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아이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교육열 높은 엄마들 보면, 공부에 한 맺힌 사람같이 보였고요.
그래서 그냥 노부영 몇 권만 사서 기어다닐 때부터 가끔 틀어주고
재택 근무 하느라 종일 영어 디비디만 보게 하는게 다였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어린이집을 다녔고
일년에 두 번 ORT CD를 주고 집에서 들으라 하는데
작년 봄에 받은 것은 이리 저리 굴리기만 했고
가을 부터는 차 안에서만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그 내용을 따라하더군요.
그래도 워낙 게으른지라 한동안 그 씨디만 공부시켰습니다.
그러다가 4살이 된 올 봄 남편이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는
다른 애들은 다 학습지를 하니 우리도 해야되는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때만도 저는 역시 조기 교육은 공부에 한맺힌 엄마만 하는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도 남편이 뭐라 하니 이것저것 체험수업을 해보고 튼튼영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비싼 책을 산 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많은 책을 한꺼번에 산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하여간에 돈을 많이 썼으니 이제부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도착하니 아이가 정말 좋아하더군요.
계속 엄마 이거 읽어주세요, 엄마 이것도 읽어주세요......
한없이 졸라대니 오자마자 18권을 전부 읽어줬습니다.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계속 계속 18권을 다 읽어줬습니다.
그냥 읽어줬을 뿐인데
일주일이 되자 아이가 어느정도 책을 다 외우더군요.
한 달이 되어가니 책을 줄줄 외우고 더 이상은 안 보려 해서
ORT 및 삐아제 영어 동화 등 다른 책들을 구입해서 봤습니다.
그런데 값이 싼 만큼 내용에 있어서 튼튼보다 만족도가 떨어지더군요.
ORT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너무 쉬운 단계를 잘못 샀고
The magic key라는 DVD도 함께 샀는데 아직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달만에 튼튼 2단계로 넘어갔고
또 한 달만에 다시 3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어렸을때부터 공주 DVD에 푹 빠져 지냈기에
영어에 대한 욕구가 엄청 강합니다.
아마 영어는 공주들이 쓰는 언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엄마랑도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그동안 배운 단어를 나열해서
Mom! daddy sleep, go, wake up!이라 하더군요.
아는 단어 나열뿐 아니라 엉터리로 지어서라도 자꾸 영어로 말하고 싶어 하는데
제가 더 이상 능력이 안되어서
교포를 집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시간씩 놀아주고 시간당 2만원입니다.
처음에는 영어로만 말하는 환경에 적응이 안 되어 한동안 말을 안 했었습니다.
수업 방식을 다양하게 바꿔본 결과 한달쯤 지난 지금
말문이 약간 트이는군요.
튼튼영어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딸려서 스토리 텔링은 전혀 못 하더군요.
발음도 R발음과 L발음 구분 전혀 못해 반대로 말하는건 보통이고
틀린 영어가 계속 나오는데 열받아서 2단계 하는중에 그만 오라 했습니다.
남은 책들은 지금 교포가 친절하게 스토리 텔링 잘 해주고
평소에는 엄마와 매일 저녁 빠짐없이 튼튼 18권+한국 동화책 3~4권 한글책 1~2권을 읽고 있습니다.
1년전 저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열심히 사는 엄마로 변모했습니다.
조금 더 커서 한국어를 아주 잘 하게 되면 영어가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특히 남들 앞에서는 잘 안 하게 된다고 하는데
제 아이만은 제발 그 때가 늦게 왔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가 다시 게을러지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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