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저희집 풍경입니다.
작은 아이(8세)가 "엄마, 까페 분위기 해보자!"하는 겁니다.
작년 가을에 이사온 후, 간혹 거실에 보조등을 켜고 온 가족이 소파에 둘러앉아 녹차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할로겐 노란 불빛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나봅니다.
사실 저희집은 개구쟁이 아들 둘이 살기 때문에 한시도 조용할 때가 없습니다.
집안이 조용할때는 두 아이 중 한명이 밖에 나가 있을 때입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대화가 두번만 오가도 바로 말싸움에서 몸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늘 화약고와도 같습니다.
다행히 작은 아이가 그런 제안을 했을때 큰 아이는 방에서 책을 읽고 있어 조용했습니다.
남편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를 해서 피곤에 쩔어 자고 있었구요.
작은 아이가 씽크대를 뒤져 녹차통과 녹차 주전자와 찻잔을 꺼냈습니다.
저는 주전자가 깨질라 아이를 뒤따라 갔구요.
물을 올려놓고 녹차 주전자안에 녹차 가루를 넣었습니다.
뭐든지 유심히 보는 작은 아이가 녹차 주전자안에 그물망이 원래부터 있던 것인지 새로 사온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마침내 물이 끓어서 주전자 안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 사이 작은 아이는 거실의 불을 다 끄고 노란빛 보조등만 켰습니다.
그리고 탁자 위를 치우고 봄꽃이 활짝 핀 작은 화분을 올려놓았습니다.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낭만적일까?' 속으로 신기해하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쟁반위에 녹차 주전자와 찻잔 두개를 올려놓고 거실 탁자로 향했습니다.
음악이 필요해서 핸드폰에서 피아노 곡을 검색해서 틀어놓았습니다.
야아~ 이제 완벽한 까페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아이와 저는 너무 행복해서 그 평화를 즐겼습니다.
녹차를 한모금 마신 아이는 맛이 쓰다며 냉장고로 향하더니
금새 아이스크림 두 그릇을 담아서 수저와 함께 들고 왔습니다.
저는 작은 아이의 센스와 서비스에 놀라 행복한 탄성을 질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둘에게 참으로 잊을수 없는 추억이 또하나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먼 훗날에도 이리 엄마와의 티타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이가 속썩이고 말안듣더라도 오늘의 이 시간을 기억하며
아이를 여전히 소중히 여길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잠들기전에 작은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엄마가 화내지 말라고 이렇게 해준거야.
엄마는 늘 잠들기전에 우리한테 화내쟎아. 떠들지 말고 얼른 자라고."
아이의 속깊은 말에 또한번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볼에 뽀뽀해주자 아이는 잠시후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두 아들 육아로 제 심신이 굉장히 지쳐있답니다.
지난 주에도 교회에서 많은 분들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중에 기적같은 순간들이 찾아오네요.
말 안들을때는 그렇게 밉던 아들들이었는데
오늘은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았나 싶게 이쁘고 사랑스러워지네요.
인생은 대부분 힘든 일 투성이지만
이렇게 잠시 잠깐의 기쁨덕분에 또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되나봅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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