁니다.
젊은 교수들의 경쟁심으로 바로 발표된 신논문 마구 읽혀대는데 뭔 소린지,
이 걸 왜 해야하는지, 이거 하고나면 나한테 생기는 게 뭔지, 도통 모르겠어요.
대학원에서 전 꼴찌였습니다. 억지로 박사는 했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못 이루었습니다.
자식 얘기로 화제 바꿉니다.
첼로 가르쳐서 다리 사이에 악기 끼고 연주 모습 상상 - 꽝!
피아노 연주회 쫓아다니며 꽃다발 줬으나 피아노 연주 가끔? -꽝!
자동차 좋아하길래 자동차 디자이너 되는 상상 - 꽝!
수학 연산 기똥차게 잘 하길래 이과 가는 계획 - 꽝!
모든 건물, 자동차, 집 등을 3D 입체로 그리길래 혹시 건축가 - 꽝!
태권도 포함 별의별 운동 다 가르쳤으나 대표선수?- 꽝!
목 터져라 책 읽어주고 엄마 아빠 늘 책 읽는데 리딩점수? -꽝!
입시가 내년인데 이제서야 자식의 재능을 발견했으니 언어습득능력.
외국어를 영어 포함 3가지 하는데 모두 성적이 좋네요.
언어습득 경험을 살려 자식 언어학자 만들어? 이거 뭐냐 어디서 듣던 소리네?
나는 또 내 부모처럼 우를 범합니다. 그러나,
딱 하나, 아주 딱 하나 다른 점: 아이가 언어학을 하고 싶답니다.
언어학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고, 가끔씩 주어지는 번역 좀 해보더니,
엄마랑 언어와 문화 등에 관한 토론 종종 하더니.
자동차 디자이너도, 건축가도 아닌 언어학, 그 돈 안되는 인문학.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의 재능이고 그래서 노력하고픈 길이기를 소원할 뿐입니다.
(모기만한 소리로...) 아들아, 대학 가서 전공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단다.
꼭 밥벌이 어려운 언어학을 해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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