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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웃긴데 가슴 철렁한...

  • 빨강머리앤
  • |
  • 2013-07-18
20

엊그제 작은 아이가 언니랑 투닥대는데 제 보기엔 작은 애가 잘 못 한 것 같아 혼을 냈어요.

왜 언니한테는 뭐라 안 하고 자기만 가지고 그러냐고 억울해서 펑펑 우는데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서 잘못한 부분을 혼냈지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제가 화가 많이 났었어요.

어제 청소하다가 우연히 아이의 수첩을 보게 되었는데

자작동시가 있더라구요.

 

싫은 날

          000

엄마한테 혼나고

아빠한테 혼나고

언니와 싸우던 날

 

이 때 내 기분은

이 때 내 기분은

퍽 상해있을 거예요

 

어쩔때는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생각해 볼 때도

있습니다

 

 

보는 순간 웃음과 먹먹함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얼굴은 웃고 가슴은 철렁했다고 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속상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뭐 이런 걸로 이런 시를 지었나? 웃기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이런 걸로도 자신의 존재의 의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 싶어 겁도 났답니다.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주어도

더운데 땀 나도록 안아주어도

이해받지 못한 순간에는 작은 세상이 흔들립니다.

작은 구덩이라도 깊이라는 게 있고 저마다의 바닥 끝은 절망이겠지요.

아이의 순순한 시가 엄마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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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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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아이와
  • |
  • 2013-07-19 10:33
답댓글

저도 아이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었는데

제가 몰랐던 아이의 생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표현은 다 안해도 이제 컸다고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네요 엄마 아빠에 대한 서운한 감정들이나

일상 생활 중에 느꼈던 작은 불만들을 써 놓은 걸 보았거든요

내 아이라고 아직 어리게만 보았는데 이젠 말조심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위의 시는 너무 귀여운 걸요 아이의 예쁜 마음으로 쓴 글이라 전 엄마의 먹먹함 보다는

마냥 사랑스러운 아이로만 읽어지니 ㅋㅋ 앤님 마음을 너무 몰라주나요 ㅋㅋ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성장한다는 걸 요즘 느낍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을 고민하고 노력하며

이렇게 엄마도 함께 크는거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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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3-07-19 22:45
엄마가 아니면... 또다른 길에서 다른 헝태의 성숙함을 얻어가겠지만...엄마라서 공부가 새로이 되는 것이 신기하더라구요. 학과공부도 이제보니 재미있고 인생공부도 역시...
엄마라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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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서우맘
  • |
  • 2013-07-19 07:31
답댓글

정말 웃음도 나지만 철렁하기도하셨을거같아요^^;;;

그래도 시로 마음을 달래는 참 이뿐아이네요

이해받지못한 순간에는 작은 세상이 흔들린다는, 작은구덩이라도 깊이가 있다는 앤님의

말씀이 참 마음에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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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3-07-19 22:42
네... 사실은 웃음이 먼저 났고 철렁은 한 삼초쯤 뒤에... ㅎㅎ
참...기발하고도 타구공 같은 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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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밀레
  • |
  • 2013-07-18 22:56
답댓글

시로 저렇게라도 표현했다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시도 정말 잘썼네요

우리 아이도 지난번에 저런 비슷한 말을 저에게 한적이 있었는데

그냥 듣는 순간 멍했어요~

철렁하기도 하고~자기도 엄마한테 미안했는지 바로 반성하더라구요

저도 반성하고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리고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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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3-07-19 22:39
생각보다 아이 입장에서는 벼랑으로 몰린 기분이었나... 싶어서 철렁했어요. 아직 세상 경험이 없으니 우리에겐 작은 것도 아이에겐 큰 것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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