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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 아나이스
  • |
  • 2012-05-01
17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그냥 학원 보내며

심신이 편했을 것을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사재기한 영어책, 학습서에

가위 눌리진 않았을 것을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부지런한 엄마들

솜씨좋은 엄마들에

음매 기죽어 하지 않았을 것을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여기저기 복사 스크랩에

코팅지, 펠트지로

집을 어지럽히지 않았을 것을

 

그러나

내가 쑥쑥을 몰랐다면

우리 딸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학원 임대료 전기세만 내줬겠지

 

내가 쑥쑥을 몰랐다면

아름다운 영어책 읽기의 기쁨을

영영 알 수 없었겠지

 

내가 쑥쑥을 몰랐다면

그 책이 그 책인가

보물들을 지나쳤겠지

 

내가 쑥쑥을 몰랐다면

돈도 못 벌고 애 건사도 못하는

지금보다 더한 엄마 되었겠지

 

내가 쑥쑥을 몰랐다면

오려붙이고 코팅하고

유치원생들 영어샘 노릇

꿈도 꾸지 않았겠지

 

그리고

내가 쑥쑥을 몰랐더라면

밥을 백 번 사도 못 들을

주옥같은 이야기들

설레하며 못 들었겠지

 

이리 고운 님들

같이 어깨 동무 못했겠지

 

5월 감사의 달을 맞아

엄마로써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준

쑥쑥 선배님들에게

부칩니다.

 

저도 좀 같이 데리고 가 주이소ㅠㅠ

 

제가 15기 북클럽 문을 열게 되었는데 떨리는 마음에 밤 12시 반에 감정충만해서 올린 글입니다. 몇 분이 초게에 올려도 좋겠다고 해주시는 바람에 용기 함 내 봅니다. 너무 감사드릴 쑥쑥님들이 많아서요.

그리고 중요한 건 꼭 저도 같이 끼워 주셔야 합니다. 큰 애는 12살이지만, 둘째는 5살, 거의 모든 교육학적 실험을 다 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공*호 박사님이랑 60분 부모에 자주 나오시던 민*원 님 강의를 듣고 혼돈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전자의 강의는 좀 철학적이었는데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과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여 '아이를 스스로를 가르치는 교사'로 만들어 인생 경영 능력을 심어주라는 말씀이었죠. 또 영상을 소비하는 자가 아닌 활자를 사랑하는 자로 키우라는 말씀도요.

두 분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컨설팅을 하다보니 공부는 시간당 임금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명문대는 평생의 자부심이다, 엄마표는 돈없는 사람들이 하는 거다, 의사 아님 변호사를 시켜라, 돈 안 들이고 아이의 미래를 보고 싶으면 양초 한자루 사다가 부부가 마주 봐라 하는 우스개 비슷한 이야기들이 폐부를 파고 들더군요.

사교육 설명회다 보니 초등아이가 어느 정도 되는 경우 수학 선행은 중3, 영어는  TOSEL 2급 TOEFL 90이상 하게끔 로드맵을 짠다는 류의 이야기가 숨을 확 멎게 만들었어요.

주워 들은 이야기와 어설픈 판단으로 아이의 미래를 흐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조장하는데 아침까지 예뻐 보이던 아이가 어찌나 모자라 보이던지요.

 

안 그래도 선행보다는 제 학년 심화를, 기계적인 단어 암기보다는 책을 통한 습득을 원했으나 눈에 확 띄지 않는 성과 땜에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기름을 확 부어 불을 땡겼다는...실은 수학 선행은 올해부터 할 생각인데요...

 

이 아줌마, 쑥쑥에 고맙다고 거창하게 나가더니 이 무슨 모순이냐 하실 분들...

그래서 우울한 맘에 쑥쑥을 들여다 보다가 많이 위안을 얻어서 쓰게 되었답니다.

이런 말, 저런 말 들어도 필요한 부분만 사교육의 힘을 얻고, 꾸준히 갈 길을 가자...뭐, 결론은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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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지맘
  • |
  • 2012-05-07 10:40
답댓글

명문대가 목표이고 의사, 변호사가 목표라면 민성원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저는 공명호님 좋아해요.

거시적이고 몽환적인 얘기만 하는것도 아니고 현실적이면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게다가 저희애는 빨간 날만 겨우 쉬는 의사는 불쌍해서 하기 싫다며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이니 일단 민성원님의 의견은 발길질로 옆으로 밀쳐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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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님
  • |
  • 2012-05-03 17:04
답댓글

저도 쑥쑥에게 늘 고마워 하죠..

정말 무식한 저를 다듬어 주었지요...

그아저씨 원래 그래요..

국영수외엔 하지마라 안 그러면 후회한다..

그 분의 자제들은 과연 ..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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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이스
  • |
  • 2012-05-03 17:25
여긴 지방이라 서울서 왔다고 많이들 들으러 갔는데, 아~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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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2-05-03 11:05
답댓글

솔직히 저는 말씀하신 민** 라는 분은 모르지만 써놓으신 글로만 보면 사교육 종사자들 중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양심없이 저런 말들 지껄이는 걸 들으면 속으로 말합니다. "아주. *랄 염*을 해라.." ㅋㅋㅋ

속으로 말하는 건데 어때요.. ㅎㅎ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으니 더 넓은 세상이 안 보이는 겁니다.

얼마전 어떤 영어학원 원장이 그러대요. 피아노 전공 시킬 것도 아니실텐데 초등 4학년이면 이제 피아노 레슨시간 좀 줄이고 영어를 더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영어도 전공시킬 거 아닌데요" 했더니' 뭐 이런~~ ' 하는 표정..

의사나 변호사가 모두 다 성공하나요? 아닙니다. 망하는 사람도 많고 위험에 빠진 사람도 많고 불행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명문대 나오면 인생이 무지개빛일 거 같나요? 에구구.. 천만의 콩떡이라지요..

선행 안하면 절대 절대 못 따라 갈 것 같지요? 무신 그런 소리... 선행 안 한 아이들만큼 수업 시간에 눈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없다고 어제 만난 고등수학샘이 그러십디다.

사교육은 내 필요에 의해 조정해가며 선택해야 할 부분이지 필수도 아니고 절대요건도 아니거든요.

저는 요새 아직도 작디 작은 아이를 보면서... 아이 마음이 행복한 게 제일이구나.. 생각합니다.

마음에 병 없이 키우기...가 저의 요즘 과제에요.

어버이날을 맞아... 명문대는 근처에도 못 가보고 의사 변호사도 못 되었지만 행복하고 감사하며 삶을 사랑할 수 있게 저를 키워주신.. 공부해라 닥달도 안하시고 마음껏 밖으로 나가 놀 수 있게 적당히 방치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나이스님 글 너무 잘 읽었어요.

감정충만하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쑥쑥이 없었다면... 좀 외로웠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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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이스
  • |
  • 2012-05-03 17:26
마음에 병 없이 키우기...정말 와 닿네요. 마음에 병 많은 고학력자들 많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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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소라
  • |
  • 2012-05-06 04:17
맞아요!! 명문대 나와 남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감사하지 않고 비관하며 사는 사람 주변에 참 많아요... 공부잘하는거 다는 아닌것 같고 좋은 직장과 명예있다고 그 삶이 행복하진 않더라구요...
공부해라 닥달안하는 엄마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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