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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4일]
전용극장이라고 해서 난타 전용건물이 있나...했는데 경향신문사 건물의 1관에 떠억하고 자리잡은 극장.
입구에서 잠시 앉아있는데 서양사람도 많고 일본사람도 많았다.
왔다갔다 하면서 하는 말들 중 일본 말이 어찌나 많던지..
극장 안은 예상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단체예약이 갑자기 취소가 되어서 그렇댄다.
우리가 본 공연팀은 "GREEN"
제일 막내로 나오는 아저씨도 익살맞고 귀여웠는데 홍일점인 여자언니는 정말 요염하고 이뻤다.
콧수염 달고 나온 아저씨도 알고보니 새파란 오빠.
어린이 난타에서 요정들이 나와서 보여주는 어둠 속의 불빛이나 사자 탈의 춤 등의 부분만 빼면 대체적으로는 전개방식이 비슷하다.
강도가 조금 더 짙기는 하고 관객의 참여가 조금 더 많다는 것과 생일잔치가 아니라 결혼식 준비라는 것이 다르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관객을 남자한명, 여자 한명을 데리고 와 간단한 한복을 걸치고 슾을 맛보게 하는데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도 재미있고.
마지막에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때 나왔던 사람들이 언제 찍혔는지 아까 쑥스러움에 웃던 그 모습 그대로 큰 화면에 나와 웨딩마치가 울려퍼질 때는 사람들 모두 박장대소했다.
양파, 오이, 당근, 양배추를 각자의 도마 위에서 요리하며 부르는 재료 이름으로 만든 화음 또한 코믹하면서도 재미있었고.
어디선가 풍기는 기름 냄새..요리가 타는 냄새..
야채들을 난타하며 도마를 칠 때에는 음식들이 이리저리 튀면서 분주한 주방의 모습을 같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지가 자꾸만 냄새가 난다며 그 예민한 코를 손으로 털어내기는 했지만 요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나쁠 건 없었다.
내가 본 우아미의 절정 관객은 바로 오늘 우리 옆자리에 앉아있던 인텔리 이미지를 풍기는 일본의 중년신사 네명.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키득키득 웃어도, 간단한 장기가 끝날 때마다 격려와 환호성의 박수에도 아랑곳 않고 고상하게 앉아있으니 현지와 나만 약간 맛이 간 아줌마와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들 어떠리~
여전히 우리는 신나서 박수치고 소리지르는 것도 알려주면서 같이 열정을 즐겼다.
현지는 어린이난타보다 오늘 본 공연이 더 재미있댄다.
그때는 요정이 나오는 부분에서 왠지 지루한 듯 나에게 기대어 몸을 비틀기도 했는데 오늘은 거의 그럴 여유도 없이 혹시 뒷사람에게 한소리 듣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고개를 빼가며 무슨 일이 벌어지나 유심히 보면서 몸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너무 짙에 길들여져 있다..동화스럽고 조용한 맛이 사라진지 오래..조촘걸음으로 움직이며 갸날프지만 맑은 소리를 연주하던 요정들보다 칼로 난자되어진 야채들을 보면서 더열광하는 대한의 딸..
이번 공연 역시 아쉬움을 남기고 끝이 났다.
그 멋진 휘날레를 왜 그렇게 짧게 하는지..
공연이 끝나고 무대로 던져지는 볼들을 보더니 이현지, 바닥의 모든 공들을 무대위에 갖다 놓야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들었는지 다른 사람들 모두 공연장을 빠져나가는데 혼자 열심히 공을 주워 무대 위로 갖다 놓는다.(던지면 바로 앞에서 바닥에 떨어지니까)
삼촌이 다 할거라며 나가자고 하니까 자기가 해야된다며 떼를 부리니 이 일을 어찌하나.
결국에는 몇개만 더 갖가 놓고 손을 잡아끌고 나와버렸다.
"내가 해야되~~ 내가 정리할거야~"
누가 정리걸을 말리랴.
어린이 난타 공연 때 봤던 아저씨를 로비에서 만나서 아는 체를 하면서 넉살좋게 사진도 찍고 왔다.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냐고 하니까 똥꼬부분이 재미있었다나..?
그 많은 리듬과 재미거리 중 똥침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니..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
난정이가 나오는 드라마를 얘기해주며 옛날 우리 조상인 왕과 왕비가 살았던 곳에는 아무나 못들어오게 담을 이렇게 높게 쌓는다고 얘기하니까 "엄마, 집이 참 예쁘다. 근데 공주 할머니네 집은 담이 낮지?" 그런다.
곧이어 "엄마 그럼 여기가 난정이네 집이야?" 물어오는 아이.
벤치가 보이던 힘들다며 쉬었다 가자고 조르고, 양반타령인가..광고가 붙은 것을 보면 뒷부분에 있던 머슴복장을 하고 북을 든 사람을 보면서 똥벼락하고 비슷하게 생겼다며 손을 잡아 끌기도 한다.
오늘은 현지가 짜증 한번 안내서 가는 길, 오는길 너무 편하고 즐거웠다.
어린이집에서 점심먹고 바로 안 데려오고, 낮잠 재워서 오후 간식 먹고 난 후 바로 데리러 가서 직접 공연을 보러가서인지 피곤한 기색도 별로 없었다.
역시 아이들은 낮잠이 힘인가보다.
당분간은 또 뭔가 보이기만 하면 "엄마, 나 난타 잘하지?" 그러면서 열심히 두드리겠지.
오던 길 지하철에서 열심히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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