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니 어쩌면 오래전 초등4학년 딸래미 영어진행기를 투척하고,
SQR의 숙제를 일주일에 한 번씩 투척하고,
친구들의 숙제를 칭찬하는 댓글을 아주 가끔 투척하고 슬며시 꼬리를 감추고 있는 꼬구맙니다.
요기~ 밑에 홍박샘께서 '눈팅만 하지말고 친하게 좀 지냅시다'란 글이 그냥 글로 읽히지 않고
한 줄 한 줄이 뾰족한 바늘처럼 저의 가슴을 콕콕 찔렀어요.
'이런 사람 쑥쑥에서 친구없다 1,2번'이 모두 저의 얘기 같아서 마음이 아렸어요.
지난 3주간 제가 했던
조금은 특별하고 쑥스러운 체험을 쑥맘들께 들려드리려고 해요.
갑자기 왜 그러냐고요?
네...저... 쑥에서 여러 맘들과 친한척 하고 싶은 욕망 덩어리에요...
저희 동네엔 모 대학 영문과 교수님께서 재능기부를 해주십니다.
초등,중등 아이들을 사교육없이 영어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
쑥쑥과 비슷한 지침으로 영어 원서를 가지고 수업을 해주시죠
레벨별로 1~4레벨이 있는데 1레벨은 원어민선생님이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2~4레벨은 챕터북이나 원서등 수준별로 책을 선정해서
1주일에 한번씩 교수님이 직접 수업을 해주십니다.
그러니까 이 수업의 골자는 엄마표+아이표 영어고요,
교수님께서는 교재 선정과 아이들이 수업준비한
내용을 체크하시고 독려하시는 겁니다.
이 교수님의 재능기부 수업은 약 4년여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제 딸래미는 2달전 전체 레벨 테스트할때 처음 참여해서 4레벨을 받고
중학생,고등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습니다.
얼마전 3주동안 교수님께서 미국에 가시는 바람에 수업을 이끌 리더가 없었는데
4레벨은 중딩 이상의 큰 애들이라 엄마들이 수업장소에 오는 분이 안계셔서
아직 어린 딸래미를 매주 픽업하는 제가 얼떨결에 교수님의 역할을 맡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딸래미 수업준비 여부와 간식, 픽업만 신경쓰면 되던
엄마에서 졸지에 12명의 수업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됐지 뭡니까!!
게다가 상대는 북한군도 벌벌 떤다는 공포의 중딩이들!
처음엔 못하겠다고 할까? 아니면 아예 모른척하고 다른 엄마들이 대책회의 해서
누군가 자원할때 까지 시치미떼고 있을까 온갖 생각을 다 하다가
모든걸 체념하고 딸래미가 학교간 틈을 타서 수업할 분량을 듣고, 읽고,해석해 보고
모르는 건 찾아보고...
또 한 번 저의 전면적인 무식함에 치를 떠는 시간이었죠.
중딩이들의 냉정한 눈빛과 웅얼거리는 말투,내리깐 시선에 첫 시간엔 긴장을 좀 했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다가가자 결심하고 수업이 끝나서 나갈 때 한 명 한 명 인사를 했더니
두번째 수업때는 한결 친근하고 편안 느낌이 들더군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천방지축 초딩들과는 달리
삐딱하게 젖힌 고개처럼 삐딱한 느낌과 묘한 조용함이 처음엔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는데
수업을 하면서 각각의 이름을 알고 이름을 부르고 한 마디씩이라도 대화를 하니
사실은 순둥순둥하면서도 장난기가 가득한 애기들이더군요.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라 중딩이 엄마의 푸념이나 하소연을 주로 듣고
괜한 걱정을 하던 저 였는데
이번에 3주동안 중딩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겐 참 좋은 경험이자 깨달음의 시간이었네요.
사춘기 아이들이라고 별스러운게 아니구나
똑같이 사랑과 관심을 주면 되는구나
덤덤하게 격려해주고 눈높이를 맞춰 주면 되는구나
그리고 난... 참 ... 영어를 더럽게...못하는 구나...
이렇게 많은 것을 느꼈네요.
이젠 초등4학년 딸래미가 슬슬 반항의 조짐을 보여도 당황하거나 속상해 하지 않고
조금은 의연해 질 수 있을 까요?
어제는 부엌이 어질러져 있는 걸 보고
"왜 여긴 치우고 돌아서면 어질러져 있는거야!!!"하고 절규했더니
딸래미가 제 등 뒤서 얘기해 주더군요.
"물질은 항상성이라는 게 있어서 일정한 상태를 늘 유지하려고 하죠,
우리 부엌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거에요 엄마, 훗~"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특성상 저도 또 말 없이 눈팅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겠지만
그때마다 쑥쑥맘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참여해 보렵니다.
또... 뜬금없지만
안녕히 계세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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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미영교 12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