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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수능 영어를 풀어 보다

  • 이슬구슬맘
  • |
  • 2008-11-21
33

무슨 일이 되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섯 살 꼬맹이들을 데리고 영어 모임을 하다가,

고3 과외를 덜커덕 맡게 되었습니다.

꼬맹이 하나의 큰 누나가 내년에 고3이 되는 까닭이었지요.

(오퍼는 영어와 일본어였으나, 일단 목표는 전 영역을 1등급으로 올리는 것)

 

그래 5년만에 수능 영어 문제를 풀어보게 되었답니다.

(유아 레벨일지라도) 2년 동안 영어만 했는데...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죠. 흣흣흣 ^______^

올해, 작년 문제를 연달아 풀었는데 허그덩~ 체감 난이도는 텝스, 플렉스 수준이더군요.

(어휘 수준은 쬐까 떨어지지만)

문장이 세 줄을 넘어가는 복잡함에, 전치사 다음에 명사가 오는 거이 아니고 줄줄이 구/절이 달리는가 하믄

지문의 범위도 현역 때는 쉽게 잘 다듬어진 교양 상식 선에서 끝났는데,

이건 뭥미 토익도 아닌 것이 광고글, 설명서부터 시작해서 대학 교재(기본서^^)에서 발췌한 것 같은

본격적인 내용의 지문도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려서 결과는 현역 때와 다름 없는 점수... ㅠ_ㅜ 좋, 좋아해야 하는 건지?

 

언어 영역은 아직 풀어보질 않았지만 (아그가 언어는 1등급이 안정적으로 나온다고 하길래)

대충 보니까 경향이 비슷하더군요.

절대 교과서에서 안 나오고,

대학 전공서나 교양서 같은 것에서 발췌한 지문들... ^^;;

마치 토플 문제를 우리말로 내면 이런 식이겠구나 싶은 느낌이었답니다.

지대로 아카데믹 한 게.

문항수가 줄었다더니 지문 난이도를 올렸구나... 교활한... ^_____^;;

 

수포자였던 관계로 아직 수학은 들여다 볼 생각도 못했고 (슬쩍 스치듯 봤는데 꺄악~)

과학은 주워 먹던 인간인데 이제 문과는 과학을 볼 필요가 없다네요. 원참 -_-;; (아쉬워라~)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리 아가들.

부모의 경제력, 정보력이 아가의 앞길을 결정하네 어쩌네 쉽게 말은 하지만,

정말 우리가 원하는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경제력, 정보력 아니어도

아이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아니던가요.

 

우리나라 경제 가치의 80%는 부동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대부분 거품으로 채워진 이유는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인데,

문제는 이 은행들이 자기 돈으로 꿔준 게 아니라 빚을 내어 대줄을 내줬다는 건데요.

물론 고객 예금도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수는 엔캐리... 즉 일본에서 꿔 온 것이라지요.

지금 일본 환율이 2배가 되었는데...

담보한 아파트 값은 떨어져, 환율은 두 배야... 아마 은행들 모르긴 몰라도 죽을 맛일 겁니다.

(유게서 자꾸 경제 들먹여서 죄송하지만 저희 집은 경제와 교육을 떼 놓을 수 없는 형편인지라...)

 

우리 아이들은 이 이후에 사회에 나가야 합니다.

사태가 악화되어 경제 가치가 폭삭 주저 앉든 - 그럼 우리의 생활수준은 반 이하로 내려가겠지요. 동남아 수준?

재수가 좋아 중간에 경기가 부양되어 현 수준을 유지하든...

우리 아이들은 빚까지 내서 부동산 가치만 엄청 부풀려 놓은,

빚은 빚대로 남고 부동산 가치는 떨어져 가고 취직할 회사는 없는 암담한 앞으로의 세상에서 성인식을 올려야 합니다. 그 돈이 다 기술 개발에 쓰였으면 좋았으련만! 흑-

 

이런 상황에 아이 교육을 위해 어떻게 방향을 잡으시겠습니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혼자서도 가치 창출이 가능한 창의적인 인물?

 

시키는 일 착착 반듯하게 끝내 놓는, 능력은 있으나 수동적인 인물?

대안은 못 세우고 비판만 그럴싸하게 잘 하는 인물?

 

저도 한국에서 십수년 교육 받았고, 부모가 되어 다시금 입시의 끝에 있는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어보니,

우리나라 교육은 수동적으로 일 잘하는 인물을 키우기 위한 것이더군요.

사고력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정작 가치 창출로는 이어지기 힘든, 남을 비판하기 위한 용도로만 쓰이기 쉽겠더군요.

 

앞으로의 입시 경향이 어찌 될지는, 미래 일이니 그 누가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만,

영어 잘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니 입시 영어는 '시험'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난이도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국내용도 인쟈 토플 수준을 염두에 두어야 할 듯)

또한 입시 체제가 유지된다면 난이도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입시 교육으로 완성된 아이는 창조적이라기보단 수동적인 인물일 가능성이 많겠죠.

 

아무리 콩깍지를 눈에 쓰고 아이를 본다고 해도,

아이가 앞으로 공부를 잘 할성 싶은지 아닌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공부를 곧잘 하겠다 싶은 아이는 입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책을 엄청 읽혀야 합니다.

다양하게 많이 읽을수록 상식이 풍부해지고 읽는 속도가 빨라져

고1 무렵에는 국어, 영어를 안정적인 수준에 놓고 수학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죠.

책을 많이 안 읽고 수학만 잘하는 아이는 언어가 발목을 잡습니다.

수학을 안하면? 우위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렇게 창조적이라기보단 수동적인, 문서 해독, 처리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은 앞으로 울나라 경제가 미국에 예속되든 중국에 예속되는 일본에 예속되든, 다독과 깊은 사고로 다져진 문제 해결 능력과 언어 능력으로 나무랄 데 없는 화이트 칼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 머리는 없는 것 같아도, 초등학교 때 학원 보내고 학습지 시키고 과외 시켜서

어떻게든 공부 시켜 보겠다고 앞으로 생각하시는 아직 유아를 두고 계신 맘님들께는, 전 차라리 애들 놀리시라고,

책은 읽히시되 반복된 문제 풀이에 아이 사고를 가두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공부 머리가 없는 아이들은 다른 머리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초등 때 공부시키면 다른 머리는 죽습니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절절 깁니다.

졸업하면? 할 줄 아는 건 공부밖에 없지만 상위권에 밀려 취직할 덴 없고, 뭐 만드는 기술도 없고...

아르바이트나 단순 노동직을 전전하는 청춘을 보내게 되는 거, 남 얘기 아니고 이미 지금 20대가 겪고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될지 모르는 아이들 차라리 공부 안 시키고 저 잘 하는 거 찾아 하라고 놀리면,

-- 그렇다고 닌텐도나 TV 같은 유해 매체에 방치시키심 안 되구요, 양질의 아날로그적인 놀이를... --

나중에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킬 혁신적인 산업,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인물은 이중에서 나올지도 몰라요.

 

이상이 제가 수능 영어를 풀어 보고 나서 느낀 점이었네요.

우리 애는 책만 읽히고 놀리다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 되믄, 공부 할테냐, 다른 일 할 테냐 물어 보고,

정하라 해야겠어요.

공부하려면 대충 하믄 안 되겠더군요. 인쟈는 90%는 대학갈텐데 취업은 불투명하니,

어디다 델다 놔도 제 밥벌어 먹을 자리를 찾게 하려면

외국어와 쓰기 능력은 화이트 칼라를 목표로 공부하려는 아이가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하는 기술이지요.

 

그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독서...

고1 때 대학교 1학년 교과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사고력과 독해력을 길러 주시기 위한 독서 지도를 권합니다.

 

끌어주지 않으면 상위권은 힘들겠다 싶은 아이는 학원 보낼 바에야 각종 레저 활동을 섭렵하고 두루 세상을 쏘다니며 견문을 넓히는 초등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믄 좋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사족.

고3 아이 지도에 앞서 애 엄니께 앞으로의 세월이 하수상한데 행여 아이가 방황을 하거나 취직을 못하게 된다면 몇 살까지 뒤를 봐주실 수 있냐고 물어 봤더랬습니다. 엄니 말론, 당신 자식인데 평생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그 분의 각오가 부러웠습니다. 훗- 돈.모.아.야.겠.어.요.

 

대체 수정을 몇 번 하는겨...

책 소개도 하고 갈게요.

No Image Found

 

베르디~ 알에서 막 깨어난 어린 뱀 베르디는

가지에 늘어져 있는 커다란 녹색 뱀들이 보기가 싫었어요. 게으르고 재미없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커다란 녹색 뱀이 된 베르디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____^

실제 사진 같은 그림에 처음엔 뱀의 생태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요. 얼마나 재미있는 동화인지...

아직 작은 올챙이인 이슬이보다는 엄마가 더 좋아하게 된 이야기이지만, 진짜 같으면서도 재미난 뱀 그림에 이슬이도 좋아하더군요. (렉사일 AD620L)

Winter King, Summer Queen PB w CDNo Image Found

 

계절이 바뀌는 까닭을 한 편의 전래동화처럼, 하늘에 사는 햇빛 나라와 얼음 나라의 대립과 화해로 그린 이야긴데요.

4-7세 아이들의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고안된 시리즈라고 하네요. 그림이 굉장히 화사하고 따뜻해요. 표지 이미지는 좀 칙칙하지만... 의외로 이슬이가 굉장히 좋아해서 CD를 여섯 번이나 들었어요.

여름 여왕의 동료인 Sunshine Sally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썬샤인 샐리 썬샤인 샐리 하고 돌아다니네요.

이상적인 여성 이미지로 굳는 거 아냐... -_-;; (렉사일 지수는 AD52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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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마미^^
  • |
  • 2008-11-23 14:36
답댓글

제 생각을 적고 나니...^^

다른 이야기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슬맘님은 댓글에도 댓글까지 달고 ....^^

영어에 과학까졍...잘 하신다니...음...부럽삼...

전 지금 영어 회화 잘하시는 엄니들이 넘 부러워용...^^

 

저는 제가 과학을 가르치면서도...

음...어렵다는 생각 할 때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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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맘
  • |
  • 2008-11-22 11:42
답댓글

덧글 마무리 삼아...

 

서점 갔다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좀 좋아하는 작가 로이스 엘러트의 새 책을 보았어요. 자기가 왜 화가가 되었는지 정리하는 느낌이 드는 꼴라주 책이었죠.

Lois Ehlert 국내서도 유명한 다음 책들의 작가입니다.

밝고 선

명한 색의 종이 꼴라쥬로 국내 판매량이 높은 작가 중 한 명이죠. 

 

HandsHands : Growing up to Be an Artist

Hands : Growing up to Be an Artist

 

작가는 어릴 때 부모님의 작업대 옆에 자기의 조그만 책상이 있었대요.

부모님은 언제나 뭔가 직접 만드시는 분들이어서, 자기 역시 천 짜투리나 나무토막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네요. 아루 종이 뭔가 벌려 놓고 만들다가, 만들고 싶은 게 없으면 집안일을 도왔대요.

 

아이의 창의력은 저렇게 키워주는 거다, 그렇게 느꼈답니다.

부모의 역할은 재료, 공간, 시간 제공, 도구 사용법 가르치기에서 시작해서 나중엔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읽히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창의력은 많지만 제대로 발휘가 되지 않으면 단순히 사회 부적응으로 끝나기도 하니까요. 그런 것도 아울러서...

 

요즘 그런 걸 많이 생각합니다.

육아서도 읽을 만큼 읽었고 실전 아이 키우는 법도 손에 익어서 육아가 더 이상 자극이 아닌 걸로 느껴질 때였죠.

오늘 한영애 듣다가 (EBS 라디오 9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어쩌구를 읽어주는데, 마지막에 아기에 대해 말하는 구절이 나오더군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세상에 없던 사람이 내 주위에 나타나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는... 이 얘기를 듣자 갑자기 눈물이 막 나더니... ㅠ_ㅠ 무릎꿇고 앉아서 막 울었잖아요. 찐빵 먹던 25개월 짜리가 옆에 와서 '아움' 하고 덥썩 찐빵을 물고 저를 보고 씩~ 웃는데... 아이구... 을매나 가슴이 찡~ 한지...

엄마가 혼내도 좋다는 큰 넘, 엄마 떨어지는 건 생각도 몬하는 작은 넘...

아이를 키우는 보람, 즐거움을 새삼 가슴 저리게 느끼고... 힘을 내 봅니다.

흐린 주말이지만, 모두 화이팅. (까이유가 끝나서 서둘러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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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맘
  • |
  • 2008-11-21 22:46
답댓글

정말 여러가지로 많은 걸 느끼고 갑니다.

저도 이런 부분은 깊이 동감하는 바이고, 길게 보면 이렇게 유아기에 뭔가 해줄라꼬 안달복달을 할 필요가 없는데....

아니, 근데 우찌 영어를 잘하시면서 과학을 주워먹으실 수 있었던 것인지....

저는 전형적인 문과머리라 수학과학 완전 빌빌 기었는데. 그래서 의례히 다른 사람도 언어에 뛰어나면 이과 머리는 없을 거라고 지레 판단.^^

그렇지 않은 분 여기 계시구만요. 정말 대단합니다.

오퍼가 일본어였다는 말은 일본어까정???? 시간 날때 슬구슬맘님 글들 새로 한 번 읽어보아야겠어요.

이슬구슬맘님의 정체가 무엇인가 무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좋은 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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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맘
  • |
  • 2008-11-22 10:56
전 걍 이것 저것 하다가 뭐 하나 제대로 못하고 걍 평범하게 애들 키우는 아줌니에요. ^^ 더 웃긴 건 제 제2외국어는 불어였다는 거... ㅍㅎㅎ

전 공간지각력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지 그 부분에 항상 막혀요.
물리도, 파동하고 공 날아가는 거 (낙하속도 구하는 거) 가 젤 어려웠고, 수학도 미적분 그래프 나오고 돌리기 시작하는 데(부피 구하기)서 아주 신경질이 나기 시작하더니 의욕이 안 생기더군요. ^^ 그래서 이과였으면서 수포자가 되었죠. ㅠ_ㅠ 외우는 거랑 벌려 놓은 거 정리하는 건 잘 했는데... (그 부분의 과학이 쉬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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