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믿을 수 있는 것에 관한 수다입니다. 종교 얘기는 아니고요.
제가 30대 후반 즈음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비슷한 시기에 제 친구도 유기농에 관심이 있어 이것저것 둘이 얘기 나누곤 했어요.
친구는 화학비료의 문제, 성장 촉진제, 유전자 조작 등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절대 유기농, 친환경 제품만 고집합니다.
십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 제 친구의 식솔들은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듯 해요.
반들반들 윤이 나고 몸이 가볍습니다. 눈으로 그게 보여요.
비교적 말랐지만 강단이 있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들도 심성이 맑아요.
저는 유기농 식탁을 지키기 어렵더군요. 우선 전문 마켓에 자주 드나들기 돈이 째요.
일반 마켓의 유기농 코너에서 더러 몇 가지 집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늘 회의와 불신을 합니다.
'이게 과연 유기농일까? 말만 유기농인지 누가 알어?"
'까짓거 식품에 쬐금 화학성분 좀 먹는다고 건강을 담박에 잃겠어?"
그랬다가 식품 문제가 터지면 유기농을 또 집어들다 조금 지나면 도로 의심.
그래서인지 저희 식구들의 건강정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습니다.
늘 피곤해하고, 활력이 부족합니다.
믿는다는 것이 능력일까, 성향일까 궁금합니다.
우선 능력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유기농을 늘 사먹을 경제력도 능력이고요,
정보를 수집해 좋은 것 찾아다니는 열성과 체력도 능력이니까요.
그런데 특정 어떤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기도 합니다.
경제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계부에서 옷이나 기타 생활비를 줄이고
식품비에 쏟아부을 만큼 그게 좋아서 집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엄마표/아이표에 대한 소신도 지속할 힘도 이렇듯 개인차가 있을 겁니다.
학원에 맡기는 시간을 줄이고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기/함께하기라 정의할 때,
우선 집 안에서 아이와 보내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요,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해내는 것에 대한 긴 안목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런 '비체계적인 학습'으로 오는 작은 성과를 눈치 채고 즐거워하는 성향도 있을 겁니다.
내가 명품을 쓰고 비싼 유희를 갖는 즐거움 대신 집에서 꼬물락 거리는 눔들과 시간 보내기,
비싼 학원 성적표 점수를 따지는 대신 영어동화를 알아가기가 즐거워야 하니까요.
그 유명한 '옆 집 아이'의 성과를 곁눈질 하느라 내 아이가 안 보이고
틀린 시험지 만 눈 앞에 아른거려 잠이 안 오면 엄마표/아이표는 어렵습니다.
아이표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이 없으면 효과가 눈에 뵈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경우 엄마표/아이표를 고집하라 권하지 않습니다.
우선 부모 마음이 편해야는데 그러려면 무언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문 교육기관 찾아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교육기관을 찾기 어렵고, 보낸들 또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거지요.
신념을 가지고 찾으면 유명 학원 아니어도 내 아이와 잘 맞는 공부방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믿을 게 없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믿는 능력이 없거나,
믿고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말이 길어지면서 논지가 흐려졌지만 이렇습니다.
"유기농 - 믿음 vs 엄마표 - 믿음"
엄마표냐 학원표냐의 문제가 아니라 믿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믿음이 간다는 것은 소신이 생기며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줍니다.
그 것을 찾아야 합니다. 자꾸 의문이 가고 불신이 생긴다면 그 건 길이 아닌 겁니다.
제 친구 가족은 유기농 제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 덕에 건강을 유지한 것이라 봅니다.
유기농 그 자체가 몸을 건강하게 했다기 보다 그 믿음으로 건강추구를 지속한 덕이라는 거죠.
우리가 자녀에게 지식을 많이 불어 넣어줘서 아이가 뭘 잘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하면서 눈꼽만큼씩 향상되는 것을 보고 10년 후를 믿기가 엄마표입니다.
내 자식도 못 믿으면서 어디서 마음의 평화를 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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