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아니, 아이와 함께 살면서 제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 가를 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바라는 대로 커 줄지도 의문이지만, 제 바램이 아이의 생각과 같을지도 아직은 잘 모르지만요.... 현재까지의 제 생각은, "자립적이고, 자발적이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불어 넣는 아이" 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안에는 지적 호기심도 포함되지요. 자발적이고 자립심이 있고 또 지적 호기심도 있는 아동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할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공부도 알아서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그럴 텐데....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게 어떤 하나의 교과목으로 된 것도 아니고 학습지나 과외를 통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현재 저는 나름대로 이런 방법을 씁니다. 아이가 던진 질문을 좀 더 구체화시켜서 다시 돌려주는 거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는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기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 것의 실체를 분명히 하고 싶어서 질문을 할 때도 있잖아요....그런 식입니다. 예를들면 이런 경우에요. (제가 인용한 이 상황은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 것과는 별개 처럼 보이지만 평소의 일상 대화를 통한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보여 드리려구 뽑았어요. 그리고 바로 어제(그제가 되었군요) 일이라 까먹기 전에 얼릉!) (상황 1) 엄마의 질문 학교서 급식을 하는 데 서로는 항상 젤 늦게 나와요. 천천히 먹고(남기는 것 보다는 천천히 다 먹는 게 낫다나 뭐라나) 슬렁슬렁 집에 오면 월수금 같은 날은 금방 영어 학원 갈 시간이 돼요. 그때까지 30분이나 남았을까.... 보통은 컴퓨터 게임을 잠깐 할 시간 밖에 되질 않죠.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30분 남은 그 시간동안 짬을 내서 자전거 타는 거 연습을 하겠다고 하면서 결국 자전거를 끌고(타진 못하니까)학원차 기다리는 주변에 서 있었어요. 갑자기 저를 쳐다보며, "엄마, 나 크면 홍콩 갈래" 합니다. "홍콩?.... 왜?" (질문 1) "만화보러! 세계의 만화를 다 볼꺼야." "홍콩에 가면 만화를 볼 수 있어?" (질문 2) "응! 누가 그러더라." "근데 왜 만화를 보러 가?" (질문 3) "내 꿈이 만화가 잖아. 만화를 많이 봐야지...." 그러다가 갑자기 까르르 웃으며 하는 말, "엄마, 내짝 엄마는 안 물어 본다" "엉? 무슨 말이야?" "내 짝이 자기 엄마 한테 크면 나랑 홍콩 간다고 하니까 왜 가냐고도 안 물어보고 그냥 '그래!'하는 거야. 너무 웃겨......허무 개그 하는 것 같았어" 서로는, 친구 엄마가 딸이 한 말에 대해 아무런 질문을 안 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던 지 그 상황을 재현하는 역할극까지 했습니다. (저로선 아이가 그토록 재밌어 하는 게 더 신기하더군요.) 제가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질문조로 대화를 하는 게 습관(패턴)이 되어서 저의 아이도 자기 의견을 말하거나 할때 꼭 그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생각을 할 때는, 항상"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는 것 같아요. 저의 질문을 받게 되면 바로 답을 하는 걸 보면요. 제가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수학적 사고"의 형성을 위한 것 이기도 합니다. (수학이 단지 '수리적인 것'만은 아니지요?) 질문을 받게 되면 자기 내부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의 생각을 점검(반성)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되도록 즉각적인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도 "엄마, 왜?"하는 질문을 각오해야 합니다. 앞 뒤 안 맞는 거짓말을 하면 금세 들통이 나죠...ㅠ.ㅠ 제가 요즘 시달리는 질문은 '무한대'에 관한 것이예요. (상황 2) 아이의 질문-무한대는 얼마나 클까? 서로가 수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6세 초기), 1,2,3,....을 세는 것을 함과 동시에 그것을 수직선에 그려 주었어요. '0'을 가운데에 두고 오른 쪽에 1,2,3,....그리고 왼쪽에 -1, -2, -3...을 써 주면서 이 경우에 '-'는 0의 왼쪽에 있는 수들에 붙이는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크기도 점점 작아진다고 하구요... (엘리베이터와 연관해서 설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자연수를 표시하다보면 수가 점점 커지잖아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오른쪽으로 가면 수가 계속 커지는 데 아주아주 계속 가면 더 커지고 그러면 무한대로 커지지." 라고 했었습니다. 서로는 언뜻 비친 이 말을 붙들고서 그후 2년 가까이 '무한대'와 싸우고 있습니다. -엄마, 사람들이 한 백명쯤 모이면 무한대지? ...아니, 더 커. -엄마, 이 세상 사람들이 전부 모이면 무한대지? ...아니, 아직도 멀었어. -엄마, 그럼 우리 동네 아파트 창문을 다 모으면 무한대야? ...아~니. -끄응...그러면 엄마, 베란다 창문에 있는 (방충망을 가리키며) 저 구멍들을 지구상에 있는 집집마다 다 모으면? ...그래도 아직 멀었어. 그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어 보더군요. 아직도 그 질문은 끝나지 않았는 데 어제는, "엄마, 만약에 책 같은 거를 아주 아주 작게 자르면, 개미가 보아도 안 보일만큼 작게 자르면, 무한대야?" 하고 묻더군요. "잘라서 개수를 세는 거야, 아니면 그 크기를 말하는 거야?" "개수." "음....'개수'로 말하면 아직도 멀었단다.^^" 전에는 "아직도 무한대가 되려면 멀었어. 그리고 무한대는 수가 아니고 아주아주 커지는것을 말해" 라고 하면 신경질을 내더라구요. "아휴!! 왜 무한대가 아직도 안 끝나??" 하면서 말이죠. ^^ 어떻게든지 무한대보다 큰 수를 만들기 위해서 이것 저것을 합해보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이제는 잘게 잘라보네요. 아주아주 잘게 자르면 그것들의 수가 무한대 보다 더 커지나 싶어서.... 지적 호기심을 키우려고 하는 제 방법은 사실 별거 아닙니다. 아이가 하는 말에 되도록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하는 질문에 대해 질문을 불식시키는 명확한 답을 하는 대신에 되도록 뭔가 여운을 남기는 것.... 그래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제가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한가지 배운 것은, "왜?"라고 질문하는 것 입니다. 서로가 그랬듯이 다른 아이들도 나름의 질문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 질문들이 표면화 되어서 아이가 자기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스스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엄마가 적절한 질문을 던져 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도 안 들고, 무겁지도 않고...괜찮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