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영어 학원 다니는 재미에 빠져 있다. 첫 시간에 내 소개를 하니 다른 학원생 얼굴에서 불어 선생이라면서 영어를 왜 배울까 하는 궁금증이 엿보였다. 성인 회화 학원이라 학생 중에는 젊은 수녀님도 있고 무용치료를 공부하려는 무용선생님, 대기업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프리 토킹 수업이므로 내가 몰랐던 그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에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 매우 즐겁다. 숙제나 시험 같은 부담이 없다는 것도 수업에 빠지지 않는 큰 이유가 되고.
아이를 외국에서 키우면서 예전 우리가 받았던 영어교육의 실상을 볼 수 있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열혈학부모인 한국 엄마들이 학부모 미팅에 잘 안 오는 이유가 혹시 언어 문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어 때문에 골을 싸맸던 학창 시절이나 점수로는 별로 모자람이 없었을 그 엄마들의 학력을 고려해 보면 언어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 젊은 세대들은 많이 다르겠지만 엄마들이 이른 나이의 자녀 영어 교육에 몰입하는 이유 중에는 자신이 겪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들어 있는 듯하다.
불어 선생을 오래 하다 보니 언어도 재능이라 감각이 남 다른 학생들을 더러 본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울 때도 한 마디를 가르쳐주면 열 마디를 종알거리는 아이가 있고 반면 말이 유난히 더딘 아이가 있는데 하물며 외국어는 어떻겠는가? 해외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집어넣고 몇 달 채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 아이가 왜 영어를 빨리 못할까 조급해하는 엄마들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라고 그렇게 쉬울 수만 있겠는가. 본인은 그 오랜 시간을 쏟아 붓고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 말이다.
언어 습득 능력에 개인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학원 원장이 한 말을 종종 내 수업시간에 써먹는다. 외국어 배우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것이라고. 열심히 물을 부으면 독에 물이 가득차지만 조금만 게을리 하면 어느새 물은 다 새어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을 붓느냐가 좀 더 빨리 잘하고 못하고에 영향 줄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꾸준히 물을 길어 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영어라는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물이 넘치게는 못하겠지만 채우는 일에 끝까지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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