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주의력 조절계: 정신의 교향악단을 지휘한다.
2. 기억계: 정보를 저장하고 끄집어낸다.
3. 언어예: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다스린다.
4. 순서 정렬계: 시간의 질서를 파악한다.
5. 공간 정렬계: 공간의 질서를 파악한다.
6. 운동계: 뇌와 근육의 현란한 협주
7. 고등사고계: 생각을 생각한다.
8. 사회적 사고계: 친구를 사귄다.
멜 레빈이 분류한 8가지 뇌기능중, 주의력 조절계, 언어계, 사회적 사고계, 순서 정렬, 공간 정렬에 이어서 기억계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단기 기억 2. 능동 기억 3. 장기 기억 단기기억은 새로운 정보를 약 2초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동안 머리에 담아두는 기억인 반면, 장기기억은 지식을 거의 영원히 담아두는 창고로 일종의 우리 몸의 하드 드라이브에 해당이 됩니다. 능동기억은 지금 막 행동에 옮기려고 마음에 담아둔 여러가지 요소들을 일시적으로 저장해두는 기억입니다. (컴퓨터의 RAM역할) 이중 능동기억이 좀 낯선 개념일까요? 예를 들면, 요리를 하기전에 레시피를 읽고 그 순서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실행할때 필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운전을 할때 그 순서를 기억한다던가, 운동경기를 할때 그 순서를 기억하는데도 능동기억이 필요합니다. 저는 능동기억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서 새롭게 뭔가 배울때 남들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단 많은 반복을 통해 능동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큰 어려움없이 그 일을 수행하는 편이죠. 겉보기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형, 혹은 늦된 사람인가보다 하지만 제 뇌안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먼저 단기기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큰애가 2돌이 갓 지났을때 주기도문을 혼자 외운적이 있어 동영상으로 찍어두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가 어찌 이리 기억력이 좋을까 하고 영재를 낳았나 보다 하고 좋아하기도 했죠. (초보엄마라면 다 겪는 일! ^^;;) 그런데 둘째는 2돌이 아니라 5돌이 지나도 여전히 주기도문을 외우지 못합니다. 게다가 둘째는 그날 나들이를 다녀오면 자기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정확하게 그 명칭을 기억도 못하고, 책을 읽어줘도 종종 건성으로 듣거나 엉뚱한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둘째는 비교적 주의력이 좋은 타입인데 왜 이렇게 애가 멍해지는 경우가 많은지 이해가 안갔는데, 단기기억 파트를 읽으면서 비로소 아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단기기억력이 좋지 않아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때 어려움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유치원에서 혼자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가 자기가 받아들인 지식을 재구성(paraphrasing)하는 것으로, 자신이 받아들인 지식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꿔말하기를 하며 기억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보상행동인 것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부모가 아이한테 그날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말하도록 하거나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을 재구성해서 말하도록 유도하면 아이는 재구성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더불어 단기기억을 증진시키는 이득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단기기억과 관련해서 살펴볼 부분은, 아이가 정보를 받아들일때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즉, 시각적 정보 처리에 빠른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청각적 정보 처리에 빠른 아이가 있습니다. 관찰력이 부족한 저같은 사람은 시각적 이미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로 재구성을 해서 기억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처음 손님을 만날때 얼굴은 기억을 못해도 그 사람과 관련된 특성을 적어놓은 글을 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반면, 둘째는 관찰력은 좋지만 청각적 정보 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엄마가 긴 책을 읽어주면 그것이 이미지화되어 머리속으로 떠올리지 못하고 그저 재미가 없다고 지루해합니다. 따라서 둘째는 앞으로 학습을 하게 될때 되도록 도표나 그래프 등 시각적인 자료로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능동기억이 부족하면 실생활에서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뭔가 하려고 하다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 깜박 깜박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색 구두를 꺼내려고 신발장에 가다가 내가 왜 신발장에 가는지 기억이 안나거나, 중요한 용무가 있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두고 왜 전화를 걸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문제를 까먹어서 못푸는 아이, 책을 읽는데 앞의 부분을 까먹어서 내용의 흐름을 놓치는 아이, 작문을 하려고 하는데 철자와 구두법에 신경이 팔려 정작 글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난감한 아이등이 그런 예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다 능동기억의 문제라고만 볼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능동기억은 무엇보다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걱정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기억을 갉아먹습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머리가 복잡하면 능동기억에 여유공간이 줄어듭니다. 또한, 능동기억은 주의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능동기억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마음이 편하고 주의를 집중해야 능동기억의 여유공간이 넓어지고 아이는 그 일을 수월하게 수행할수 있게 됩니다. 능동기억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엄마가 옆에서 닥달하지 말고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장기기억은 거대한 정보의 물류기지로서 학교생활에서 학습을 하는데 있어 거의 중추적인 작용을 합니다. 단기기억력이 좋아 어릴적엔 영재인줄 알았으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혹시 장기기억의 문제는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장기기억은 워낙 기억저장창고가 방대하다보니, 기억한 '사실'을 잊는다기보다 그 사실이 저장된 '장소'를 잊는다는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기억에서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나중에 찾기 쉬운 곳에 저장을 하고(분류하기=filing), 그 저장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찾아내서 적합하게 적용하는 것(접근=access)이 중요한 요소가 되겠습니다. 분류하기(filing)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짝지어 철하기'입니다. 초등 저학년에서 짝짓기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소리를 기호에 연결하고, 숫자를 수량에, 다양한 사물을 이름에, 노래나 이야기를 제목에 연결하는 등의 학습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마다 유독 자기가 좋아하는 짝짓기가 있고 잘 못하는 짝짓기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들은 그런 영역에서 짝짓기 연습을 마치 말장난처럼 일상생활에서 유도하는것이 좋습니다. 학년이 점점 올라갈수록 범주에 따라 철하기, 규칙에 낯익은 유형에 따라 철하기와 같은 능력도 필요합니다. 스무고개같은 게임을 하면서 범주를 나누는 연습을 해도 좋고, 유독 규칙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규칙 모음집을 만들어서 아이가 약한 부분에 있어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장기기억에 저장한 정보를 꺼내는 일은 고학년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부분의 학습활동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대개 회상과 재인이라는 두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회상은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덩어리째 퍼내는 과정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장기기억에서 정확한 하나의 답을 기억해 내야 하는 상황이 갈수록 자주 생깁니다. (예를 들면 토론수업시간에는 보통 3초안에 답을 내야 합니다) 회상을 잘 하는 방법중 하나는, 말로 된 내용을 기억할때 머리속에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릴수도 있고, 그림으로 된 내용을 기억할때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을 하게 되면 회상을 하기에 보다 더 용이합니다. 재인은 어떤 정보나 특정한 유형에 맞부딪쳤을때, 그것이 예전에 보았던 것임을 기억해내는 능력입니다. 수학 기출 문제를 아무리 연습해도 문제 유형을 조금만 바꾸면 그것을 알아채리지 못하고 틀린다면 이 학생은 재인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반면, 재인 능력이 좋은 학생은 수업 내용을 이전의 개념과 연계지어 이해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정한 유형덕분에 학습을 더욱 재밌게 느낄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학교와 가정에서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에 더욱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점진적 자동화'라 하는데,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꺼낼때 정신에너지나 의지력을 거의 소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학교때 읽기 이해력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개별 낱말들을 자동해독하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동적으로 낱말을 해독함으로써, 머리속의 지식을 남김없이 활용해 어려운 개념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초등시기에 지나친 사교육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기보다 충분한 자유시간을 주며 그 시간에 독서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일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력을 그저 타고난 것으로만 치부하고 기억력이 좋으면 머리가 좋고, 기억력이 나쁘면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와 교사가 기억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며 기억의 원리를 이해하며 아이들을 관찰한다면, 분명히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영역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눈앞에 급급한 학교성적이나 영어 레벨등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아이의 정신의 결을 살펴보며 기억의 어느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살펴보는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이라면 아이와 함께 자신의 기억력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것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자기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깨닫게 된다면, 아이는 더이상 혼란속에서 힘들어하지 않고 자기 치유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소개한 여러가지 기억의 영역들은 타고난 부분들이 많지만, 사실 부단한 연습을 통해 개선될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습니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특히 아웃풋이 부진한 아이들은 자동화를 위한 노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학습 영역은 작문, 수학, 철자(받아쓰기)입니다. 이런 면에서 심하게 좌절감을 맛보고 계신 집이 있다면 기억력에 관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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