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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안의 자식

  • 지나샘world
  • |
  • 2014-08-11
10

 

‘나는 알 수 있어요. 학생이 끝까지 잘 해내리라는 것을...’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만 스물 둘, 천지 분간도 못하는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 가서 들은 첫 격려의 말이었다. 여름학기 중 만난 독일서 오셨다던 그 고등학교 불어 선생님은 별 뜻 없이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내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운 격려였다.

 

젊어서, 뭘 몰라서 시작한 유학이었다. 그 어렵고 긴 시간을 겪어 아는 지금, 그대로 다시 하라면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몰랐기에 용감했고 젊었기에 뛰어들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빠리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프랑스의 대학은 국립이므로 학비는 없고 일 년에 한 번 등록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내면 된다는 점이 용기를 내게 했다. 대학원 등록금과 한 달 용돈 등을 계산해보니 서울에서 쓰는 비용으로 조금만 절약하면 유학이 가능했다. 이리 저리 교수들을 알아보고 편지 쓰고 입학허가서 받고 비행기 표 사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뭘 믿고 나는 그리도 겁이 없었던 것일까?

 

일단 프랑스에 오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앞으로가 문제였다. 깡(CAEN)이라는 지방 도시에서의 여름학기 프로그램이 끝나면 빠리로 가야 했는데 아는 사람 하나 제대로 없는 그 곳에서 방을 구할 방도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방을 찾고 있노라고 광고를 했다.

 

떠날 날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선생님의 빠리 친구가 우연히 점심에 합석을 했다. 너무 여러 번 반복하여 청산유수가 된 나의 방 구하는 사정을 듣더니 자기가 좀 알아봐 주겠노라고 했고 얼마 후 그녀를 통해 쏘피를 소개 받았다. 그리고 쏘피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 쪽방을 빌리면서 나의 빠리 생활은 시작되었다.

 

꼭 유학이 아니어도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학기 또는 일 년 정도 해외 수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늘 빠리에서 방 구하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라, 광고해라, 구하라, 일단 말이라도 해보아라.

 

인생에서 혼자 겪어야 하는 경험 공부는 빠리 유학 시절 많이 한 듯하다. 스스로 부딪혀 해결책을 찾는 법, 실패를 받아들이고 또 이겨내는 법, 아프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혼자 다스리는 법...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공부는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공부였다.

 

 

캠프나 국토순례를 다녀온다든지 하여 잠시라도 부모 떨어져서 지내다 돌아오면 아이들이 쑥 자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가 그들 나름대로 혼자의 시간을 잘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려면 때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며 믿는 만큼 성장한다.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최고의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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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안맘
  • |
  • 2014-08-12 01:34
답댓글

지나샘님, 안녀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저도 생각해보면 영국에서 혼자 공부하던 시절이 저를 가장 단단히 만들어줬던 시간이었네요. 물론 30에 떠난 거니 나이도 많았지만.. 오롯이 혼자 해결해야하는 일이 많았던 시절. 얌전히 기숙사에 있었으면 꽤 편안한 생활만 하고 왔을텐데. 논문 쓰면서 친구랑 방 구하느라 힘들고, 이리저리 챙겨야하는 일도 많아서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스스로 내 삶을 챙기고 좀 더 공고해진 마음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이를 믿고 지켜보면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성장해 있다고 하지요. 저 역시 알고는 있으나...

9살 딸아이를 품에 끼고 있는 제 자신을 자주 발견한답니다. 얼마전 인사동에서 목공예체험을 하는데 5살 둘째(12월생이어서 아직 44개월인) 에게 직접 톱질을 시키는 선생님을 보며 저는 불안불안~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는데 제 걱정과 달리 아이가 뚝딱뚝딱 사고 없이 즐겁게 톱질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부끄러웠습니다. 실패도 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난관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 어리석음이 크게 와 닿았던 날이었지요.

지나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아이들을 믿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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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8-12 13:06
아이 키우는게 만만한 일이었다면 '엄마는 위대하다'는 칭송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아이 키우면서 제가 배우는것도 많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아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반경을 넓히며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60 이 넘어도 부모 마음은 아이가 학교다니던 시절 '차조심해라' 하는 마음 그대로 일것 같아요. 그게 부모일테니...
그래도 부모가 보여주는 믿음이 아이에게 큰 자존감과 자신감을 만들어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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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08-11 20:32
답댓글

지나샘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며 믿는 만큼 성장한다는 말.

딸아이 하나 끼고 앉아 이 어린녀석을 나중에 어떻게 사회에 내보내나 하는 걱정을 안고사는 엄마로써 새겨들어야 하는 말인것 같습니다.

어리광쟁이인 집에서의 아이와 입벌어지게 어른스러운 밖에서의 아이가 완전 다른 모습이라는 걸 알았을때  생각했지요. 내가 아는것보다 우리 아이가 많이 자라있었다는걸요.

믿음으로 성장한다면 믿어보겠습니다.감사한말씀 들으며 자러가요~ 좋은 꿈 꾸시는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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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8-11 21:05
저도 딸 하나 키우는 엄마입니다. 중학교 일학년 여름, 남편이 해병대캠프 보내겠다는걸 겨우 절충해서 국토 순례 다녀왔는데요, 용산역에서 시커먼 아이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내 노심초사했지만 보내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이 합쳐져 지금이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혜정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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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니맘
  • |
  • 2014-08-11 19:48
답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인생에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원한다면 말하고 행동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거절을 두려워말고 도전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대입니다.

침묵이 미덕인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바뀌는 것 같습니다.

열정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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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8-11 20:58
부모가 자식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때론 도와주고 싶지만 나중을 생각해 참기도 해야하는것 가ㅌ아요. 혼자 해봐야 두려움을 극복한답니다. 부모가 관심을 갖는한 아이들은 용기를 잃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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