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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친구야

  • 지나샘
  • |
  • 2014-10-20
16

외국에 살 때의 일이다. “사내자식들이 몇 대 치고 박고 한 걸 가지고...” 학교에서 싸우다가 상대 아이를 때린 것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 불려간 부모가 있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인데 아들에게 사흘 정학 처분을 내렸다고 학교에 몹시 화를 냈다. 오로지 학적부에 기록이 남아 대학 가는데 지장 받을 게 걱정일 뿐, 상대방을 때렸다는 사실이나 맞은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 따위는 관심 밖인 듯했다. 기죽지 않고 한판(?) 벌인 아들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싸움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이 다툼이 폭력적이 되면 특히 외국학교에선 문제가 심각해진다. 공작용 가위를 들고 단지 찌르는 시늉만 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학생들의 신고로 해당 아이가 자퇴를 하게 된 경우를 보았다. 그런 공격성이 다른 학생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 부모들이 평소 방관하면 안 될 부분이다.

 

딸아이를 키우다 보니 폭력이 걱정된 적은 별로 없지만 친구문제는 늘 신경이 쓰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가, 늘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던 아이가 어느 날인가부터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얘가 어쩌고 쟤가 저쩌고... 주로 반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자꾸 듣다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2, 3년에 한 번씩 이제 좀 적응할 만하면 옮기게 되는 사정인지라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얼른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런데 내 불만을 잠자코 들어주시던 선생님은 말끝으로 ‘그렇지만 댁의 따님도 만만치 않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애나 어른이나 다툼이 생기면 잘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서로 상대방 탓만 하는 법, 전학 후 새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기 싸움을 한 것인데 나는 내 아이 말만 듣고 다른 아이들을 탓하는 한참 모자라는 엄마였던 것이다.

 

사소한 감정 다툼이란 언제 어디서고 겪는 일이고 부모로서 아이가 상황을 슬기롭게 잘 넘기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쿨하게 할 수 있지만 막상 자기 자식이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 그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삭히고 다스리기란 쉽지 않다. 또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엄마는 내가 외국아이들과도 친하게 잘 지냈으면 하지? 그런데 내가 주말마다 놀러나간다고 하면 싫어할 거잖아, 걔네들과 친해지려면 금요일 밤엔 같이 영화도 보고 밤샘파티에도 가야하는데”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친구문제로 잔소리를 하자 아이가 울면서 한 말이었다. 딸아이는 그때 겪은 외로움을 엄마인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그 친구 덕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같이 점심 먹고 같이 수다 떨고 숙제하는 친구, 그냥 편한 친구가 하나라도 있어서 웬만한 따돌림은 견딜 만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점심을 먹어야했던 아이의 외로움을 헤아려 주지 못했던 것이 몹시 미안했다, 남자아이들 경우엔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런 걱정은 없다는데 그렇다고 농구나 축구를 실컷 하고 들어와 저녁밥만 먹으면 쓰러져 자버리는 고등학생 아들을 보는 엄마들의 마음이 썩 편한 것만도 아닌 눈치였다.

 

친구들도 두루 잘 사귀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라니, 이 모순 아닌 모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공부하는 ‘착한(?!)’친구들하고만 어울리라는 것이 엄마들의 속마음일 텐데 엄마가 좋다고 하는 친구들만 사귄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아이 어릴 적 학부형들과 친해져서 여전히 자주 만나며 재미있게 지내는 낼 모레 환갑인 당신 딸이 살림은 안하고 너무 밖으로만 나돈다며 “갸들이랑 놀지 마래이”했다는, 80세 넘으신 노모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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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4-10-2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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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유치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단짝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에가서 반이 바뀌어도 친하게 지내더니, 벌써 사년을 함께하고있네요..

아이가 크고나면 친구들도 바뀐다지만, 지금 소소한 일들도 함께 나누고있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형제없으니 친구를 형제삼아라 생각했던 제 마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낌니다.

그아이들의 우정이 오래오래 함께해기를 바래봅니다...

지나가 어릴때 함께 수업을 받았던 어떤 엄마가 어릴때 친구는 소용없다고 했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어릴때만큼 순수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때가 없다고 생각했던 저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친구와 행복해하면서 그걸 발판으로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지내는 지나를 보면 말이지요^^

앞으로 헤쳐나갈 일이 많겠지만, 친구가 지나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것인지를 엄마는 본능으로 느끼고있습니다. 엄마 주변에 인생의 삼분의 이를 넘게 함께한 친구들이 아직도 든든한게 옆을 지켜주는걸 보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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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3 09:04
지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것을 만들어주셨군요. 그 친구도 지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고마와할겁니다. 요즘은 sns 등의 덕으로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도 다시 찾고 멀리 살아도 연락을 쉽게 하고 지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주 보진 못해도 늘 만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거지요. 평생 시간을 같이 나누는 좋은 친구를 만들려면 지나맘같은 엄마의 도움도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지나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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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율새나맘
  • |
  • 2014-10-20 15:42
답댓글

요즘 울아들도 친구땜시...ㅋㅋ...저한테 혼나는데
초2밖에 안됐지만 취향이라는게 있어서
엄마가 같이 놀았으면하는 친구와
자기가 놀고싶은 친구가 다르네요ㅠㅠ
개입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고~~
그냥 친구랑 싸우지나 않으면 좋겠다 싶네요
우리때도 우리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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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다영어야
  • |
  • 2014-10-20 16:22
맞아요~~ 엄마가 같이 놀았으면 하는 친구와 자기가 놀고 싶어하는 친구가 달라요 ㅠ
개입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고... 그 마음도 똑같네요. 울 아들도 2학년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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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0 18:04
나이가 들고 학년이 바뀌면 친구취향도 변하더라구요. 너무 걱정마시고 위험하고 나쁜 일만 안하면 좀 두고 지켜보셔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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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다영어야
  • |
  • 2014-10-20 15:13
답댓글

아....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직 어려서 별 문제는 없는데... 크면 어떨까... 여기 저기 들리는 소리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자기가 알아서 잘 해나가길 바라지만.... 제가 애태우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여기 들어와서 엄마가 마음의 공부를 하고 기다려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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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20 18:19
아이 키우며 어느 단계도 쉽게 넘어가는건 없지만 사춘기가 더 어렵긴 한것 같습니다. 때론 화가나기도 속상하기도 섭섭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제 부족함도 많았더군요. 그래도 엄마가 어른이니 더 현명한 출구를 찾을 수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평소에 '엄친아( 엄마와 친한 아이-제 해석입니다)'를 만들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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