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니 귀로 들었으니 목격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어쨌든...이럭저럭 영어모임을 통해 영어를 접한지 2년이 넘은 우리 시온이. 다른건 몰라도 그냥 영어를 좋아하는건 사실입니다. TV, 오디오, 비디오를 통한 보고 듣기를 유난히 즐기는 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건 책보는 거구... 읽고 쓰기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은 엄마탓에(아직 먼일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욕구를 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늘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엄마를 들들 볶아대기 일쑤였고 책 권수를 제한해서 야박하게 구는게 잠자리에 들기전 시온이와 저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알파벳 한번 변변히 가르쳐 준적 없는 시온이가 어느날 문득 대문자를 모두 안다는 느낌이 들어 이것 저것 물어 봤더니 어느새 모두 알고 있더군요.... 그냥 그렇구나 했더니 어느날인가(올해 들어 생기는 일들입니다.) 여기저기 그림들을 끄적끄적 그려 놓고는 ZION이라고 제 이름을 써 놓았더군요. 물론 이걸 전혀 가르치지 않은건 아닙니다. 영어모임에서 미니북 만들때 표지에 손잡고 이름을 써봤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미니북은 쓰기가 가능할때 더 효과가 있을것 같아 3개월쯤 하다가 그만 뒀는데 그때의 경험이 이제 나타나는듯 싶네요. 가만 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글을 가르칠 아무런 준비도 않하고 있던중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암튼 좀 복잡한 기분이었는데 무슨 그림을 그렸느냐는 질문에 (What is she doing?) (Dance to the music!)이라고 답을 하길래 그림 밑에다 시온이가 말한걸 적어 주었지요. 그래서 이제는 WOW! POP! HI! 같은 간단한 것들은 지가 적어 놓고는 ~라고 하는거야 라고 말을 하곤 하네요. 아니면 전혀 뜻도 없는 말들(예를 들면 '얘가 HOVOO, WOOF라고 말하는 거야) 을 잔뜩 적어 놓고 알파벳 하나하나를 읽기도 하구요. 파닉스를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것저것 살펴보는 중인데 여전히 글은 조금 있다가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뒷머리를 잡아당기지만 아이가 하고 싶어할때는 시켜도 좋다는 주변사람들 말에 고민 중입니다. 아~ 영어 옹알이 얘기를 하려고 했지요. 일련의 사건들이 최근에 일어난 것들이라 아주 관련이 없는것 같진 않아서 위의 이야기를 써봤구요... 오늘은 초등학교동창모임 때문에 자정넘어 들어오는 바람에 잠자리준비가 늦어져서 시온이 혼자 방안으로 들어가는걸 보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는데 평소 같으면 여서 일곱권도 더되는 책을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보챌 시온이가 웬일로 문까지 잠그고 조용하더군요. 뭔가 소리가 나는것 같아 귀를 기울였더니 방안에서 뭔가 열심히 웅얼거리는 소리가 한참 납니다. 궁금해서 열심히 들어봤더니 'Snowy day....by Audry wood & Don wood.... It's snow... Mom and Zion had hats.... Mom is good...so cold.....' 뭐 대충 이런 거더라구요. 뭘 보나 싶어 문을 열어 달래서 봤더니 눈쌓인 언덕에서 아이들이 썰매타는 그림이 그려진 "It's winter here"이라는 시온이가 읽는것 처럼 보였던거랑은 다른 내용의 책이였습니다. 그냥 지가 지어서 막 읽는 흉내를 낸거죠... 근데 제겐 참 놀랍고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쓰고 읽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면 가르쳐도 괜찮지 않을지.... 경험있는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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