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합리적이며 서로에게 우호적일 수 있다는 기본 전제말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이상론'이라는 의견을 더 사실로 여기는 편입니다.
제가 드러낸 영어권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제 아주 밑바닥에 있는 것으로서, 여기가 사생활이 보장되는 익명 게시판이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거의) 우리나라 엄마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마 일상 생활에서 저는 깍듯한 예의로 그들을 대하던가 한국인 특유의 수줍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회피하겠지요.
그러니까 제가 가진 구체적인 대상없는 막연한 미움은 누구도 모를겁니다. 표현하지 않는 이상에요.
한국에 진출한 원어민들은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살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왔을 것입니다.
아직도 한국이 미개하다거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거나 위험해서 오기 두려워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이겠지요.
그리고 사실 후자가 다수일 것입니다. 그게 우리를 슬프게 하죠.
영어 그림책을 보시다보면 은근히 느끼시겠지만, 이 사람들, 전 세계 인종을 포용하려고 굉장히 노력합니다.
시장을 확대하려는 정책일수도 있고 정말 전 세계는 하나라는 교육 이념하에 그럴수도 있고 잘 모르겠습니만,
아이들 그룹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은 주로, 주동자로 백인 남자아이, 그리고 나머지에 여자애, 흑인애, 중국애와 개성있는 백인 아이들 여럿으로 나눠지더군요. 대개는 그렇습니다.
지리나 세계사 부분에는 중국과 일본 소개가 꼭 들어갑니다. 우리나라는, 아시겠지만 개발 도상국이죠. 동남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들에게는요. 또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대개 그렇게 알고 큽니다.
여기까지가 현실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는 이렇게 비춰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우호적이고 범세계적이고 인류는 하나라고 생각해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교과서나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나라 사람이거든요.
이제 짬뽕 문제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사상 교육을 철저히 시키지 않는 탓에 가정교육이나 사회를 통해 겸손함과 유교적인 도덕주의를 배우지요.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외국인의 매너에 호감을 갖습니다.
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구나. 저렇게 사는 것은 멋지고 세련되구나.
아시죠. 우리나라 사람들 정에 약한 거. 그래서 공과 사가 잘 구분이 안 되는 거.
괜히 좋은 이 기분은 분명히 사회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좀 손해 감수하고라도 외국계 회사랑 계약해야지.
돈 좀 더 내도 외국에 있는 학교 가야지. 외국인 강사 써서 좋은 발음 익혀야지. 등등 끝도 없어 셀 수 없죠.
사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좋은 매너는 원어민 강사에게 배울 일이 아니구요. 가정교육에서 끝나야 하는 일입니다. 아, 그런데 그게 원어민 감각에 맞지 않는다구요? 상관없습니다. 왜 우리가 우리를 부정해야 합니까? 자기를 긍정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듯이, 우리 문화를 긍정하지 못하고 다른 문화를 부러워하는 사람은 평생 민족적 열등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나도 미국인으로 태어나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 과연 아이들이 갖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실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미국인으로 태어나면 뭐합니다. '한국계' 라는 꼬리는 평생 따라다닙니다. 부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각인되는 컴플렉스가 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을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안 됩니다. 민족주의를 버리면 사해평등주의자로 크는 게 아니고 국제적인 고아로 크는 겁니다. 우리만 버리면 뭐합니까. 상대도 버려야 아귀가 맞는데, 우리를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 한국계'라는 전제 하에 판단하는 것을요. 우리는 안 그렇습니까? 심지어는 개인을 판단할 때도 상대방의 외모, 가정환경, 직업, 경제적 수준 다 고려하지 않습니까?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기본적으로는 인류애를 가지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하지~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영어를 쓰는 백인과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마인드 함양도 시급하다고 생각하구요.
아, 그리고 무엇을 배우느냐의 문제. 가벼운 잡담 속에서 마음 나누는 것을 배우는 것 역시 가정교육이 담당할 부분이고 외국 문화를 배우는 것은 학교 교육이 담당할 문제인데요. 가정과 학교가 그 역할을 할 능력이 안 되서 굳이 원어민 과외를 하는 것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신 어머니들이 이런 이점 저런 이점 있겠거니 하고 막연히 흐믓해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우리말로 이러 저러한 점을 신경써서 가르치기 바란다고 분명히 요구를 하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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