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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일]
참 사연 많은 볼쇼이 아이스 쇼였다.
예매를 해놓고 일이 생겨서 두번씩이나 취소를 하고 다시 예매를 했는데 현지가 피곤할까봐 어린이집에 갔다오자마자 재운다고 한 것이 나도 같이 잠이 들어버려서 공연장에 30분이나 늦게 들어간 것이다.
2시간 정도 공연을 한다고는 하지만 55분 정도 되는 1부 공연중에서 30분을 놓쳤으니..더군다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분인 "정글스토리"부분을 16개의 스토리 중 8개만 볼 수 없었으니...얼마나 안타깝던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표범들을 보면서(우리가 자리에 앉았을때 막 "사랑을 하는 표범"부분이 하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마냥 신기한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원숭이들이 나오면 또 그곳에 정신이 팔리고..낙지가 나온 부분에서는 "저게 문어야? 저게 뭐야~~" 그러면서 사람이 안에서 한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혼자서 꿈틀거리며 신비스러운 동작을 아주 유연하게 하는 낙지를 주시했다.
처음부터 공연을 보지 못했기에 나중에 다시 나오는 뱀이나, 너구리, 앵무새를 보면서 그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이 더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1부 공연이 끝나고 15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은 후에 2부 공연이 시작되었다.
2부 공연은 어른들을 위한 공연이라고나 할까.
1부와는 달리 현지는 아이스 발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얼음위에 비춰지는 현란한 조명과 배우들이 나오는 입구만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싸움"이라는 부분에서는 뭔가를 아는 것처럼 "왜 싸워요~ 싸우지 마세요"하면서 말리려고 소리도 치고 환상적인 묘기나 나올때는 자기도 모르게 박수까지 치기도 했다.
텔레비젼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빠지곤 했었는데 직접 공연을 보니 정말 대단했다.
아이도 나도 박수를 계속 치느라 손에서 열이 날 정도였다.
나와 현지는 같이 소리지르면서(다행히도 뒤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아이랑 같이와서 열광하며 소리를 질렀기에 그나마 덜 창피했다)박수를 쉴새 없이 쳐대는데 바로 옆에 있던 할머니는 그런 나를 흘겨보기도 하고 나중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돈이 아깝다..
듀엣의 공연보다는 아무래도 군무가 분위기를 제압하는 것 같았다.
김건모의 "짱가"에 맞춰 출때에는 얼마나 신이 나던지 그렇게 성의없이 보던 관객들까지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칠 정도였다.
우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도 많이 치고 꽃도 많이 던졌는데 반대편 사람들은 '너네가 그렇게 잘하냐? 한번 보자' 하는 식의 자세로 박수도 거의 안치고 재미없게 앉아있는데 같이 보고 있는 입장인 나까지 맥이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공연 자체는 너무 멋졌다.
아름답고...스케이트를 타면서 묘기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연기까지 정말 잘 표현하는 시원하고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광장동 할머니댁에 왔다.
"할머니~ 나 쇼이발레해요"
그러면서 한손을 들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다리를 높이 들었다 내리기도 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아빠 손을 잡고 듀엣이 펼치던 회전동작을 하려는 듯 한손만 잡고 혼자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자기도 스케이트가 타고 싶댄다.
현지는 배울게 너무 많아서 좋겠다.
뭔가를 보기만 하면 자기도 다 해보고 싶다고 하니..
현지는 카달로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모양이다.
공연 앞부분이 내내 아쉬워 돌아오는 길 계속 고민을 했다.
다시 볼 것인가...말 것인가..
결국엔 내년에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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