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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고 장구 치고?(영어 아님)

  • rosalia
  • |
  • 2015-03-03
46

새벽에 눈이 너무 일찍 떠져...
백 만년 만에 쑥에 수다 떨어 보려구요.
어리버리 아들램이 3학년이 되었어요.
요녀석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애미의 걱정은 늘어만 갑니다.
왜냐?
정말 기상천외하게 무식합니다. ㅋㅋ ㅜㅜ
뜻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일상생활에서도 제대로 못 알아 듣는 말도 많고, 잘 안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비유법 같은게 도통 뭔질 모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저와 아들 앞에 줄 서 있던 사람이 타자마자 '인원초과'라는 기계음 멘트가 들렸어요.
그러자 갑자기 아들이
"엄마, 인원추가래! 얼른 타자!"
아들아~~~~

하루는 별로 높지 않은 곳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있었어요.
그걸 내려달라고 징징거리는데 나머지 식구들이 좀 귀찮았답니다.
긴 막대를 사용해서 건드려 툭 떨어져도 괜찮을 물건이라 누나가 한 마디 했어요.
"야, 머리 좀 써봐라. 그 정도는 네가 해결해야지."
어찌했을지 상상이 가시죠?
그 물건이 있는 책장에 자꾸 머리를 대고 비빕니다.
아들이 머리 쓰는 방법입니다. ㅡ.ㅡ

명절에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드리러 갔습니다.
갔다 와서 아빠가 할아버지 산소 자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이 자꾸 0.2, 0.2 합니다.
제 귀에 딱 걸린 0.2!
"아들아 0.2를 왜 자꾸 외치니?"
"엄마, 책에 보니까 산소라고 하고 O2라고 써있던데?"
tomb과 oxygen이 한국말로 똑같이 산소였던 것이죠.
심지어 화학식이라 작게 쓰여진 숫자 2는 뭔가 소숫점 이하 숫자 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O와 0은 헷갈릴 수 있죠? ㅎㅎ

그 이외에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진짜 식은 죽을 먹어 보고 맛이 없다고 하고,
누워서 떡 먹기다~ 그러면 누가 음식을 버릇없이 누워서 먹냐고, 참 안 좋은 습관 아니냐고 열을 냅니다.

어제, 개학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가족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누나가 '북치고 장구친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자 곰곰히 뭔가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의 아들이 한 마디 합니다.
"누나, 내가 작년에 국악을 배워봐서 아는데 북치며 장구까지 치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러면서 말도 안된다며 누나에게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휴~
딸은 웃겨 죽는다며 넘어가는데 엄마는 울고 싶네요. ㅜㅜ
이 일차원 아들이 이차원 정도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하도 무식해서 책도 제가 매일 읽어주고, 국어 시험 준비도 같이 하고, 학교에 상담가서 애가 다른 애들어 비해 많이 뒤쳐지지는 않는지 노심초사 해도 아들은 자기만의 성장속도가 있다는 듯 뭐 태연하게 잘 삽니다. ㅎㅎ

걱정하는 저에게 아들이 살인 미소 한 방 날립니다.
"엄마, 나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

추천
  •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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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chura
  • |
  • 2015-03-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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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너무 귀엽습니다. 막내들은 엄마 얼굴에 주름살 펴주는 역활을 합니다. 아마 아드님은 어디가도 잘 어울리고 적응하겠어요. 재미있는 글 빵빵 터지면서 봤네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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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salia
  • |
  • 2015-03-05 10:31
지금 버스 타고 어디 가는 중인데 라디오에서 초딩 아이들의 재기 넘치는 어록이 담긴 사연을 읽어주고 있어요.
산울림 김창완 아저씨 넘어갑니다.
근데 다들 어른스러운 말이네요. ㅡ.ㅡ
오늘 오곡밥 먹는 날인데 전 늦게 일어나서 흰쌀밥 해줬네요.
맛있는 오곡밥 드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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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심과여유
  • |
  • 2015-03-05 05:57
답댓글

로잘리아님~~  ^^

어머! 어머!!  매력덩어리, 귀욤둥이 아들이네요!!  ^^

어쩜.. O2는 정말 대박이네요.

이런 걸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과 창의력!! 이라고 하지요~ ^^

앞으로 정말 매력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어요.

여유있고, 유머도 있고.. 둥글둥글 사회생활도 잘 하고..

게다가 얼굴까지 잘 생겼다니..

로잘리아님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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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salia
  • |
  • 2015-03-05 08:50
관여님, 오랜만이어요.
쑥쑥의 든든한 기둥!
아드님의 전체요리? 전채요리! 사건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만 저희는 그런 일이 너무 빈번하다는 문제가...ㅡ.ㅡ
내일 반장선거 한다는데 자기가 인기짱이라 반장이 될거라는 근자감에 휩싸여서 큰 일입니다.
사실 반장될 애는 따로 있는게 제 눈에도 보이거든요.
내일이 기대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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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이혀니맘
  • |
  • 2015-03-04 23:47
답댓글

ㅎㅎㅎ
아들이 개그에 소질 있을 것 같은데요.
그닥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지만

후배인 제 짧은 생각에. . .정 걱정되신다면
어휘나 속담, 고사성어 등 관련되어 재미나면서도 뜻풀이가 비교적 잘 된 학습만화를 활용해보심이 어떨까요?

울 꼬맹이 처음에 사촌이 준 속담 사전 책 그림이. 웃겨 보더니 전혀 맥락없이 마구 뱉어대길래, 관련된 속담만화 등을 지속적으로 대여해 여러권보여주었더니 지금은 조~금 맥락에 가까워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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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salia
  • |
  • 2015-03-05 08:47
선배면 뭐하나요?
애 둘 다 제대로 키우질 못했는걸요. ㅜㅜ
둘째라 정말 느슨하게 키운 것도 있어요.
요즘 반성하면서 매일 공부하는 것도 기록하는 등 마음을 다잡고 있답니다.
어휘 잡겠다고 초단비도 사두고 그랬는데 학습만화 쪽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좋은 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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