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처음 멍하던 3월과 달리 4월부터는
학교란 이런 곳이구나 여실히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매일 살뜰히도 놀기만 하던 병설을 다니던 아이라
책상에 수업시간 내내 앉아만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는지
유치원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고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그래도 혼자 유치원으로 돌아갈수는 없으니 나름 스스로 적응을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녀석이라 선생님께 곧잘 지적을 받는 모양입니다.
엄마, 아빠 다음으로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가르치는 우리 부부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학교 생활 잘 하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교실에 앉아만 있던 다리 운동 하라고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다른 1학년 아이들이 모두 사라질때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피아노학원에 가곤 합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은 그렇게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엄마도 조금씩 초딩엄마로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구요.^^
엄마로서는 오히려 작년이 더 불안하고 맘이 불편했었습니다.
맘 깊은 곳에서 학교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있었나봅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학교 생활에 그토록 불안했던 원인 중 하나는 주변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데
오히려 주변에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맘만 먹으면 내리 3-4시간을 앉아서 책만 보고
겨우 입에 떠 넣다시피 밥 한 끼 먹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다시 3-4시간동안 책을 읽는 아이는 꽤나 영특하고 집중력이 대단해 보였나 봅니다.
영재테스트를 한 번 받아보라거나 이런 아이는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부모 눈에는 한없이 평범해 보여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저의 일관된 생각은
어떤 아이라도 제 아이처럼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면
누구나 제 아이처럼 독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독서는 훈련이고 이 훈련의 결과로 영특해 보이는 것 뿐이기 때문에
현재 영재검사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또한 주변에서는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3살부터 한글책을, 7살부터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고,
주말마다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음악회로 배경지식이 가득한 제 아이가
학교공부가 시시하다고 재미없어 하지 않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다들 미리 다 배워가서 학교가서 뭘 할거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과과정을 미리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작년에 한 해 선배아이의 엄마가 교과서를 물려주었지만
아이와 미리 연습하지도 않았고, 혹시나 필요할까 싶은 생각에 책장 높이 꽂아두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역시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얼마전 또래 엄마에게 모두 전해 주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학교 숙제는 물론 받아쓰기 시험도 미리 봐주지 않습니다.
숙제가 있냐고 물어봐서 있다면 알아서 하라고 말해주고,
받아쓰기 시험보기 전 날 시험보기 전에 받아쓰기 급수표 미리 한 번 읽어보고
시험을 보라고 말해주는게 전부입니다.
3살때 한글을 읽기 시작하더니 5살때는 혼자 동화책을 만든 아이입니다.
그때 맞춤법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름 아이가 만든 동화를 읽어보니
구성도 괜찮았고, 글자도 아주 어려운 것 빼고는 잘 썼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언제부터 시작해야할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쉬운 받아쓰기부터 스스로 공부하고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백점이라는 결과보다는 백점을 맞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태도가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혼자 스스로 받아쓰기시험을 대비하던 아이가 세번째 시험에서 하나를 틀렸습니다.
저도 놀랐고, 남편도 놀랐고, 주변에서도 깜짝 놀라 도대체 무엇을 틀렸냐고 물어보더군요.
그것도 너무나 쉬운 '곰'을 틀렸는데 이유는 실수로 '공'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야단대신 실수도 실력이니까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본인도 꽤나 당황한 모양인데 쉽다고 자만한게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실수도 실력이고, 운도 실력이라는 것입니다.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무능하다는 것이고,
실력이 뒷받침되어줄때 운도 따라와 주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를 내주고 강제로 하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쉬운 받아쓰기부터 이렇게 자만하지 말고 신중하게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당장의 백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깜짝 놀란 가슴은 큰 교훈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신경을 쓰는 것 중에 하나는 설명문을 제대로 독해하여 바른 이해를 하는 연습입니다.
아이는 만들기를 워낙 좋아해서 요즘 <내일은 실험왕>시리즈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꼭 그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만들기 세트를 자주 사주는데
저는 이것도 제가 함께 하지 않고 오롯이 아이 혼자 하도록 합니다.
뜨거운 물이나, 위험한 액체, 강한 접작체 등을 사용할때만 함께 있어줍니다.
만들기재료와 함께 있는 안내문을 꼼꼼히 읽고 혼자 만들어 보도록 하는데
완성작을 칭찬해 주거나 실험 결과가 실패할 경우 다시 안내문을 차근차근 읽어보라고만 합니다.
분명 안내문에 적힌 지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처음부터 혹은 거꾸로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중간에 잘못한 부분이 나오면
아이는 고쳐서 완성작을 가져옵니다.
저는 물론 폭풍칭찬을 하지만 사실 완성작에는 관심이 없고,
만드는 과정에서 이 안내문을 정확히 독해하고
설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훈련이 차근차근 되어 있어야만 나중에 수능(수능을 대체한 다른 시험)을 보더라도
긴 지문을 빠른 시간안에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이런 지시적이고 논리적인 글만 읽다보면
아이의 정서가 메말라질것에 대한 우려로
다시 세계명작전집을 읽도록 시작했습니다.
어제 저녁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보면서 킥킥대는 모습을 보니
설명서를 뚫어져라 보던 눈빛과 분명 다름이 느껴집니다.
제가 아이의 발달사항이나 진행사항을 쑥에 올리면서
아이가 마치 천재나 영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러나 저도 고민많은 초등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일 뿐입니다.
얼마전에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이가 장난이 심하고 너무 개구져서 집에서 지도편달 바란다구요. ㅠ.,ㅠ
아이의 장난은 책읽는 양과 비례한지 저 말썽꾸러기를 눈물 쏙 빼게 야단치고
눈물자국이 자욱해서 잠든 모습을 보니 맘이 아프기도 합니다.
외동을 키우다보니 외동이라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유난히도 더 야단을 치고, 혼을 내게 됩니다.
그래서 무서운 엄마 앞에서는 천사같은 녀석이
엄마없는 곳에서는 장난이 더 심한 모양입니다.
놀이터와 도서관에서의 극과 극의 모습중에
어느 것이 제 아이의 진짜 모습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그 두 가지의 모습이 아마도 모두 진짜일거라고 믿고
오늘도 저 장난꾸러기와 행복한 하루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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