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의(?) 전업주부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는 절반 이상이 워킹맘인 것 같더라구요.
길거리에 어른은 별로 돌아다니지 않고 아이들만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길래 작년에 이사와서는 참 이상타.. 했답니다. 지금은 익숙한 광경이어서 그닥 이상한 줄 모르겠구요.. ^^
저희집 아이들은 친구들를 집에 잘 데리고 옵니다. 잘~~ 정도가 아니라 심하게 자주.. 데리고 옵니다.
어떤 날은 두 팀 (큰 애. 작은 애)이 만나기도 하구요. 두 팀이 섞여 놀기도 하구요.
대부분 워킹맘을 엄마로 둔 아이들이에요.
그 친구들 집으로 가도 되지만 작은 아이 같은 경우는 3학년이라 불안해서 저희 집으로 데리고 오라 합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도 없는 집에서 친구랑 라면을 끓여 먹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또 한 번은 엄마 없는 친구네서 노는데 친구 하나가 다쳤다고 해서 전화받고 제가 뛰어나갔던 적도 있어서요. 친구 있다고 택배도 문 덜컥 열고 받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해요.
한 달에 추가되는 아이들 간식값이 방과후 수업 하나 더 들을 정도 되겠네요.
엄마들 대화 속에서 (저는 주로 전업주부인 엄마들과의 대화가 많아서..) 그럴 경우 워킹맘들이 알아서 감사의 표시를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 그런거구나.. 고개 끄덕였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와서 놀고 가고 울 집 간식을 바닥을 내도 전혀 아깝지가 않더라구요.
처음엔 먹을 것을 줘도 감사 인사도 없이 먹던 아이들이 올 때마다 가르치고 했더니 이젠 잘 먹겠습니다.. 하며 인사를 해요. 과일도 우유도 집에선 편식하며 안 먹는 아이가 친구 엄마가 하나라도 먹어봐~~! 하며 주니 억지로라도 한 입 먹기도 하구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재잘 재잘 떠들면 우리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친구들과 지내는지 알게도 되고 적어도 우리 집에서 보내는 시간 만큼은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안심도 됩니다.
워킹맘들이 알아서 감사의 표시를 해 줄 필요는 없겠다 싶어요.
저희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비 오는 날 엄마가 우산을 들고 마중와야 한다던가. 배 고플 때 엄마가 당연히 간식을 줘야 한다던가. 가방이 무거우면 엄마를 불러야 하는 뭐 그런 것들 말이죠... )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요.
방학이어도 오전에 엄마가 내 준 숙제를 하며 집에 있다는 친구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자극 받지 않겠어요?
아마 그 아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겠지요. 엄마가 집에 있는 아이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보면서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반성할 수도..
사회성. 창의력 키운다고 캠프도 보내고 여러 학원들도 보내고 그러잖아요. 그냥 한달에 그만큼의 간식값만 들이면 더이상 좋을 수 없는 경험들을 하게 된답니다.
베풀고자 함도 아니고 워킹맘에게 생색내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아이가 친구들과 더불어 행복함을 느끼고 즐겁게 지내면서 다양한 환경의 친구들을 보고 간접경험하고 역지사지를 해보는 것.. 이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던가요...
쑥쑥맘들은 안 그러시겠지만... 간혹 속 좁은 동네 아줌마들.. 마치 전업주부가 이상적인 엄마인양 여기고 워킹맘들 아이들이 들러붙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들은....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거예요.
더불어 사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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