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쪽쪽쪽, 꼴깍꼴깍’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젖을 빱니다.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엄마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다정스레 말을 하지요. 아기는 ‘젖과 함께 엄마의 말도 꼴깍꼴깍’ 삼킵니다.
그 시절의 동영상을 본다면, 온 종일 엄마가 아기에게 하는 이야기는 마치 정신나간 여자가 혼자 주절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기꺼이 ‘정신나간 여자’를 자처하는 ‘행복에 빠진 엄마’ 덕분에 아이의 언어는 하루하루 완성되어 갑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할지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모든 언어는 듣기에서부터 출발해서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기는 이미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뜻 모를 말이라 해도 많이 들으며 소리에 노출되는 것은 말배우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말소리의 토대가 준비되는 거죠. 많이 들어야 흉내도 낼 수 있고 말도 잘 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아이는 어디에 갖다 놓아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맙니다. 일단 말을 잘 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다른 언어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교육효과 또한 높다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모국어인 한국어를 배웠던 과정을 잘 더듬어 보면, 제2외국어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가닥이 잡힙니다. 우선, 언어에 대한 노출이 관건이라 할 수 있지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음역대가 한 언어에 고정되기 이전에 다양한 언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확장된 음역대는 아이들이 외국어를 학습할 때 소리에 대한 적응력뿐만 아니라 변별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언어에 집중을 시키거나 학습을 시키려 하지 말고 우리말의 초기 단계처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모든 언어는 제각기 다른 말소리와 음의 높낮이, 억양, 리듬을 사용하는데, 청음이 발달한 아이들은 이미 듣기와 말하기의 기초를 완성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배웠으니 실습입니다!
언어학을 연구하는 엄마를 둔 덕분에 제 아이들은 툭하면 실험의 대상이 되었죠.
일명 ‘피험자집단!!’
더구나 셋이 연년생들이니 ‘피험자’로서는 아주 좋은 집단입니다. 키우는 내내 언어발달을 체크하느라 녹음도 많이 했고, 당연히 듣기 실험의 대상도 될 수밖에요. 다른 건 몰라도 언어만큼은 소신을 갖고...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큰아이부터 시작, 돌이 지날 무렵부터 영어를 비롯한 4개 국어를 하루 2시간 정도씩 매일 음악처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먹으면서 외국어를 들었고, 때로는 부분부분 재미있었는지 놀다가도 따라 하더군요. 처음 2년간은 테이프로 소리만을 접했고 이후에는 비디오테이프 만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말 더빙이나 자막은 없었고, 옆에서 단어를 발음한다거나 스토리를 설명하는 등의 개입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모국어 화자의 발음 10번보다 눈앞에 있는 엄마의 발음 1번이 더욱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전히 모국어 화자의 발음에만 노출시켰지요. 이렇게 다져진 언어에 대한 감각은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마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기는 각기 다릅니다. 아이들의 우리말 완성시기가 제각각 달랐기 때문이죠.
모국어가 완성되기도 전에 아이에게 성급하게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언어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아이가 외국어학습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을 갖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의 혼란이 심각할 경우, 자칫 학습장애로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가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를 검토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말은 늦어도 6,7세 정도면 모든 발음이 완성되며 안정기를 맞습니다. 말이 늦터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다고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 제2언어의 출발시점을 신중하게 잡는 것은 ‘엄마의 센스!’입니다.
말소리바탕이 넓게 잘 다져진 아이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등 어떤 언어든지 습득이 월등하게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음은 물론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력 또한 높지요. 언어습득의 기초공사가 이루어졌다고나 할까요?
기저귀를 매달고 다니던 시절, 피험자로 겪었던 기억이 남아있을 리 없는 세 아이들은 자신들이 언어에는 소질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실험자로서 흐뭇하지 않을 수 없죠!ㅎㅎ
하나의 언어를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유창한 우리말도 따지고 보면 오랜 기간 동안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갈고 닦아 내 것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물론, 시기를 놓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고요!
영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 역시, 시기와 시간이 관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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