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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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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바지와 삼베바지

  • 수경샘
  • |
  • 2014-07-02
28

홍박샘이 깔아 준 멍석에 털썩 주저앉아 내 앞에 놓인 이야기보따리를 뒤적입니다.

오늘은 어떤 재료가 손에 잡힐는지...

앗, ‘명주바지와 삼베바지’가 걸려들었네요!^^

 

‘명주바지 고르려다 삼베바지 고른다, 적당히 하렴~’

 

제 친정할머니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세월이 꽤 흘렀건만, 여전히 귓전에 맴도는 듯합니다.

언제 들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제가 혼인적령기가 되어 배우자를 고르는 데 워낙 까탈을 부리니,

보다 못한 할머니께서 제게 주신 충고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어쩌면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인지도 모르지요. 하다못해 밥 한 숟가락을 먹어도 밥상위에 놓인 반찬을 골라야 하니까요.

어떤 선택이냐에 따라 때론 머리카락이 쭈뼛 서기도 하지요. 과연 최선일까?

나의 분신인 ‘내 아이’를 위한 선택은 어떤가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아이를 ‘최고의 걸작’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에게나 다 마찬가지니까요. 최고의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엄마들의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제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수학에 위기를 맞게 되었지요.

사실, 저는 선행학습을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라 학교공부만 잘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갑자기 어려워진 수학이 싫다는 거예요.

아직 마라톤은 시작도 안했는데, 초장에 주저앉겠다고 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위기탈출을 위해 방학동안 보충을 하기로 결정하고 학원들을 수소문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주변에 유명하다는 수학학원들을 방문했고, 마지막으로 소수그룹으로 운영한다는 수학공부방을 추천받아 찾게 되었습니다. 마침 동갑내기 아들의 수학학원을 바꿔야 한다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갔습니다.

 

여선생님 한 분이 중등, 고등생을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각기 다른 학년의 학생들을 동시에 그것도 한 방에서 지도한다니 몹시 의아했습니다.

선생님이란 분은 가닥가닥 염색한 긴 생머리에 노란색 야구캡을 눌러쓰고 허벅지와 무릎이 내보이는 너덜너덜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 길게 기른 손톱은 마치 무지개를 연상시키듯, 온갖 색깔의 매니큐어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길게 붙인 속눈썹은 눈을 깜빡거릴 때 마다 주체하기 어려운 듯 무거워 보였고요.

‘헉! 이 여자가 수학선생님??!!!’

아마 날씨라도 궂었으면 ‘야구모자 쓴 마녀’로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약 30여 분간의 상담 후,

딱히 첫인상이 내 타입은 아니었지만,

한참 여자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하던 시기의 우리 아이한테는 충분히 매력이 있을 법한 그녀에게 딸아이를 맡기기로 결심했습니다. 탄탄한 경력과 수학에 대한 열정, 무엇보다도 그녀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이 선생님이라면 우리 아이의 수학을 잡아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함께 갔던 제 친구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지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 딸아이는 지금 ‘공과대학 4학년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배움’이란 무엇보다도 본인에게 흥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철들기 전까지는 ‘자기주도 학습’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자기주도 학습’을 잘 하고 있다면, 어머니께서 전생에 우주를 구하신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우주가 어물전의 생선처럼 죽~ 널려 있는 것이 아니니 내 차례까지 왔었겠습니까?

내가 전생에 우주를 구하지 못했음을 탓할 수밖에요ㅠ.ㅠ

 

어떤 선택이든 ‘최고’는 없습니다. ‘최선’이 있을 뿐.

선택하기 이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했다면, 그 결정을 믿고 지켜보는 건 어떨지요?

특히 그것이 '언어 교육'이라면 ‘기다림의 미학’은 반드시 동행해야 할 ‘짝’입니다.

‘명주바지’ 고르겠다고 이곳저곳으로 아이를 전전시키다 보면 결국엔 ‘삼베바지’를 고르게 될지 모릅니다. 엄마들의 성급함과 조바심은 언어교육에 있어서는 경계해야 할 걸림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나마 어렵사리 쌓이고 있는 내 아이의 실력을

‘삼베바지 방귀 새듯’ 술~술~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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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07-03 14:50
답댓글

ㅎㅎ 언어교육에 있어서의 기다림. 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엄마들에게 힘이 되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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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7-03 16:59
기다림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참아야죠^^
도닦는 마음으로요~
끙~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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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현민준맘
  • |
  • 2014-07-03 10:46
답댓글

문득 현빈의 유행어 "그것이 최선입니까? 했던 드라마가 생각이 나네요.

분명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했건만 우리 아이의 일에서만큼은 고민이 된적이 참으로 많습니다.

믿고 기다리라는말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꾸 잊어버리고 마네요.

수경샘 말씀듣고 다시금 새기고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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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7-03 17:01
네, 인내! 라고 맘속으로 외치며 기다려보세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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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깔마녀
  • |
  • 2014-07-02 20:34
답댓글

수경샘의 재밌지만 가슴콕콕 찌르는 이야기~

팔랑귀인 제가 딱 읽고 새겨야되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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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샘
  • |
  • 2014-07-03 17:02
고맙습니다^^
담엔 팔랑귀 극복했다는 댓글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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