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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입시

  • anthropo
  • |
  • 2012-11-07
67

가을이 깊어가요~~~~~ 

도대체 언제 이렇게 가을색이 다 들어버렸을까요? 

한 해가 폭풍같이 지나가고 있네요. 분명 벚꽃 휘날리던 어느 주말에도 아이들이랑 쏘다녔고, 태풍 전후 바다도 보았고, 추석에도 여전히 며느리 노릇 한 거 같고, 지난 주말에도 사과농장에서 뛰놀다 왔건만, 내 영혼은 엇다 팔고다녔는지, 일/시간과 씨름한 기억만 징하게 남아있습니다.

 

거기엔 이제 곧 초게를 졸업할 클레어의 이른 입시도 한 몫한 거 같습니다. 한숨 돌리며 문득, 국제중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 아이의 영어 6년은 쑥쑥과 함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클양의 청심국제중 지원과 합격에 대해 쑥부모님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나와 방법과 철학이 다른 수많은 분들이 글을 읽을 것이고, 갈 길이 먼 어린 아이의 작은 성과에 대해 말하는 것이 늘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6년 전보다 책읽기를 통한 영어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되풀이되는 "책읽는 걸로 영어가 돼?" 라는 물음에 한가지 대답이 되기를 바라면서, 또 엄마표를 하시는 분들께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쓰기를 눌렀습니다. 아이의 발전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소위 '스펙'이라고 이야기되는 )는 많이 생략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의 ‘엄마가 아는 어떤 애”의 이야기가 자기 리듬대로 잘 살고 있는 예쁜 아이들을 괴롭히고 구박받게 할 소지가 느껴지신다면 과감하게 패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건 제가 쑥에 드나들면서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1.     무모한(?) 아이표 도전

클레어는 6학년 초 담임선생님이 국제중 수요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국제중이라는 데가 있는지도, 청심의 ㅊ 도 몰랐답니다. 청심관련 이야기를- 최소 4-5학년부터는 “빡시게” 공부하고, 인증성적, 기타 다 갖춰놓는 게 좋다는 등등 - 많이 들었던 엄마의 보안 유지는 거기서 땡.

국제중이라는 데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들어가기 위해서 인증 성적을 제대로 거두는데 초점 둔 공부를 하고 초등시절을 올백 지향하며 그렇게 밀어붙여야 한다면 난 못하겠다.가 알려주지 않은 이유였는데… 4학년, 5학년, 6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아이는 여러 활동을 하며 자기 꿈을 키우는 동시에 학교의 여러 다른 모습을 보게 된 거 같습니다. 클양은 친구가 많지만, 시기받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 잘하는 애가 “이 책 정말 재밌는데 빌려줄까, 어제 읽은 책에서 나온 주인공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몰라...” 이런 얘기까지 하면 안된다는 걸 (이런 대화 통하는 친구 딱 1명 있습니다/ 근데 이런 얘기 안하고도 인간적으로 끌리는 친구들도 있다고.. ^^) 깨닫고 그런 얘긴 엄마와만 하게 되면서, 주변 중학교 언니 오빠들이 전하는 분위기를 보며, 뭔가 다른 학교에 대해 꿈꿨던 거 같습니다. 어느날 식탁에서 청심에 가고프다는 말이 나왔고, 아이랑 저랑 각각 학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는데(클양은 식단 ㅋㅋ, 교복, 동아리활동, 교과진행 방식 등등/ 엄마는 기숙사 적응, 졸업 이후, 학비, 교사진, 종교적 색채, 새로 바뀐 교장 등)…탐나는 곳이더군요.

 

실패해도 도전에 의의가 있다는, 지금 생각하니 참 위험한 생각으로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뭣보다 아이의 영어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여태 혼자 해 온 힘이 도전적인 과제를 만나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8월 말부터 시작되어 10월 말까지, 온라인 지원접수, 서류접수와 증거서류 제출, 1차 필기 시험, 2차 면접에 이르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걸 생각해보니, 6학년이 된 지금 뭘 대단히 준비할 건 없더군요. 어쨌거나 국제중 목표를 세운 그 날 이후 6학년 성적은 백점 행진. 5월말 리듬체조 발표를 앞두고 이틀에 한번 꼴로 강도 높은 훈련 받는 와중에도 공부할 거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아, 너 정말 가고 싶구나.

 

------------중략: 아이가 자신이 해온 것에 대해 시시콜콜 공개되는 걸 원치 않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미 다 보셨을거라 삭제합니다. 구체적인 상이름을 밝히지 않은 거 외엔 숨기거나 부풀린 부분 없었습니다.

사교육없이 잘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쑥쑥 내에서도 편안하지 못한 것이 느껴지네요 ;; (댓글과는 관계없습니다).-------------------------------------------------------------------------------------------    

 

자기가 하고픈 걸 자기가 선택하고 해가다 보니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도 스트레스 받거나 잘 지치지 않습니다. 늘 즐거운 일을 만들어낼 줄 알고, 독서를 통해  대화거리가 넘쳐나고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 거 같아요. 1차 자소서와 학업계획(미리 써가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나온 질문에 답해야하는) 준비를 하면서도 늘 생글거리고 있어서, 어려서 스트레스 덜 받으니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였더라구요. 겉으론 웃고 있었는데, 잘 할 수 있을까란 스트레스와 그 후 마음 졸이던 기다림이 몸에 이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자소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자 이렇게 저렇게 자기 초등 6년을 되돌아보며 글을 쓰고 고치고 해보는 과정은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는 어떤 사람이냐고 질문하며 돌아온 대답에 감동하고 생각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그것도 모두 성실하게 살아온 아이들이 14:1의 경쟁을 겪어야 하는 이 과정은, 과연 시작한 게 옳았을까… 여러 번 중간에 혼자 속을 끓이기도 했었답니다. 이 이른 입시가, 떨어진 다른 멋진 친구들에게도 앞으로의 더 큰 성장에 부디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클레어의 애기 때 별명은 천사솜털이었습니다.ㅋㅋ 이모들, 친척들 눈에는 말 잘 듣고 생글거리고 포근하고 착한, 요구하는 거라곤 책읽어 달라고 또! 또! 외치는 거 밖에 없는 또또공주였지만, 톰보이로 자랐던 수퍼액티브 왈가닥 엄마 눈엔, 너무 착하고 지나치게 조심성과 배려가 많은 관찰형, 놀이터에서 뛰어드는 아이들이 있으면 다 양보해버리는, 아구 저 놈 자식 이 험한 세상에서 어찌 키워야 하나 막막했던 애기였어요^^ 그런데 변하네요. 투지도 부릴 줄 알고, 힘든 운동도 즐길 줄 알게 되고 악악대는 남자친구들 단번에 제압하는 방법을 동생에게 자신있게 전수하기도 하는 ㅋㅋ

 

남들 학원다닐 때 운동하고 책 읽었어요. 그래서 자기가 이루고픈 것은 짧은 시간 집중해야 했었고, 자기가 목표한 바에 집중하는 습관은, 앞으로도 잘 다듬어가야 하겠지만, 클양이 지닌 큰 자산인 거 같습니다. 원하는 거를 알고 집중할 수있도록 주말은 온통 아이들과 쏘다니는데 보낸 거 같아요. 평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엄마의 역마살 때문이기도 하구요. 농장, 목장, 산과 바다, 생태체험,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 엄마 직장, 아빠 직장, 뮤지컬, 연극, 오페라, 콘서트…

뭘 배워야 해서 다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랑 주말만이라도 주어진 시간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움이지요. 삶의 여러 면을 보고 즐길 줄 알기를 바랬고, 그 가운데 길을 발견하기를 바랬어요. 앞으로도 교육현실이 어떻건 간에 내 울타리 안에선 그렇게 지내기를 바라는데… 많은 시간 기숙사에 가 있게 된다니… 벌써 마음이 쌩 합니다.

 

주절주절 분명 뒤돌아 주책이다 생각할 말들이 많겠습니다.

써놓으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또 엄마인 제 눈엔 여러모로 대견하지만, 그냥 밝고 자기가 하고픈 걸 그 때 그 때 열심히 하는 평범한 명랑소녀입니다. 청심중이 정말 좋은 학교인지 다녀봐야 알겠고 ^^ 자기 목표에 따라 준비가 되어있어도 지원조차 하지 않은 멋진 친구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에 있건 간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잘 적응해서 성장할 수 있는 학교가 좋은 곳이라 생각하구요, 남들보다 이른 입시 겪으며 선택한 이 학교에서, 대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의미있고 행복한 3년이길 바란답니다.

 

6년 동안 클레어 그리고 애나 영어의 등대와 거울이 되어준 쑥쑥 초등게시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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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재아빠
  • |
  • 2012-11-10 20:55
답댓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역시 아이들은 엄마 머리 닮는구나.ㅎ

 

이제 시작일뿐입니다..

남자 조심시키시고. ㅋ

첫학기 Geometry 신경쓰시고 .( 미국으로 치면 중3 고1/2 수준 바로 들어감 )

 

제가 제 일처럼 너무 기쁘네요. !

제가 그럴줄 알았습니다. 앤스로폴로지는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해 주실때 제가 알아 봤다는. ㅋ

 

가평에서 즐거운 중학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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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2-11-10 23:23
만재아버님, 잘 지내시죠~? 예전에 뵙던 분들 다시 이렇게 오셔서 축하해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하고, 조언도 고맙습니다 ㅎㅎ 기하학이 갑자기 어려워지는군요. 그 분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뒷통수 맞지 않게 해야겠네요. 과학이 많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고... 여하튼 애가 오리엔테이션 이후 바짝 군기가 들었어요ㅋ 머리는 애 아빠가 자기 닮았다고 박박 우기는데.. 다른 건 몰라도 부디 남자 관련해서는 제 DNA룰 가졌길 바라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신공 ㅋㅋㅋ

그 때 한번 뵜던 때가 굉장히 오래 전처럼 느껴지네요, 애들 크는 거 보면 이상하지도 않지만...
밝은 눈빛이 비상하던 만재군도 잘 자라고 있지요 ?
간만에 뵈어서 반갑고, 함께 기뻐해주시는 힘 받아 좋은 출발 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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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리사
  • |
  • 2012-11-09 20:05
답댓글

  앤쓰님, 축하드려요~~^^

 명문 학교라 학생 보는 눈이 있구먼요.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어 참 잘됬어요.

 아들 녀석이 축하한답니다.^^  그리고 부러운가봐요. 자기는 왜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면 안되냐고 하는데요. 좋은 대학교 가라고 했어요.

 경쟁이 심하겠지만, 오히려 주도적으로 공부해온 클양에겐 더 유리할거예요.

 클레어 화이팅 !! 그리고 앤쓰님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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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2-11-09 22:53
멜리사님, 잘 지내셔요? 언제 예쁜이를 보시는 건지 ^^ 멀리서도 축하 감사합니다.
우종인 어디서든 잘 할 텐데요, 뭐^^ 원하는 곳에서 좋은 자극 받을 거라 기대는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많지요, 주중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부터...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번이 밀레니엄 베이비들이어서인지, 붙은 아이들도 떨어진 아이들도 역대 최강이었다고... 두자리수 등수에 익숙하지 않을 여러분 중 누군가는 90등이 될 거고 누군가는 100등이 될 거라 하는 말씀에... 클양 숨 멈추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어요 ㅋㅋㅋ 엄마는 두시간마다 뭐 먹어야 하는 너 간식이 더 걱정이다(매점 음식은 싫오요..) 했더니, 실은 자기도 그렇대요 ㅋㅋㅋ 우종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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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은엄마
  • |
  • 2012-11-09 17:51
답댓글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특히 말씀중에 궁금하게 해주고 온힘을 다해 해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지도하셨다는 말씀이 크게 동감이 되네요. 저도 궁금하게 해주고 항상 성실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가르치고 소망하거든요. 단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저도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구요. 하지만 아이가 좀 더 큰 다면 온 힘을 다해서 이루어 내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요. 그것만큼 사람에게 큰 힘이 되는 것도 없으니까요. 주옥같은 말씀 자주 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클양의 중학생활도 가끔 들려주신다면 정말 좋겠어요. 제가 너무 욕심이 많죠?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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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2-11-09 22:47
은이어머니~~ 잘 지내시죠? ^^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성실함, 소명에 대한 의식, 노력의 댓가가 주는 기쁨... 그죠^^ 성적이 좋아지는 것보다 그런 걸 조금씩 터득해가는 게 보일 때, 정말 기쁘더라구요.
뭐, 그래도 아직 어린애네요. 졸업여행 다녀와서 곧바로 동생하고 투닥거려서 디립다 혼났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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