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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게 뭔짓인가.. 엄청난 회의가 나를 엄습할때.

  • 하양맘
  • |
  • 2008-10-23
21

 애랑 영어대화 나누는 것에 대한 답글을 쓰다보니 문득 이것도 쓰고 싶어지네요.

(회의1)

쑥쑥의 많은 엄마들처럼 저도 영어에 대한 아웃풋을 신경쓰고, 딸이 저랑만큼은 거의 영어로만 대화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길가다가 외국인 부부를 만났는데요, 엄마는 한국사람, 아빠는 미국인으로 보였어요.

애는 한국말만 쓰더군요. 부모들도 대화를 전부 한국어로만.

인형처럼 생긴 서양애의 유창한 한국어 발음에 놀라면서(한 해 두 해 한글로 대화한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 옆에서 딸래미랑 짧은 영어로 떠들던 나는 새삼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회의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한국땅에서 토종 한국인들이 대화를 하는데, 울 딸이 저랑은 영어로만 대화해야 된다고 왜 나는 생각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애가 “아야” 안하고 “Ouch."라고 하는 것에 대해 왜 나는 소름이 끼치지 않은 건지....

물론 그 분들이야 영어에 자신있으니까 뭐 여타 사정으로 한국어로만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땅에 살면서 앞으로 외국보낼 생각도 눈꼽만큼도 없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짓인지 무지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날은 우울한 기분에 집에서 한글책만 읽고 한국어만 썼어요.^^;

그 다음날부터 또 “아니야,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인걸. 영어는 세계 공용어니까 애가 어릴 때 엄마가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야. 여기는 한국땅이니까 더 노력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갔답니다.

하지만 그 때 느낀 씁쓸한 감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회의 2)

유아게시판에서 주로 놀고 있는데, 가끔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참고가 될까 하여 초게나 중게에도 들러서 좋은 글들을 읽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상 연령이 틀리니까 글도 성격이 많이 틀린데, 제가 느끼기로는 유아게시판이 제일 열기가 뜨거워요.

유아기가 중요하다는 설이 대세인 지금 엄마들은 지금 시기를 놓치면 정말 바보라도 되는 듯한 생각이 들어(저부터도 그래요)서 정말 열정적으로 많은 걸 해주시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중게는 여기만큼 게시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더라구요. 실제로 다들 정말로 바쁘기도 하시겠구요.

또 한 맘님의 글을 읽었는데, 그 글을 읽고 하, 정말 그렇구나... 하고 망치로 띵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리 아무리 엄마가 난리를 쳐도 초등 고학년, 중학생 이상이 되면 이제 엄마가 컨트롤해서 공부나 영어를 잘 하는 시기는 지난다는 거죠. 본인이 공부할 의지가 없으면, 영어든 뭐든 의욕이 없으면 무슨 짓을 해도 안되는 시기가 오는 겁니다.

특히 사춘기라는 격정의 시기를 지나면서 변하는 애들도 많다네요....

그 분 말씀 중 ‘리모콘 이제 내려놓읍시다, 엄마의 힘으로 잘하게 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때까지 밖에 없습니다, 물가에 끌고는 갈수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는 내용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실 제 주위에도 보면 엄마가 전혀 열성엄마가 아니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간신히 한글떼어도 본인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늦게 들어서 의사가 되고, 의대에서도 1등.

제가 아는 의대교수님 외동아들 하나 만큼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의대 보낼려고 그렇게 그렇게 어릴 때부터 노력을 했는데 결국 성적이 안되어서 공대로 가더군요. 뭐 의사가 별거냐 마는....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을 쏴악 비우고 정말 여유있게 육아에 임해야 하는데, 다 지 능력대로, 팔자대로 살아갈 것인데....

아, 오늘도 나는 강의 마치고 와서 부어터진 목으로 왜 이렇게 또 책을 하나라도 읽어주지 않으면 이렇게 불안한 것인지.....

산후조리도 잘 안되어 쑤시는 팔목을 가지고, 애 액티에 쓰겠다고 인터넷에서 자료찾아 코팅하고 오리고 찍찍이 붙이고 앉아있는 것인지.....

이런 회의가 들면서도 애들 얼굴만 보면 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가게 되네요.

애 키우면서 팍팍 늙어가고 애 키우면서 몸 상해가고.

여자로서의 미모(진정코 그런 것이 존재했었단 말이냐?)도 날마다 쇠퇴해가고.... 내 청춘은 어디로 가느냔 말이다....


맘님들은 이런 회의 드신 적 없나요? 저만 그런 가요?

아, 또 회의가 밀려올려고 하네, 커피나 마시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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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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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이
  • |
  • 2008-10-27 11:19
답댓글

공감 백배네요.

 

저도 작년까지는 유게만 짬짬히 들어오다가, 올들어서는 초게와 병행^^; 하는데요,

그러면 정말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유게만 있으면 큰일날거 같은 어떤일도, 초게로 넘어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하는 식으루요.

중게까지 가면, 그야말로 영어는 여러 과목중 하나일 뿐이지요.^^;;

유아영어에 경제적으로 체력적으로 감정적으로 너무 진빼지 말고, 목숨걸지말고,

가랑비에 옷젖듯 책읽기(한글위주, 영어병행)만 꾸준히 5년이상 해주자.. 저는 회의를 그렇게 넘겼습니다.

(체험수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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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이맘
  • |
  • 2008-10-24 12:53
답댓글
그래도 엄마가 회화라도 되시잖아요.. 전 애들 영어책을 읽어주기 위해서 영어책 읽어주는 스크립트 딸딸 외우고 있는데,, 가끔 내가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 하지만 요즘은 회사에서 워낙 외국 사람들하고 일을 할 기회가 많아지니,, 애들만큼은 나중에 답답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영어만 잘하면 더 편한일, 더 좋은 직장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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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맘
  • |
  • 2008-10-24 22:06
맞아요, 그래서 다들 이렇게 영어에들 목숨 거시는데.
우리나라가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은 늘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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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맘
  • |
  • 2008-10-23 22:30
답댓글

댓글이 많아 일일이 답글을 달수가 없네요.

제가 좋아하는 령돌맘님부터 열공맘님, 준서맘님, 샐리님, sunny님, 나여니맘님, 초코님(오랜만입니다^^), 반달맘님, 송희맘님. 모두 모두 정성어린 댓글과 정말 좋은 내용 감사드려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도 계시다는 안도도 느껴지네요.

사실 전 저희 형제를 보면서 본인 타고난 성격과 팔자대로 사는구나, 하는 걸 몸소 체험으로 알고 있어요.

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도 공부하는 건 천지차이고, 각자 가는 길도 완전히 다른... 부모가 아무리 애를 써도 죽어도 공부 로는 끌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본인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아야 본인도 행복하고, 아, 공부만 길입니까. 공부안해도 전문대만 나와도 잘만 살더만요.

저는 그런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있어요.

하지만 제 성격이 당장 눈앞의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든 현재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안하면 안되도록 만들더라구요.

그리고 쑥쑥식 엄마표는요, 정말 장점이 애가 즐겁다는 겁니다. 한글떼면서도 영어하면서도 그건 전혀 우리애에게 학습이 아니었고 항상 노는 것의 일환으로 재미있게 했어요.

책도 원래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책의 바다는 커녕하고 책의 세숫대야에도 빠진적이 없어요.

저는 애가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 했어요. 좋아하는 거 하도록 했어요. 그림그리기, 블럭놀이, 같이 비디오 보기.

사실 직장다니느라 같이 할 시간도 얼마 없는데 그렇게 하기는 참 쉽지 않았지만, 최소한 싫어하는 건 하기 싫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꾸준히 좋아하는 책 읽어주기만 하니까, 진짜로 같이 즐겁게만 읽어주니까 한글떼기, 영어읽기는 저절도 따라오더라구요. 지가 언제 책읽게 된지도 모르게 읽게 되고 단어외운다고 낑낑거리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되는 겁니다. 책도 이젠 진짜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영어도 영어라고 따로 한 게 아니고 한글책 읽듯이 영어책 읽어주고 한국말 하듯이 영어해주니 그냥 자연스러워 진거구요.

쑥쑥식 엄마표는 애가 가장 힘들지 않고 가장 즐겁게, 엄마들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저는 정말 믿어요. 그렇게 진행을 해올수 있어서 다행이고, 또 그만큼 좋은 선배님들 글들이 도움이 되었었죠.

카... 오늘은 커피가 진짜 맛있네. 애들 일찍 재우고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보고 자야겄다.^^

모두모두 행복한 꿈꾸시고 다들 즐겁고 행복한 육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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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서맘
  • |
  • 2008-10-24 09:49
이 원글을 통해 또 한번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었고,
댓글들을 읽고 고개 끄덕였고,
지금은 기분은 기쁘고 좋습니다..
좀 홀가분해진 것 같구요..
모든 엄마들이 어딜 향해 가야 할지를 제시해 주는 좋은 글들인것 같습니다..
쑥쑥씩 엄마표를 자칫 잘못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서 더 고민의 늪에 빠질 수 있는데..
서로 교감하며
즐겁고 행복한 일상안에서 한다면야..더 없이 좋겠습니다..
애들이 클 수록 엄마도 조금씩 철이드나봅니다..
요즘 울 애들이 좋아하는 1순위로 등극한 준서맘입니다..
감격스러...ㅎㅎ
그 방법은 따로 없더만요.
싫다는 건 안 시키는거...그거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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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맘
  • |
  • 2008-10-24 10:35
헤헤, 저도 울 애들이 아빠보다 저를 더 좋다고 해서 행복해요.^^
아빠는 좀 서운해 하시지만.
뭐 그런 걸로 또 기운얻고 같이 열심히 놀아주고 그런 게 엄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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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령돌맘
  • |
  • 2008-10-24 17:09
ㅋㅋㅋ^ㅡ^ 울 애들은 엄마가 젤루 좋다고 해놓고.. 아빠가 뭐 사줄땐 엄마는 쳐다도 안보더만요..^^ㅋㅋ
그래요.. 하양맘님처럼.. 행복하고..즐거운 육아해요 우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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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맘
  • |
  • 2008-10-24 22:07
령돌맘님, 저 애들 재워놓고 남편이랑 미이라 3 봤어요.
다운받아 놓은 지가 언젠데 이제 보네.
한밤중에 보니 좀 무서웠시유.^^;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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