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이일저일 하며 쑥질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네요.
오늘도 여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슬.... 신랑 눈치가 보입니다.
24시간 같이 붙어있다 보니 저만의 공간, 저만의 시간이 없지요ㅠㅠ 이게 참 그렇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에너지 충전이 되는 사람인데 방전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ㅠㅠ
아무튼 아침에 출근해서 꼭 해야 하는 급한 일을 후딱 하고선(천천히 해도 되는 일은 자꾸만 미룹니다. 큰일이네요...) 자꾸만 쑥질을 하고 있으니 아직 직접적인 터치는 없지만...
괜히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계속 눈치가 보이네요.
제가 아들 독서나 영어공부, 수학공부 관리하는 걸 보면서 울 신랑왈...
제발 내 좀 그렇게 관리해도....ㅡ.ㅡ;
사실 관리랄 것도 없지요. 제 성격상 계획세우고 실천했는지 체크하는 걸 좋아합니다.
(제 스스로는 그렇게 잘 못하면서 남 관리해주는 건 좋아하고 잘 합니다. ㅎㅎ)
전에 올려드렸던 ORT진도표가 그 중 하나지요.
6개월 넘게 맨날 들고 체크를 하다 보니 너덜너덜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소중한 기록이라 버릴 수가 없네요.
초등 1학년 입학하고 한 학기 동안은 학교 적응하라고 아무것도 안 시켰고 2학기 때부터 이것저것 챙겨서 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1년 동안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다 떠먹여주는 엄마는 되지 말자 싶어서 나름 최소한의 개입만 하려고 애는 썼는데...
처음에 익숙해질 때까지 할 일들을 계속 챙겨주다 보니 제가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잘 안하려고 하더라구요.
뭘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지만 들이밀 때까지는 그냥 계속 노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1학년이, 2학년이 노는 게 당연하지 공부하는 게 당연하겠습니까 그죠? ^^
2학년 2학기 개학하고는 이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엄마가 안 챙겨 줄테니 네가 찾아서 하라고 했죠.
펼쳐서 앉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진도 안 나갑니다.
중간에 조잘조잘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잠시 안드로메다에 출근도장도 찍고 와야 하고... 뭐 하나 시키면 기본이 한 시간입니다.
하루치 일기를 써도 한 시간, 수학 두어 장 풀라고 시켜도 한 시간...
그나마 영어 집듣과 음독은 제가 옆에 같이 앉아 있으니 하긴 하는데... 그 와중에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ㅠㅠ
(혼내지 않고 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려니 제가 수행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ㅋ)
혼자 던져 놓으면 알아서 하면 좋겠는데... 제가 옆에 같이 앉아 있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옆에 앉아 있음 신경 쓰이고 감시받는 느낌일까 싫어 할 줄 알았더니..
며칠 전에 슬쩍 물어보니 제가 옆에 앉아 있으면 맘이 편해져서 공부가 더 잘 된답니다.
저를 귀찮아하지 않는데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태권도 다녀볼래? 죽어도 싫답니다. 검도 배워볼래? 것도 죽어도 싫답니다. 수영 배워볼래? 싫답니다. 피아노는 태권도랑 둘 중에 꼭 하나는 해야 된다고 협박했더니 억지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반 친구들이 많아 지금은 즐겁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방과 후 미술을 일주일에 두 번 1학년 때부터 쭉 하고 있는데 힘들어서 그만 하고 싶답니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 하고 싫어합니다.
온순하고 엄마 말 잘 듣는 거 같지만 자기 하기 싫은 건 단호합니다.
은근슬쩍 영어도 물어봅니다. 안 힘드냐고...
힘들지 않답니다. 그냥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랍니다. 속으로 안도합니다.
수학도 싫지 않답니다. 다행입니다. 우리말 책읽기는 그다지 많이 하진 않지만 좋아합니다.
제 할 일을 빨리 빨리 해내진 못하지만 싫어하지 않고 어쨌든 할 일은 다 해냅니다.
그냥 여기서 만족합니다. 뛰어난 집 아들은 옆집 아들입니다.
우리집 아들은 그냥 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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