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경, 하늘, 고원, 황우.. 이 아이들과 벌써 여섯 번째 시간을 갖게 되네요.
아이들이 먼저 수학을 하자고 했어요. 특별히 백경이가 처음으로 나서서 제안을 했어요. 지난 시간에 배운 자연수의 성질 중에서 짝수 + 홀수에대해서 다시 확인시켜 주었고, 자연수의 곱하기 성질도 알려줬어요. 아이들이 이번에는 전혀 헷갈려 하지 않더라고요. 지난 시간에는 짝수 + 홀수에대해서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짝수의 일반 꼴이 2 X ▥라고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를 했어요. 그리고 홀수의 일반 꼴이 2 X ▥ - 1 이라는 것도 이해를 잘 했고요. 그런데 홀수 X 짝수가 짝수가 되는 것을 증명하는 문제에서 2 X ▥ X (2 X △ - 1)을 분배법칙으로 풀어내는 것이 있는데.. 아이들이 이 표현을 보더니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갑자기 △가 나오니까.. 아까 네모는 뭔지 알겠는데, △는 뭐냐고 따져 물어요. 그래서 2에다 네모를 곱하든 세모를 곱하든 동그라미를 곱하든 짝수가 될까? 홀수가 될까?를 물어봤죠. 그리고 아무 수에나 2를 곱하면 짝수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죠. 알려주는 방법은 황우에게 아무 숫자나 대 보라고 하고, 거기에 2을 곱하면 얼마냐고 물어요. 그러면 짝수인지 홀수인지 알려 달라고 하죠. 아이들은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해요. 2를 곱해서 짝수가 안 나오게 할 수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니까.. 있을 수 없다고 그래요. 그래서 갑자기 세모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문제는 분배법칙인데 아이들이 이걸 알 리가 없죠. 그래서 왜 그런지를 설명해줬죠.
3 X (3 + 2)를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해줬죠. 이건 3 X 5를 해서 구할 수도 있고, 나눠서 3 X 3 + 3 X 2 를 구할 수도 있다고 했죠.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문제를 냈어요. 먼저 해볼 사람 손들라고 하니 황우가 먼저 손들었어요. 완벽히 이해하고 풀더라고요. 반면 나머지 아이들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황우는 답답해 죽으려고 하고요. 한 명씩 붙잡고 문제풀게 하고 설명을 해줬어요. 그랬더니 이제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더 어려운 문제를 내보겠다고 하니까 황우는 자신 있어 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안돼요를 합창했죠. 2 X (2 + 3 + 4)를분배법칙으로 풀어낼 수 있냐고 하니까 황우는 자신 있게 풀었어요. 고원이는 2 X 2 + 2 X 3까지만 하고는 다 했다고 했어요. 이전 문제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를 못한거죠. 또 설명해 줬죠. 하늘이도 긴가 민가 하면서 잘 못 풀길래 조금씩 힌트를 주었죠. 백경이는 숫자를 푸는데 벌써 글씨가 아주 조그맣고 흐리게 써요. 글 쓰는 폼이 자신이 없어 보여요. 손에 힘을 주고 똑바로 쓰라고 했죠. 그렇게 3번을 다시 쓰게 했어요. 이후로는 아주 자신 있는 필체로 쓰더라고요.
분배법칙에 대해 설명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약 20분을 보낸 거 같아요. 그리고는 암기 게임을 했죠. 동물 이름을 생각하고 자기 순서에 그걸 말하는 것이고, 다음 사람은 먼저 말한 동물 이름을 차례대로 암기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동물 이름을 대는 것이죠. 2바퀴를 돌았어요. 고양이, 사자, 호랑이, 개, 토끼, 곰, 뱀, 하마, 독수리.. 고원이가 제일 먼저 탈락했어요. 탈락하고 나서는 다른 아이들을 잘도 가르쳐주더라고요. 훈수 두는 거죠. 너는 그렇게 잘외우면서 아까는 왜 틀렸니 하고 물으니 게임의 방법을 잘 몰랐다는 거에요. 그래서 암기력이 좋다고 칭찬을 해줬죠. 잘못하면 혼자 탈락해서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놀랍게도백경이가 제일 자신 있어 했어요. 계속 하자는 거에요. 다른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돌아오길 겁내 했는데 말이죠.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 중간에 그만 두었어요.
그리고 10분 동안 고전읽기를 했는데, 놀랍게도 이틀 만에 하늘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책을 다 읽었어요. 어떻게그렇게 읽을 수 있었냐고 물으니 학교, 집에서 틈틈이 읽었다는 거에요. 재미있어서 읽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하늘이는 읽던 책을 마저 읽도록 했고 나머지는 책을 서로 바꿔서 읽으라고 했죠. 그랬더니 백경이는 소극적인 탓에 읽고 싶지 않은 책.. 지킬 박사와하이드를 마지 못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자기만 고르지 못했다고 엄청 서운해 하는 거에요. 적극성이 떨어져서 원하는 것을 못 얻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남 탓을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고 했어요. 그럼에도 결과는 똑같았죠.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무서울 것 같아 싫다는 거예요.
그때 고원이가 해저 2만리를 백경이에게 주고 자신은 엄마가 사준 작은 아씨들을 읽겠다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참 기특하죠. 그런데 작은 아씨들은 완역본이어서 두께도 두껍고, 글씨도 많고 작았어요. 이런걸 도전하다니.. 박수쳐주자고 해서 큰 박수를 함께 쳐주었답니다.
하늘이는 자기만 못읽은 걸 알고는 주눅들어 하는 것 같아서.. 책읽을 때 빨리 읽는 것,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고원이가 냉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한 거죠.. 라고 대꾸를 해요. 자연스럽게 읽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제가하늘이 집까지 바래다 주면서 많이 읽는 것이 중요치 않고 즐겁게 읽으라고 또 일렀어요. 아이들의 감정과정서에 상처가 없도록 늘 조심해야죠.
아이들이 얼마나 정숙하고 읽는지 놀라울 따름이에요. 오늘은 고원이가 읽다 말고 자기 방에서 읽어도 되냐고 묻길래 안 된다고 했죠. 무슨 의도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죠. 아무래도 부피가 크고 작은 글씨의 책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고원이는 작은 아씨들을 38페이지 읽었고, 황우는 돈키호테를 40쪽, 백경인 해저 2만리를 무려 77쪽까지 읽었어요. 하늘이는 보물섬을 168쪽에서189쪽까지 읽었어요. 정말 놀라운 집중력이죠.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얼마나 빨리 잡힐 수 있는지 이걸 보면 알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 영어는 지난 시간에 했던 단어카드로 게임을 했죠.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제가 힌트를 아주 크게 주죠. chirp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 1번 짹짹 소리 내다. 2번 수영하다.. 뭐이런 식이죠. 그럼 당연히 맞춰요. 아이들은 1, 2번 보기만 줘도 뭐가 좋은지 깔깔대죠. 학습에서는 못한다는 느낌을 없애고, 조그만 것에도 성취감을 주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몰라요.
The very quiet cricket 원어민 음성을 4번쯤 반복해서 들려 주었어요. 영어가 잘 들리냐고 물으니 잘 들린다고하네요.
아쉬움 속에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제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답니다.
함께 집까지 가는데 분배법칙이 너무 쉽다면서.. 수학이 재미있다고해요. 그리고 책 읽는 것도 즐겁고.. 선생님과 수업하는게 좋다네요.
어두워진 거리를 걸으면서 참 보람 있는 하루라는 생각을 했죠.
너희들이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그런 상념에 잠겨있었죠.
습관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주3회로 늘릴까 고민이에요. 그리고 습관이 잡히면 그때부터는 점점 줄여나가야죠. 그리고 완전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할 것이고요. 교사의 역할은 교사가 없을 때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궁극에는 사라져야 할 존재이고, 그냥 아이들 마음 속에 존해야하죠. 마치 제자로 하여금 하산 하도록 권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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