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기능중 패턴 읽기란것이 있다.
우리는 흔히 패턴 읽기라 하면 유아 수학 교구에 나오는 패턴 맞추기를 생각하지만,
사실 이 패턴 읽기를 잘 하면 일상생활이 기름칠 칠한듯 쉽게 굴러간다.
내가 보기에 둘째와 남편은 패턴 읽기를 잘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특성을 빨리 파악하고 예측도 잘 한다.
예를 들면.
#1. 둘째와 슈퍼에 가서 형이 먹을 아이스크림을 고르자고 했다.
나는 콘을 집었는데 둘째는 형이 초코 빠삐코를 좋아한다고 그걸 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형한테 주니 반색을 하며 "나 빠삐코 먹고 싶었어."하는 것이다!!
#2. 며칠전 아이들과 롤링볼 박물관에 갔다.
관람 중간에 점심을 먹고 첫째가 먼저 다시 박물관에 올라갔다.
나랑 둘째는 슈퍼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서둘러 올라가며 내가 "형이 우리 몹시 기다리겠다."하고 말하자
둘째가 "아냐! 형은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우리가 왔는지 어떤지 관심도 없을거야."
하고 말했다.
그런데 가보니 정말로 둘째의 말이 맞았다!
#3. 어젯밤에 잘 시간이 되었는데 첫째가 또 도망을 쳤다.
(첫째는 늘 고양이처럼 요리저리 도망치며 잘도 숨는다)
내가 신경질을 내며 둘째한테 "형이 또 마루에 숨었나보다."하니
둘째가 "아냐. 형은 아마 아빠방에서 책보고 있을거야."하고 말했다.
나는 문 소리를 못들어서 둘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여기 저기 찾아보다
혹시나 하고 남편방 문을 열어보니 과연 첫째가 거기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둘째야, 어떻게 알았어?"
"어. 형은 엄마보다 만화책을 더 좋아하쟎아.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둘째처럼 패턴읽기를 잘 하면 일상생활이 얼마나 편할까?
나와 첫째는 패턴 읽기가 안되서 늘 미래는 불확실하고 두려운 대상일 따름인데,
둘째와 남편은 예측 가능한 상황들이 많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마치 삶에서 미래라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에 대해
든든한 지원군을 가진것과 같으니 말이다!
패턴 읽기를 잘 하는 둘째는 내 표정도 늘 유심히 살핀다.
사실 나는 내 감정에 둔한 편인데
늘 둘째는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엄마, 지금 기분 좋아?"
"엄마, 표정이 왜 그래?"
녀석이 이렇게 정서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덕분에
나도 좀 더 내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자식을 통해 또다른 지평이 열리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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