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한여자가 면허를 땄습니다.
공부안해도 된다는 말 철썩같이 믿고 앞면 뒷면 인지 도배하다가 험한세상, 봉고차에 올라타 책을 사면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말에 철없이, 듣도보도 못한 책을 사갖곤 엄마한테 대판 혼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에야 밝아오는 21세기를 바라보며 간신히 면허증을 땄습니다. 이런 헛똑똑이!!
그리고 2014년이 넘어갔습니다.
엊그제부터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하다못해 큰아이 자전거 빌려타고 난생처음 보행로를 달리는데 달라붙는 속도가 그다지 두렵지 않았습니다. 운전을 하게되면 자전거도 잘 탈 수 있게 되다니요!!
때는 바야흐로 남편이 대리기사를 삼고싶은 아내에게 운전을 허락한 2014년의 어느날 이었습니다.
선생님을 엄선합니다.
여자분으로!! 단, 가격은 적절히 저렴해야지요!!
인터넷 화면에는 없었지만 총 10시간 중에 1시간당 10분의 휴식시간이 있고, 선생님의 스케줄 소화능력이 떨어져서 오는 10, 20분의 지각사태와 왠일로 멀리가는 바람에 늦게 돌아오게되는 20분 정도의 초과시간과 친척 상당해서 일주일 이상을 미루는 초유의 사태 등등을 포함하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여 10시간의 운전연수를 무사히 마치게 됩니다. 여기에 같은 여자라서 이해해줄 거라는 안일함에 찬물을 끼얹는 선생님의 무시와 'R'의 의미를 몰라 (후진이나 REVERSE)라고 하면 될 것을 'ROUND'요! 라고 외치는 순발력은 옵션입니다. 저는 정말 리벌스 몰랐다구요!!
선생님은 사실, 여자의 탈을 쓴 남자였습니다.
차가 회전할 때 오히려 엑셀을 밟으면 부드럽게 넘어간다 알려주신 것하며, 동네 순환 안시키고 행주산성이네, 성북동 꼭대기네 등등에 데려가신걸 보면 이후 기타는 생략하고라도 진정 대장부셨습니다.
의외의 이벤트로 행주산성에서 맛난 잔치국수를 사주시고 자연스럽게 아주 비싼 커피집에서 제가 쏘는 형식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순서였던거 같습니다.ㅋㅋ
주행입니다.
처음에는 옆라인 차선에서 갑자기 차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덩달아 옆으로 이동했다가 사고날 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대 때려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입에 담으셨지만, 특유의 생각안나는 뇌사태로 인하여 꾹 참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 부분은 초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기에 제가 운전연수 선생님이 된다면 미리 숙지시켜야할 부분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운전을 하며 차선 변경시 깜박이를 얼마동안 키고 어떠한 상황에서 들어가는지 등을 다른 차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거나 선생님이 운전하면서 먼저 보여주신다면 한결 쉬울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하루 2시간의 운전시간을 본인이 100%운전하게 하는 것은 어찌보면 독수리가 날지못하는 새끼들을 그냥 던져서 살 놈은 살고 못하는 놈은 모른다는 식의 것과 흡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차입니다.
어깨에 다른 차의 정면이 오면 어쩌구, 오른쪽으로 한바퀴반, 나갈때는 왼쪽으로 반바퀴 세워서~왜그리 절대로 써먹지 못할 방법으로 가르쳐 주시는지...... .
이 방법들은 외우는대도 버겁고, 실제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자동차바퀴는 두바퀴반?두바퀴?를 돌려야 좌측 또는 우측으로 정확히 꺾인다는 것입니다.
좌측으로 살짝 돌리면 돌려질 것 같지만 거의 안돌아간다는 사실, 그것만 제대로 알려줬어도 왜 두바퀴를 돌려야하고 한바퀴를 돌려야하는지를 알텐데, 우리 선생님은 어찌나 답답해하시는지...... .
저도 그런 선생님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이 50이 되면 운전연수 학원을 차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학원을 차리면 경영이 될테니까 순수하게 학생들만 지도할까봐요.ㅋㅋㅋ
우짰든, 우리 기죽지 말고 운전하자구요. 원하는 도서관을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있는 행복감!!
아이와 훌쩍 바다로 떠나면 좋으련만, 아직 인근 마트에 가는 일상의 탈출!
주변에는 제가 운전한다고 다시 시작한 엄마들도 있어요.
저, 운전 잘 못할것 같이 생겼거든요.ㅋㅋ
근데, 인간 네비에요..ㅋㅋ
도로를 잘 아는 것에 대한 이상한 자부심이 있는 아줌마랍니다.
도로는 무섭지 않아요.
그리고 남자들도 실수 많이하구요.
주의!! 여성 운전자를 노리는 나쁜 사람들이 있으니까 늘 조심해야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도가 주는 영역확장이라는 거대한 선물이 있지만, 나와 내가족의 안전과 다른 사람의 안전에는 만전을 기해야합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면요.
지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걸어다녀야할텐데, 이젠 동네시장도 운전하고 싶어지는 이 아줌마는 아직 초보라서 그래요....^^이해해주세요.
- 식구들이 집에 없는 해낮은 이 시간이 너무 좋아 쑥에 들어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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