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녁 아들의 고백 문자가 날라왔어요. " 나 머리 염색함."
제게 떠오르는 첫 생각은 무슨 색인지가 아니라 "지금 시험 기간 아닌가?" 였어요.
이제 곧 시험이 시작되서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고 예상 중 받은 문자라 한 3초간 어안이 벙벙.
바로 재공격이 오더군요. "빨강색." (그 눔은 "빨간색"이라고 타자 쳤고요.)
아마 미리 선수 쳐서 공항에서 엄마 아빠의 충격을 줄이려는 속셈이겠죠.
"정신이 나갔냐?" 라고 하려다가 한 숨 가라앉히고. "사진 좀 보내봐." 억지로 점잖은 척.
그 다음 연속, "시험 시험 기간 아니니?" "시험 끝나고 하지." 속내를 말했지요.
한참 있다가 사진이 왔어요. 정말 물감 같은 빨강은 아니고
미국인들이 부르는 red hair는 밝은 갈색 또는 짙은 오렌지인데
햇빛을 받을 때 어떤 각도에서 보면 붉게 보여서 red hair라 합니다.
예를 들어 빨강머리앤 (Anne of Green Gables)의 Anne이 빨강머리인데
거기서는 머리가 빨갛다기 보다 피부 색부터 머리칼까지 전체적으로 옅은 색인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멜라닌 색소가 보통 사람보다 적어 희고, 섬세해 보이죠.
그건 장점으로 묘사할 때이고 신경질적이거나 약해 보이는 편입니다.
한국인 중에서는 제가 그런 편이라 어려서부터 별명이 튀기였어요.
아들이 저를 닮아 머리도 노랗고 피부도 흰데 뭣하러 염색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저도 평생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염색을 아들놈이 했다네요.
말로는 시험은 다음 주 시작이고 염색은 며칠 전 한 모양입니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지 말고 지식으로 적시면 안되겠니....? 쩝.
정신 빠진 아들눔과 억지로 참는 엄마 사이의 대화 관람하셈.
"이쁜놈아, 공부가 제일 중요한 건 알지? 고교 때랑 달리 성적이 평생 따라 다녀. 인턴, 취직, 대학원..."
"당연 알지"
"그래 너를 믿어. 의무를 다 하면서 인생 즐겨라. 사랑한다, 아가야."
"넹~~"
눈치 없는 이 녀석이 지금 엄마가 화난 줄 모릅니다.
이상 안젤리나 엄마를 흉내내다 복장이 터진 여인이었습니다.
아이고, 어이가 없네...... 애 아빠가 머라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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