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벽인가 아이가 영어일기 쓴 거에 감동해 글을 올렸다가 금방 다시 지웠었답니다.
생각해 보니, 저 혼자 너무 제 감정에 취해서 별로 대단치도 않은 것을 자랑하는 것 같아서요.
지우고 보니, 벨벳님과 또 어느 분께서 댓글 달아주셨는데.... 읽지도 못하고..... 정말 죄송했어요....
식구들 모두 재운 이 밤,
SQR 숙제 올리려고 컴 앞에 앉았는데,
오늘 울 아이가 재미있게 SQR 한 것이 떠오르면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잡은 게 감사하기도 하고,
저도 뭔가 그래도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하는 친구들 엄청 많겠지만,
그냥.... 이제 시작이신 분들에게 우리 아이의 과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초 3 여아입니다.
엄마표 영어 시작한지 1년 7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올 추석이면 2년 되겠네요 ^^
처음엔 그저 책이나 읽혀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쑥쑥을 알게 됐고 제 상황에서는 미친듯이(?) 달려왔습니다.
직장맘이었던지라 오로지 집듣만 했는데요,
명절이나 휴가 외에는 집듣을 안했던 날이 채 10일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10분으로 시작했던 집듣이 요즘은 1시간이 조금 넘는 Katie Kazoo를 듣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들어주는 딸래미한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3학년이 되면서 쓰기를 시켜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다행히 알파벳은 알고 있더군요.
그냥 무식하게 바로 베껴쓰기 시작했습니다.
베껴쓰기 한 첫 날, 영어공책 칸도 잘 못맞추고, 글씨 크기 조절도 안됐습니다.
몇 문장 들어가면 끝나는 영어공책 달랑 한 바닥 채우는 것인지라 전혀 부담은 없었구요.
그렇게 베껴쓰기를 대여섯 번 정도 했지만, 이래저래 다른 것에 치여 베껴쓰기는 멈춰지고 시간만 흘렀네요.
그러다 SQR 3기 모집에 덜컥 응했습니다.
말이 안돼지요.
쓰기라고는 베껴쓰기 대여섯 장 해본 게 다인데, SQR이라니요.
3학년 아이가 뭔가를 집중해서 외운다는 것도 울 아이한테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하지만, 힘들면 중간에 그냥 베껴써서 올리지, 뭐... 하며 무조건 신청했습니다.
당연 처음 SQR 할 때 힘들었습니다.
스펠링을 틀리게 쓸까봐 쓰기 자체를 스트레스 받아 하는 딸이었습니다.
입으로는 달달 외웠지만, 고거 한 문단 쓰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SQR 10회가 됐을 무렵, 어느 날 영어일기를 쓰겠노라 하고는 쓰더군요.
설거지 하고 있던 저는 그래라~ 하고는 아이가 잠든 후, 일기를 보았습니다.
바로 요게 첫일기랍니다.

스펠링도 틀렸고, 문단나누기도 안됐고, 그냥 있었던 일만 줄줄이 나열한 재미없는 작문이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영어로 스스로 공책을 채웠다는 게 너무 감동스러웠습니다.
요건 4번째 일기입니다.
글씨체가 벌써 자신감이 넘치지요? ^^

부족하지만, 아이가 영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나 기쁘던지요.....
곰곰히 되돌이켜 보니, 정말 적절한 시점에 SQR을 시작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적절한 시점이라는 것은 듣기와 읽기가 충분히 채워진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글을 배울 때도
몇 년을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읽다가
그러다 어느 순간 낙서처럼 그렇게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한글쓰기 전혀 시킨 적 없는데도 어느 순간 맞춤법을 스스로 맞춰 나가더니,
굳이 받아쓰기 공부 따로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열심히 듣고, 열심히 읽다 보면, 그 양이 채워지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자극에 의해(우리 아이의 경우는 SQR) 쓰기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나 읽을 만한 내용이 있는 쓰기인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이 살아있는 쓰기인가는
역시 또 읽기의 양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아이의 사고력 또한 필요하겠지요.
요건 영어실력과는 별개로 한글 읽기가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글 쓰기도 그닥 독창적이지 않은 아이에게 독창적인 영어쓰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이제 영어를 시작하시는 맘님들,
고민하지 마시고, 열심히 영어책 들려주시고, 읽어주세요.
그러다 쑥쑥에서 벌리는 거 있으면 콱 잡아서 열심히 하세요.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SQR 숙제 사진찍어 올리는 거 별로 안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짤리지 않으려고 사진 찍어 올리고, 형식적인 댓글 달았었습니다.
하지만, 짤리지 않으려는 이 마음때문에 아이랑 성실하게 해나갈 수 있었고,
댓글을 올리면서 때로는 감동하기도 때로는 배우기도 하며 한 발 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BB처럼 안짤린다고 하면 아마 저는 끝까지 못갈 것 같아요 ㅋㅋ
그래도, BB 하고 싶어서 홍박샘이 BB 글 올리신 날부터
SQR에 집중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어제까지
정말 수십 번도 더 BB글을 클릭해서 읽고, 또 읽고....
다른 사람 댓글 다 읽고.... 저도 한다고 댓글 올렸다 지우고......
거의 게시글 외울 뻔 했다니까요 ㅋㅋ
저의 다음 목표는 북클럽입니다 ^^
SQR이 마무리 되고, 여름방학에 한글 쓰기에 대해 아이랑 함께 노력해서 글쓰기의 틀을 잡은 후,
북클럽 활동 열심히 하려고 벼르고 있답니다.
SQR 3기 여러분, 우리 다함께 가요 ^^
북클럽! 기다려!!!
이상..... 모두 잠든 밤..... 주절주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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