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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학습(procedual learning)

  • 개구쟁이맘
  • |
  • 2012-08-09
35

단계적 학습(procedual learning) 이란,

어떤 것을 배울때 순서대로 차근 차근 배우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어떤 운동이나 요리, 운전을 배울때

혹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악기를 배울때도

단계적 학습 능력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단계적 학습을 잘 못했다.

그래도 학생 시절에는 막내로 편하게 자라서 사는데 큰 불편함을 못느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자

단계적 학습 능력이 취약한것이 현실세계에서 큰 문제가 되었다. 

아이 기저귀 갈기, 아이 목욕 시키기, 아이 우유 먹이기, 외출할때 이것저것 물건 챙기기 등

엄마라면 당연하게 할 영역들이 너무나 낯설고 도무지 자동화가 되지 못해서 늘 힘들었다.

다행히 베이비시터 아줌마가 아이를 키워주고

시어머니가 자주 오셔서 도와주신 덕분에 그럭저럭 키웠지만,

아직도 내가 어떻게 애 둘을 키웠는지 신기할 정도다.

-애들 책 읽어주기가 유일하게 잘 하는 일이었으니...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남들도 시킨다는 예체능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먼저 미술을 가르쳐보니 맨날 괴물만 그리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과정을 잘 따라왔다.

다음으로 수영을 가르쳤는데 일대일로 하는데도 통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장난만 치는 것이다!

피아노는 더 가관이었다. 착석조차 힘들었으니...

태권도를 6세부터 가르쳤지만,

9세때 태권도 심사에 가보니 격파를 하지 못해서 10번 이상 시도해서 간신히 성공!

반 축구를 보냈지만 들러리로 옆에서 뛰기만 하고,

공간 감각이 떨어지니 공을 쳐도 그게 어디로 가는지 감이 없었다.

유일하게 잘 하는 운동이 달리기인줄 알았지만(하도 맨날 뛰니까)

정작 반에서 달리기 할때 뒷쪽 그룹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애들은 부모를 닮아서 운동신경이 없는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둘째가 유치원 축구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두각을 보이며 본인도 매우 즐거워했다.

지난주에 야외수영장을 갔을때 잠수 가르쳐달라고 해서 알려주니

맹렬한 기세로 열심히 연습을 해서 제발 그만 쉬라고 사정할 정도였다.

둘째는 날렵한 몸매는 아니지만 의외로 운동을 시켜보니 흥미로와하고 잘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열쇠는 단계적 학습과 순서 정렬에 능하기 때문인듯 하다.

이 녀석은 뭐든지 순서대로 착착 하는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피아노를 좋아하고 숫자 세기를 좋아한다.

내가 뭔가 설명해줄때도 1단계, 2단계, 3단계... 이런식으로 말해주는것을 좋아하고

순서를 요구하는 실험이나 기계 조작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운동 또한 자기 몸을 사용하여 순서대로 배우는 활동이다.

게다가 둘째는 팔 다리 근력이 강해서(자기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애들과 팔씨름해서 비길 정도)

신체적 자부심을 누리면서 즐겁게 운동을 하는것 같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할때

문과/이과 성향, 혹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몸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식으로 거칠게 분류를 하지만,

보다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시간관념이 있는 아이, 단계적 학습에 능한 아이, 자동화가 빨리 되는 아이, 눈썰미있게 쉽게 배우는 아이, 자기 조절을 잘 하는 아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예민하고 공감하는 아이, 비언어적 추론에 강한 아이, 과학적 사실을 연관짓기를 잘 하는 아이, 관련성이 먼 것 같지만 그것 사이의 연관관계를 잘 찾는 아이 등

쉽게 이름 붙이기는 어렵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특성들을 찾아볼수 있다.

 

자기 아이가 장점이 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은

사실은 그 아이의 장점이 위에서 언급한것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특성이기 때문일수 있다.

- 음악, 언어, 수학적 능력과 같은 것은 잘 알려져있고 금새 눈에 띄지만

위에서 언급한 영역들은 그것이 장점이란 생각을 안하고 그냥 지나쳤을수 있는 특성들이란 말이다.

 

최근 다양한 종류의 육아서와 학습지도서를 읽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어느 한쪽 영역이 비범하면 동전의 양면처럼 그것으로 인한 댓가가 있다는 것이다.

-탁월한 공간 능력을 가진 사람은 머리속에서 가상현실을 회전하는 능력이 좋아 난독증이 올 수 있다.

-사물들간의 연관관계를 잘 찾아내는 사람은 오히려 한군데 집중하며 세세한 것을 살펴보는 것에 약하다.

-회상적 기억(episodic memory)이 뛰어난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지시해준 사항을 기억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비언어적 추론이 뛰어난 과학자는 자기의 생각을 언어로 번역하는데 어려움과 한계를 느낀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발견하는 모든 어려움들은

사실은 그 아이의 숨겨진 재능의 반대편, 즉 동전의 한면일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는 그 아이의 어려움 이면에 있는 재능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아무리 한심해보이고 답답하더라도 부모이기 때문에 그러한 가능성과 희망을 놓지 말고

꾸준하게 살펴보고 격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부진하다면 그것은 노력의 부족이라기보다

그 아이의 타고난 정신의 결에서 그 영역의 발달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아웃풋만 보며 자꾸 아이를 비난하고

그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 내고 아이와 부모사이의 담을 높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나는 단계적 학습이 부진해서 일상에서 좌충우돌하는것이 꽤 많지만

다행히도 다른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아이 자체의 특성이(그것이 장점이든 단점이든) 시기 적절하게 꽃을 피우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 지난 여름 휴가 사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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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니맘
  • |
  • 2012-08-21 11:49
답댓글

개구쟁이맘님~

여름 잘 보내셨어요? 사진에 보이는 아이들 표정이 너무 밝네요. 그것이 행복이지요.

언제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상 까불고 개구쟁이인 우리 아이도 잘하는 것 하나는 있겠지 생각하며 위로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달란트는 있겠지요. 그것을 빨리 발견해서 잘 키워주고 싶습니다.

남은 여름 잘 마무리 하시고 늦게 댓글 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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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2-08-21 12:41
후니맘님~! 반갑습니다.
초게에 올리신 강아지 근황(?)도 잘 봤습니다.
강아지 사랑에 듬뿍~ 빠지셨나봐요. ^^ 다행이네요~
그래도 후니맘님은 저보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많으신가봐요.
전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구요. -.-

우리 씩씩한 영훈이에게도 즐거운 여름방학이었는지요?
방학이 너무 짧고 또 더워서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여름이 가고 또 단풍 드는 가을이 오겠죠?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가는것 같아요.
댓글 남겨주셔서 반갑고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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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2-08-15 09:17
답댓글

나는 주어진 프로젝트를 놓고 집중하여 성과를 거두는 편이지만

그 외에 일상생활에 있어서는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가정 주부라지만 절대로 물건 값을 기억하지 못 하고, 물가가 왜 비싼지 모르며,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또 사오고, 월급명세서, 관리비 등을 해석하지 못 합니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나의 명민한 면을 높이 사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잔소리를 않고 키워주셨고

다행히도 남편은 나의 생활능력에 기대를 걸지 않아 살아가고 있답니다.

개구맘 글을 읽어보니 나는 운이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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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2-08-21 12:42
자기가 잘하는 분야들이 있는것 같아요.
우리가 보기에 완벽해보이는 홍박사님이지만
그런 숨겨진 이면이 있으셨군요!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더 좋습니다!! ^^
공부만 잘하는게 아니라 생활력까지 좋다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것 같거덩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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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돌이님
  • |
  • 2012-08-13 11:09
답댓글
잘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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