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너무 일찍 떠져...
백 만년 만에 쑥에 수다 떨어 보려구요.
어리버리 아들램이 3학년이 되었어요.
요녀석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애미의 걱정은 늘어만 갑니다.
왜냐?
정말 기상천외하게 무식합니다. ㅋㅋ ㅜㅜ
뜻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일상생활에서도 제대로 못 알아 듣는 말도 많고, 잘 안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비유법 같은게 도통 뭔질 모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저와 아들 앞에 줄 서 있던 사람이 타자마자 '인원초과'라는 기계음 멘트가 들렸어요.
그러자 갑자기 아들이
"엄마, 인원추가래! 얼른 타자!"
아들아~~~~
하루는 별로 높지 않은 곳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있었어요.
그걸 내려달라고 징징거리는데 나머지 식구들이 좀 귀찮았답니다.
긴 막대를 사용해서 건드려 툭 떨어져도 괜찮을 물건이라 누나가 한 마디 했어요.
"야, 머리 좀 써봐라. 그 정도는 네가 해결해야지."
어찌했을지 상상이 가시죠?
그 물건이 있는 책장에 자꾸 머리를 대고 비빕니다.
아들이 머리 쓰는 방법입니다. ㅡ.ㅡ
명절에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드리러 갔습니다.
갔다 와서 아빠가 할아버지 산소 자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이 자꾸 0.2, 0.2 합니다.
제 귀에 딱 걸린 0.2!
"아들아 0.2를 왜 자꾸 외치니?"
"엄마, 책에 보니까 산소라고 하고 O2라고 써있던데?"
tomb과 oxygen이 한국말로 똑같이 산소였던 것이죠.
심지어 화학식이라 작게 쓰여진 숫자 2는 뭔가 소숫점 이하 숫자 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O와 0은 헷갈릴 수 있죠? ㅎㅎ
그 이외에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진짜 식은 죽을 먹어 보고 맛이 없다고 하고,
누워서 떡 먹기다~ 그러면 누가 음식을 버릇없이 누워서 먹냐고, 참 안 좋은 습관 아니냐고 열을 냅니다.
어제, 개학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가족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누나가 '북치고 장구친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자 곰곰히 뭔가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의 아들이 한 마디 합니다.
"누나, 내가 작년에 국악을 배워봐서 아는데 북치며 장구까지 치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러면서 말도 안된다며 누나에게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휴~
딸은 웃겨 죽는다며 넘어가는데 엄마는 울고 싶네요. ㅜㅜ
이 일차원 아들이 이차원 정도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하도 무식해서 책도 제가 매일 읽어주고, 국어 시험 준비도 같이 하고, 학교에 상담가서 애가 다른 애들어 비해 많이 뒤쳐지지는 않는지 노심초사 해도 아들은 자기만의 성장속도가 있다는 듯 뭐 태연하게 잘 삽니다. ㅎㅎ
걱정하는 저에게 아들이 살인 미소 한 방 날립니다.
"엄마, 나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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