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작은 아이가 언니랑 투닥대는데 제 보기엔 작은 애가 잘 못 한 것 같아 혼을 냈어요.
왜 언니한테는 뭐라 안 하고 자기만 가지고 그러냐고 억울해서 펑펑 우는데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서 잘못한 부분을 혼냈지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제가 화가 많이 났었어요.
어제 청소하다가 우연히 아이의 수첩을 보게 되었는데
자작동시가 있더라구요.
싫은 날
000
엄마한테 혼나고
아빠한테 혼나고
언니와 싸우던 날
이 때 내 기분은
이 때 내 기분은
퍽 상해있을 거예요
어쩔때는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생각해 볼 때도
있습니다
보는 순간 웃음과 먹먹함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얼굴은 웃고 가슴은 철렁했다고 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속상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뭐 이런 걸로 이런 시를 지었나? 웃기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이런 걸로도 자신의 존재의 의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 싶어 겁도 났답니다.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주어도
더운데 땀 나도록 안아주어도
이해받지 못한 순간에는 작은 세상이 흔들립니다.
작은 구덩이라도 깊이라는 게 있고 저마다의 바닥 끝은 절망이겠지요.
아이의 순순한 시가 엄마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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