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하늘이 맑은 가을날입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 지고 가을이 코끝에,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엊그제 막내가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작년엔 형이, 올해엔 동생이 나란히 나라를 지키는 군복무를 하게 된 것이지요.
형제 둘을 뭉쳐서 군에 보내는 게 아니라고 주변에선 얘기하기도 하지만 연년생이고 저희들이 계획을 세워 간다니 말릴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군 입대는 엄마라도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운 예민한 사안이니까요.
작년에 큰아이가 입소하던 날은 날씨도 을씨년스러웠고 진눈깨비까지 흩뿌려 더욱 안쓰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날씨가 맑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작년보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아이를 들여보낼 수 있었고 본인도 ‘다들 하는 거니 괜찮다’고 애써 엄마를 안심시킵니다. 잘 다녀오겠노라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 작년엔 엄마를 위로하느라 눈치를 보며 집으로 가지 말고 전시회에 가자고 부추겼던 막내입니다. 북촌에 있는 한옥에서 전통자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자수가 곱게 수놓아진 파란 골무 하나를 선물이라며 사 주었습니다. 근처 찻집에서 따끈한 유자차도 마시며 조촐한 데이트를 했지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아들입니다.
올 해에는 옆에서 위로해 주는 이 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황금빛 가을들판과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주변을 바라보며 차안에 음악도 볼륨을 높여 놓았습니다. 애써 마음을 달래보지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가슴 속 한 켠이 꾹~ 눌리는 느낌입니다.
생후 16개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라고 입은 뗀 말 늦둥이입니다. 그간 하고픈 얘기들을 모아두기라도 했었는지 말문이 트이면서 말도 많고 질문도 많아 엄마 아빠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지요. 아이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도 사서 읽어가며 분주한 날들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궁금한 것도, 생각도 많은 아이입니다.
누나와 형을 졸졸 쫓아다니며 놀기도 잘 하고 때로는 자기주장도 강해서 누나를 종종 힘들게 하기도 했지요. 형과는 뗄 수 없는 단짝이고 어딜 가도 동생을 달고 다니니 동네에서는 소문난 ‘형님표 동생’입니다.
동생이 군생활을 잘 할 지 걱정이 되었는지 입소하는 날 GOP에서 근무하고 있는 큰아이가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군요. 잠이 많은 게 제일 걱정이랍니다.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형제의 우애가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두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 아마도 아이들에겐 그 때가 사춘기였던 것 같습니다. 철이 없어 힘들게 할 때면, 받아주기만 한다면 당장 해병대에 넣고 싶다고 푸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ㅎㅎ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오면 철도 들고 부모 고마운지도 알 테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도 깨달을 거라는 바람에서였지요. 답답한 엄마의 마음에 군대는 굳건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간사한 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모순이기도 하고요. 막상 아이가 군대에 갈 때가 되니 가능하면 힘들지 않은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대한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그래야 온전한 사나이가 된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5주간의 훈련이 견딜 만큼만 힘들면 좋겠습니다. 자대 배치도 편안한 곳으로 이왕이면 친절하고 인정 많은 선임들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고생도 한 때라고, 배우는 게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남편의 말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큰 아이에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했던 남편입니다.
아들의 입영 날짜를 받고 당신이 대신 갈 수 없냐며 남편에게 울면서 애원한 엄마도 있다하니, 아들의 군입대는 엄마에겐 말로는 부족한 불안과 공포임이 분명합니다. 내 아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촌 동생도 있습니다. 이제 유치원생인데 걱정이 앞섭니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들은 ‘두 번은 아니어도 한 번은 갈만한 곳이 군대’라고 말합니다.
내일부터는 큰 아이에게 그랬듯, 매일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일생에 처음 겪는 혹독한 훈련에 힘이 되는 것은 저녁에 받아보는 편지라니까요.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과 겪는 모든 상황에 엄마는 언제나 초보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느낌 아니까~
그래도 한동안은 막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 귀 기울이고, 아직 안 일어났나?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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