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랑 영어대화 나누는 것에 대한 답글을 쓰다보니 문득 이것도 쓰고 싶어지네요.
(회의1)
쑥쑥의 많은 엄마들처럼 저도 영어에 대한 아웃풋을 신경쓰고, 딸이 저랑만큼은 거의 영어로만 대화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길가다가 외국인 부부를 만났는데요, 엄마는 한국사람, 아빠는 미국인으로 보였어요.
애는 한국말만 쓰더군요. 부모들도 대화를 전부 한국어로만.
인형처럼 생긴 서양애의 유창한 한국어 발음에 놀라면서(한 해 두 해 한글로 대화한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 옆에서 딸래미랑 짧은 영어로 떠들던 나는 새삼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회의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한국땅에서 토종 한국인들이 대화를 하는데, 울 딸이 저랑은 영어로만 대화해야 된다고 왜 나는 생각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애가 “아야” 안하고 “Ouch."라고 하는 것에 대해 왜 나는 소름이 끼치지 않은 건지....
물론 그 분들이야 영어에 자신있으니까 뭐 여타 사정으로 한국어로만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땅에 살면서 앞으로 외국보낼 생각도 눈꼽만큼도 없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짓인지 무지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날은 우울한 기분에 집에서 한글책만 읽고 한국어만 썼어요.^^;
그 다음날부터 또 “아니야,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인걸. 영어는 세계 공용어니까 애가 어릴 때 엄마가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야. 여기는 한국땅이니까 더 노력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갔답니다.
하지만 그 때 느낀 씁쓸한 감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회의 2)
유아게시판에서 주로 놀고 있는데, 가끔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참고가 될까 하여 초게나 중게에도 들러서 좋은 글들을 읽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상 연령이 틀리니까 글도 성격이 많이 틀린데, 제가 느끼기로는 유아게시판이 제일 열기가 뜨거워요.
유아기가 중요하다는 설이 대세인 지금 엄마들은 지금 시기를 놓치면 정말 바보라도 되는 듯한 생각이 들어(저부터도 그래요)서 정말 열정적으로 많은 걸 해주시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중게는 여기만큼 게시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더라구요. 실제로 다들 정말로 바쁘기도 하시겠구요.
또 한 맘님의 글을 읽었는데, 그 글을 읽고 하, 정말 그렇구나... 하고 망치로 띵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리 아무리 엄마가 난리를 쳐도 초등 고학년, 중학생 이상이 되면 이제 엄마가 컨트롤해서 공부나 영어를 잘 하는 시기는 지난다는 거죠. 본인이 공부할 의지가 없으면, 영어든 뭐든 의욕이 없으면 무슨 짓을 해도 안되는 시기가 오는 겁니다.
특히 사춘기라는 격정의 시기를 지나면서 변하는 애들도 많다네요....
그 분 말씀 중 ‘리모콘 이제 내려놓읍시다, 엄마의 힘으로 잘하게 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때까지 밖에 없습니다, 물가에 끌고는 갈수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는 내용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실 제 주위에도 보면 엄마가 전혀 열성엄마가 아니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간신히 한글떼어도 본인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늦게 들어서 의사가 되고, 의대에서도 1등.
제가 아는 의대교수님 외동아들 하나 만큼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의대 보낼려고 그렇게 그렇게 어릴 때부터 노력을 했는데 결국 성적이 안되어서 공대로 가더군요. 뭐 의사가 별거냐 마는....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을 쏴악 비우고 정말 여유있게 육아에 임해야 하는데, 다 지 능력대로, 팔자대로 살아갈 것인데....
아, 오늘도 나는 강의 마치고 와서 부어터진 목으로 왜 이렇게 또 책을 하나라도 읽어주지 않으면 이렇게 불안한 것인지.....
산후조리도 잘 안되어 쑤시는 팔목을 가지고, 애 액티에 쓰겠다고 인터넷에서 자료찾아 코팅하고 오리고 찍찍이 붙이고 앉아있는 것인지.....
이런 회의가 들면서도 애들 얼굴만 보면 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가게 되네요.
애 키우면서 팍팍 늙어가고 애 키우면서 몸 상해가고.
여자로서의 미모(진정코 그런 것이 존재했었단 말이냐?)도 날마다 쇠퇴해가고.... 내 청춘은 어디로 가느냔 말이다....
맘님들은 이런 회의 드신 적 없나요? 저만 그런 가요?
아, 또 회의가 밀려올려고 하네, 커피나 마시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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