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 수 있어요. 학생이 끝까지 잘 해내리라는 것을...’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만 스물 둘, 천지 분간도 못하는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 가서 들은 첫 격려의 말이었다. 여름학기 중 만난 독일서 오셨다던 그 고등학교 불어 선생님은 별 뜻 없이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내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운 격려였다.
젊어서, 뭘 몰라서 시작한 유학이었다. 그 어렵고 긴 시간을 겪어 아는 지금, 그대로 다시 하라면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몰랐기에 용감했고 젊었기에 뛰어들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빠리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프랑스의 대학은 국립이므로 학비는 없고 일 년에 한 번 등록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내면 된다는 점이 용기를 내게 했다. 대학원 등록금과 한 달 용돈 등을 계산해보니 서울에서 쓰는 비용으로 조금만 절약하면 유학이 가능했다. 이리 저리 교수들을 알아보고 편지 쓰고 입학허가서 받고 비행기 표 사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뭘 믿고 나는 그리도 겁이 없었던 것일까?
일단 프랑스에 오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앞으로가 문제였다. 깡(CAEN)이라는 지방 도시에서의 여름학기 프로그램이 끝나면 빠리로 가야 했는데 아는 사람 하나 제대로 없는 그 곳에서 방을 구할 방도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방을 찾고 있노라고 광고를 했다.
떠날 날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선생님의 빠리 친구가 우연히 점심에 합석을 했다. 너무 여러 번 반복하여 청산유수가 된 나의 방 구하는 사정을 듣더니 자기가 좀 알아봐 주겠노라고 했고 얼마 후 그녀를 통해 쏘피를 소개 받았다. 그리고 쏘피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 쪽방을 빌리면서 나의 빠리 생활은 시작되었다.
꼭 유학이 아니어도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학기 또는 일 년 정도 해외 수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늘 빠리에서 방 구하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라, 광고해라, 구하라, 일단 말이라도 해보아라.
인생에서 혼자 겪어야 하는 경험 공부는 빠리 유학 시절 많이 한 듯하다. 스스로 부딪혀 해결책을 찾는 법, 실패를 받아들이고 또 이겨내는 법, 아프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혼자 다스리는 법...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공부는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공부였다.
캠프나 국토순례를 다녀온다든지 하여 잠시라도 부모 떨어져서 지내다 돌아오면 아이들이 쑥 자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가 그들 나름대로 혼자의 시간을 잘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려면 때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며 믿는 만큼 성장한다.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최고의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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