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지금 힘들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까. 우리 저 녀석들 옆에 얼마나 더 있어줄 수 있을까.
아직은 초4, 초2 .. 아직은 한참동안 엄마가 필요한데 저 녀석들은 내가 해준 떡복이 맛있게 먹고 지들끼리
낄낄대고 놀고 있어. 엄마가 아파서 우울한 기색은 어디도 없어. 너무 다행이지만 그래도 슬퍼.
신랑은 매일 아침 "길면 30년 짧아도 10년!" 하고 내 눈 똑바로 보고 세뇌시키고 출근한다. 엄마?
엄마. 나 신랑 너무 잘 만났지? 엄마는 이런 사위 구경도 못하고 너무 일찍 내 옆을 떠났잖아?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을만큼 좋은 사람야. 엄마. 그 위에서 잘 보이나? 엄마 막내 신랑 참 잘 만났지?
그냥 10년만 살아도 좋겠다. 애들 스무살만 되도 두고 가기 맘이 좀 놓이겄지? 엄마? 그치?
그냥 자꾸 처지네.. 항암주사 맞기도 뭐 그리 비교적 할만하고 그럭저럭 잘 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처질 때가 있네...
엄마. 난 아프고 난뒤 여기 쑥쑥에 들어오면 말야. 이 엄마들 참 부러웠다. 애들에 대한 열정 말고,
애들과 함께 보내줄 남아있는 시간들이 부러웠어. 그걸 생각하니 내가 이러고 있는 시간도 천금같은
시간낭비네. 우리 애들 옆에 바싹 붙어 있어줘야 하는데 많이 쓸어주고 뽀뽀해주고 엄마 냄새 오래
기억하게 많이 많이 만져줘야 하는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냐. 비가 와서 그런가봐.
엄마. 애들이 담주에 중간고사야. 애들 시험공부 봐주는데 짜증내는 막내한테 막 야단치다가
정신이 다시 돌아왔어. 내가 이럴때가 아니지... 지금은 사랑해줄 시간도 부족한데..
애들은 결국 저희들 역량대로 자라게 되어 있는 것을... 내가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앞에서 끌고 간들
내가 손을 놓은 순간 관성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가겠지만.. 그 후는 저희들 역량이잖아 엄마 그렇지?
아프고 나서 마음이 바뻤어 엄마. 어쩌나 우리 애들 어쩌나. 아직은 앞에서 더 끌고 가줘야 하는데
영어는 해리포터 정도는 읽어줘야 하겠고 수학도 잘 해야 하겠고 무엇보다 스스로 제 몸 챙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아 뭐부터 더 해줘야 하지...
엄마. 어제는 애들 공개수업 다녀왔어. 첫시간이 영어수업인데 반 분위기를 우리 큰놈이 끌고 가더라고..
뿌듯한 거 있지 엄마? 학원 안가고 엄마표로 꾸준히 해 온 보람은 좀 있더라고..
요즘 세뇌시키고 있는 중야. 늦어도 5학년 여름방학쯤엔 해리포터 읽고 있어야 한다!! 뭐 할 수 있을거
같은가봐. 그래도 몰라 불평쟁이 녀석이라 할지 어쩔지 모르지 머.
사실은 영어가 문제겠어? 이 녀석 느려서 큰일야 엄마. 어릴적 말이 늦어 언어치료 받고 이래저래 서로
맘고생했는데 여전히 또래보다 사고력이 영 그래 엄마.. 그래서 큰놈이 늘 걱정야.
그치만 걱정하믄 뭐 하나.. 결국 제 역량대로 살아가겠지...
엄마!! 날이 갠다. 글쓰는 동안 맘도 좀 밝아졌어. 힘내고 살아야지. 한시간한시간이 아까운걸.
3주텀 주사맞는 사이사이 컨디션이 회복될때마다 우리 가족은 무조건 여행떠나 엄마. 애들한테 많은
기억을 줘야지..
엄마!! 맘이 90%라며? 개기면 산다!! 가 주사맞으러 갔을 때 환우들 사이에서 하는 농담야.
엄마 나 10년만 더 개길께!! 엄마 안녕!!
쑥쑥맘님들 우울하지 않으셨어요? 얘기할 곳이 필요했어요. 한바탕 울고 싶었구요. 그냥 여기가
친정같아서 들어왔읍니다.
건강하셔요!!!!!! 꼭 건강하시고 아이들 많이 사랑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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