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식구, 형부와 조카들까지 통틀어 단 세 여자만이 A형입니다.
친정 엄마, 저 그리고 제 딸.
제 딸 진아는 애미인 저 보다도 외할머니를 더 많이 닮았습니다.
조그마한 얼굴에 톡 튀어나온 이마 보조개까지...
오랜 기다림끝에 저희 집에 태어난 진아는 할머니의 기도로 생겼고 정성으로 키워 졌습니다.
바쁜 딸을 대신 해 칠십 넘은 노모가 손녀손 꼭 잡고 놀이터로 산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시며 사계절의 변화와 들꽃이 얼마나 예쁜지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아이가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하시던일 멈추시고 작고 동그란 눈을 지긋히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 아이가 벌써 아홉살이 되었네요.
며칠전에는 전투 식량 가지고 가까운 산에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며 진달래 구경도 하고 내려 왔습니다.

저희 친정 엄마는 참 고마운게 많은 분이십니다.
지금 제 나이인 46살에 혼자 되시어 4남매를 교육시키시고 시집 장가를 다 보내셨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외로운 길이었을까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없고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을거예요.
그래도 제가 기억하는 친정 엄마는 항상 웃으셨고 노래를 부르셨고 저희 사남매에게 용기를 주는 여장부 이셨어요.
나란히 교복 입고 학교가는 저희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면서 '고맙다, 사랑한다' 를 매일 외쳐 주셨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라, 너희 뒤에는 엄마가 있단다.'
그 사랑이 온전히 저희들에게 전해져 저희 사남매는 의좋게 서로 의지하며 잘 자랐던것 같아요.
지금도 걸어가면 몇 분 걸리지 않을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답니다.
그 사랑 많으시고 멋지신 친정 엄마가 저와 제 딸 옆에 계시니 저희는 참 복이 많습니다.
친정엄마가 저희에게 그러셨듯이 제 딸 진아에게도 '고맙다, 사랑한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라! 네 뒤에는 할머니랑 엄마 아빠가 있단다.' 이렇게 말해 주십니다.
얼마나 든든하고 힘나는 말인지요.
아마 우리 아이들도 이런 말들을 듣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요?
'공부해라, 책 읽어라, 좀 더 열심히 해라' 라는 말 대신에 오늘은 '고맙다, 사랑한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라! 니 뒤에는 엄마 아빠가 있단다.'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오늘은 더 따뜻한 눈빛으로 딸아이를 바라보며 말해야 겠어요.
'내 딸로 태어 나줘서 고맙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너 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도 기 죽지 말고 하고 싶은것은 다 해보라고, 네 뒤에는 엄마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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