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아이를 학교로 데리러 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예전 일이 생각난다. 우산 가져다주는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과보호를 하며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아이는 비를 맞으며 뛰어 오던지 아니면 친구랑 같이 우산을 쓰고 오던지 무슨 수를 낼 것인데 행여 비 맞을까 걱정하는 것이 엄마 마음인가 보다.
일하는 엄마들은 이런 순간 아이한테 미안함이 더 클 것이다. 까짓 비 한번 맞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나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온 다른 엄마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친구들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면서 부러움과 섭섭함을 동시에 느꼈을 아이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데리러 갈 수 없다는 미안함이 엄마가 뭐든지 다 해줘서 아이가 너무 의존적이 되면 어쩌지 하는 우려를 훌쩍 넘어설 수밖에 없다.
“엄마는 나를 맨날 맡겼잖아!” 강의 시간을 아이 하교시간과 겹치지 않게 하려 애쓰느라 썼지만 내 딸아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다. 집에 와 보니 엄마가 없어서 쓸쓸했다는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엄마가 있었던 시간들은 잊어버린다. 하긴 운동회나 학예발표회에 엄마가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 내 차례 다 지나서야 겨우 도착한, 아니 오늘도 역시 오지 못한 엄마에 대한 서운함을 어찌 기억에서 지울 수 있을 것인가.
아이가 많아야 셋, 보통 하나나 둘이다 보니 부모의 관심은 온통 아이들에 가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누가 구남매의 일곱째인데 부모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집을 나갔다가 힘들고 배가 고파 할 수없이 사흘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식구들이 자기 가출한 줄도 모르더라는 이야기를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요즘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이제 먹이고 입힐 걱정이 우선이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미안함을 절대로 물질이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어서 세계 여러 유명 브랜드들의 ‘마더 앤 차일드 (mother & child)’ 제품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워킹맘들의 보상 심리를 충족시켜 주고 또 어릴 적부터 브랜드에 익숙한 아이들이 자라 고정 고객이 될 것이라는 예상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가의 물품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려니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솔직히 엄마의 빈자리, 모자람을 인정하고 아이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더 바람직한 해결 방법일 듯하다. 물론 아이가 너무 어리면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시간을 두고 사정을 잘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고 또한 엄마 자신이 아이들 앞에서 당당해질 필요도 있다. 사실 아이들은 집에 있는 엄마를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므로 평소 자신이 처한 상황의 장점을 주로 아이들에게 강조하면 어떨까.
우리가 모두 슈퍼맘이 될 수도, 아니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애나 어른이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는 법, 종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엄마이건, 여러 가지 사유로 일을 해야 하는 엄마이건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본받으며 커 줄 것이라 믿는다. 언제가 되었든 아이를 향한 엄마의 진심은 결국엔 통할 것이므로.ⓙ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쑥쑥몰
체험이벤트













36번 헌트 녹음파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