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마을에 월요일 아침마다 글을 올린 지 여섯 번이 지났습니다.
처음 홍현주 박사님으로부터 칼럼 제의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 우려가 앞섰지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모르던 분들과의 만남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글을 꾸려 나갈지가 제 일상의 화두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 한 일들 외에 제 자신도 소재 삼으려 합니다.
고작 딸 하나 키우면서 애 키우는 이야기를 보편화하기엔 제 경험이 너무 얕기 때문이지요. 열과 성을 다해 엄마표 교육을 실천하시는 쑥쑥 가족에 비하면 전 정말 ‘쨉’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바깥을 들락거리며 보고 들은, 겪은 이야기들을 교육이라는 큰 틀과 상관없이 써보겠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며 보낸 시간을 합치니 18년이나 되더군요.
그저 제 글이 때론 재미가 때론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입니다.
인샬라 : 알라의 뜻대로!
비행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으로 들어가자 기내 방송이 나왔다. 지금부터 술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주섬주섬 검은 아바야를 입기 시작하고 기도 시간인지 비행기의 맨 뒤 공간이 이슬람 교인들의 기도 장소로 바뀐다. 걱정 반 호기심 반, 나의 사우디아라비아 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Khaled Hosseini의 The kite runner와 A thousand splendid suns, 이 두 권의 소설을 눈물을 흘리며 읽은 것 외에는 별로 이슬람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남편의 손에 아바야가 들려 있었고 차가 있는 곳까지 50미터를 걷기 위해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아바야*를 걸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삼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것도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무함마드)가 살았던 서기 600년경의 순수한 믿음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곳. 마호메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태어나 메디나에서 죽은 까닭에 그 두 곳은 이제 전 세계 5억 이슬람 교인들의 성지가 되어 생애 단 한번이라도 순례했으면 하고 소원하는 곳이 되었다.
밖에 나갈 때 아바야를 입어야하는 것은 괜찮았다. 오히려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매일 해 뜨는 순간부터 지는 시각까지 하루 5번의 기도시간인 쌀라가 시작되면 40분 동안 모든 활동이 중지되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상점이든 식당이든 종업원들이 사라지고 문에 셔터까지 내려지니 그 안에 갇혀 기도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여자에겐 운전이 허락되지 않으므로 남자가 동반하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혼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15~20분 거리의 미니슈퍼와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단 세 곳뿐이었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발목까지 덮는 검은 옷을 입고 커피 한잔 사 마시기 위해 20분을 걷는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조차도 남녀는 유별이었으니 남성 전용석과 가족석으로 아예 입구부터 달랐다. 여자를 다른 남정네들로부터 ‘보호’하려고 그런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는데 ‘보호’라는 명목 아래 만들어진 그 수많은 규칙들은 솔직히 이슬람교의 규칙이라기보다는 남자들이 정해 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목민이자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는 상인이었던 그들이 장시간 집을 비우는 상황에서 여자들을 자기 것으로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지구 상 그 어느 곳도 인간의 불평등 구조가 완벽히 해결된 곳은 없다. 빈부와 피부색의 차이가 있고 남녀의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OECD 발표에 의하면 남녀의 임금 차가 가장 큰 곳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 어릴 적과 현저히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 아들, 딸을 차별하여 아들만 공부를 시키는 집은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어제와 다른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 나나 내 아이가 대한민국의 딸로 태어났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에 살면서 무엇보다 감사해 했던 일이다.Ⓙ
*아바야 : 이슬람 전통의상. 코란에 따르면 어두운 색으로 만든 의복이 여성을 가려줌으로써 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여김.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쑥쑥몰
체험이벤트














2번 사과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