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 좀더 확실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육아서에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요즘 고민거리가 있긴 했습니다. 듣기 레벨은 즈이 엄마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는데 (렉사일로는 500L, 리딩레벨은 3.0, 잠수네 분류로는 J5) 정신연령은 낮아, 무엇을 읽어 줘야 하나... 했던 겁니다. '나는야 토마토가 될 거야, 토마토!' 하는 노래를 아주 신이 나서 부르는 수준의, 단순한 두뇌를 가진 남자아이한테, 피노키오 생김새를 궁금해 하고 주제곡(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을 엄마한테 불러 달라 한다고, 피노키오 완역판 들이 밀었다가 '무서워~ 그만해~' 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빌렸던 책을 사촌누이네 집에 돌려 줄 때는, 무슨 앓던 이 빼는 표정이 되더군요. 엄마가 또 읽을까봐 조마조마했나 봅니다. ^^
우리말도, 우리말은 레벨 측정해 가며 읽어 주지 않았으니, 흘려듣기(?) 경로도 워낙에나 다양하해 잘은 모르겠지만, 영어도 이제는 거의 비슷하게 듣기가 성장했습니다. 피노키오는 번역판으로 읽었지만 아마 영어로 읽었다 해도 같은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Stop reading, I'm scared~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
문학은 좌표를 잃고 정신 연령과는 별로 관계 없는 지식의 세계, 수과학 분야의 어휘를 넓히자!!는 생각에 1월 한 달 정도 수과학 분야만 들입다 했더니 그것도 끝이 왔습니다. 아이 인지력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어서 특별히 두드러지게 강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겁니다. 엄마의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아이는 영어든 우리말로든 15 이상의 합이 나오는 연산은 생각도 안 하려고 하고, 50 이상은 세지도 않으려 합니다. 엄마는 생소한 과학 용어나 수학의 단위가 어렵습니다. 연습을 하고 접근하면 되긴 할텐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글씨를 알게 되면 이름표 붙여 가면서 스스로 정리 한 번 하면 끝날 일을... 그래 멈췄습니다.
그리고, 에고 영어는 골치야, 설을 맞아 한두 주 정도 전래 동화 기간을 선포하고 영어는 쉬자 하고 서정오 선생의 전래동화 시리즈를 빌려다 읽어 주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EQ의 천재들 영어판을 무더기로 들고 와 이틀 목 쉬게 읽긴 했습니다. 이모네 집에 가서는 스타워즈 종이 공작에 빠진 부부 때문에 영화도 봤습니다. 이래 저래 이젠 영어로부터 피하기도 힘든 환경이 되었네요.)
그러던 차에 [잠수네...]와 [가은아빠의 영어학습백과]를 읽어 보았습니다. 뭐 새로운 거 있을까 찾아 보려는 마음도 있었고, 고급 영어 레벨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궁금한 점도 있었구요.
일단 [가은아빠의 영어학습백과]는 모태가 쑥쑥이라 그런지 학원식 스킬이 들어간 말하기 파트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새로운 게 없었구요. 그마저도 영어 교수법 안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TESOL 과정을 공부중입니다.) 세세한 방식이나 순서를 제외하곤 [가은아빠...]의 방식은 쑥쑥에서 추천하는 방식과 거의 다르지 않더군요.
[잠수네...]에는 추천 사이트에도 쑥쑥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라이벌 사이트였던가요? ^^
[잠수네...]에서 구분하는 레벨은 적응-발전-심화-고수 네 단계이구요. 초등 이상의 학령기에 읽기-듣기(인풋)을 주로 하여 레벨을 심화과정까지 끌어 올린 후에 네 영역의 발달을 모색하는 방식이더군요. 이슬이가 학령기가 아니라 따라하기 힘든 방법이긴 하지만 - 울 이슬이는 문자와 소리를 합치시켜가며 읽는, 소위 집중듣기가 불가능한 아이인 관계로 - 책을 선별하는 방식이나 양에 있어서는 거의 같은 흐름을 타고 왔던 것입니다.
[잠수네...]의 레벨 구분을 정리해 보면,
적응과정은 쉬운 영상물, 한두 줄짜리 쉬운 리더스나 그림책, (J1-2, 리딩레벨 1.0~)
발전과정은 적응과정에 적합한 쉬운 책 1000권 읽기 + 스토리북이나 글밥 많은 그림책, 쉬운 챕터북, 그림 사전 활용, (J3-4, 리딩레벨 2.0~)
심화과정은 영상물 흘려듣기에 제한이 없어지고 영어 소설에 입문해도 될 때라 효율적으로 어휘를 늘리고 문법을 정리할 수 있는 학습서도 추천되는 때이고 말하기와 듣기가 저절로 되며, (J5-7, 리딩레벨 3.0~)
고수과정은 원어민 기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독해력+청취력을 가진 때랍니다. [잠수네...] 기준에 의하면 토플이 SAT보다 훨씬 쉽다고 되어 있네요. 렉사일 지표로는 토플이 최고 위치에 있는 시험이었는데 말입니다. 토플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튼 고수과정에서는 이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어도 되며 토플이나 SAT 시험 대비도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이슬이는 읽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지금 레벨을 잠수네로 평가하자면,
집중듣기는 적응과정에 해당하고
흘려듣기는 심화과정에 와 있습니다.
제가 요즘 하고 있는 리더스 짚어 읽기는,
발전과정에 있는, 엄마가 옆에서 짚어 주면서 하는 쉬운 책 1000권 집중듣기였습니다.
곧 이슬이는 세 단계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상태인 것이죠. 이 갭을 어찌할 것입니까. 철푸덕~
어제 또 캡빵 멋지게 제작된 [Animated Tales of the World 애니메이션 세계전래동화 (교원에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집이 있습니다. 몇 권 보고 나서 세계 문화 들어갈 때 다 읽어봐야지~ 했던 건데)] DVD를 빌려다가 같이 봤는데, 엄마는 문화적인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 멋진 화면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 솔직히 소리는 거의 안 들립니다. ^^;; 1000L 이상인 것도 있는 듯 - 이슬이는 옆에서 무섭다고 징징징~~ 구슬이도 덩달아 무서워~ 무서워~ 합니다. 흑-
이를 어찌합니까. 아이가 영어를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 들이기 시작하면, 이제사 앞으로는 아무 걱정 없이 같이 재미있어 보이는 거 보고 들으면 되겠구나 생각했던 것이 너무 이른 낙관이었던 것이죠. 육아는 기다림이듯, 육아와 같이 시작한 영어에도 기다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고민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잠수네...]와는 상관 없이 ^^ 잠수할 때가 왔나 봅니다. 아이 영어에 몰입했던 2년 반, 수능이다 공인 성적이다 뭐다 해서 차곡 차곡 주위에서 요구하는 대로 15년간 쌓아온 엄마의 영어 창고가 이제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따라잡힐 줄은 몰랐네요. 쳇- 이런 제 불안감을 머리는 알고 있었던 것인지 요 며칠, 먹은 것 게워내듯 글을 써 대서 게시판이 좀 어지러웠죠? 유서 남기는 심정이 이런 걸까요? 여기가 내 한계다. 더는 못가겠다. 내는 이래 살았노라. 깩- ^^;;
앞으로 1년여는 아이 영어가 아닌 엄마 영어를 좀 해 보려 합니다. 저의 경우는 [잠수네...]에 따르면 흘려 듣기는 심화, 읽기는 고수 과정이더이다. 아이들 대상으로 추천되는 미국산 애니메이션을 사실 저는 거의 보지 않았답니다. 같이 보면 분명히 저는 안 들릴 게 뻔하지요. 편향된 공부 방식 때문에 구멍이 있는 것입니다. 서둘러 들이대봐야 울 아들놈 어차피 무섭다고 안 볼 게 뻔하고... 언젠가 개봉해 줄 날을 기다리며 앞으로 일 년은 저도 [잠수네...]의 방식으로 심화과정 트레이닝을 좀 해야겠습니다. 밤에 영화도 영자막 켜 놓고 몰래 보고, 어휘서도 좀 보고, 책도 소설이라곤 키다리 아저씨밖에 읽은 게 없었는데 좀 읽어 보고...
일년이 지나서 이슬이가 8살이 되면, 너 일본어 시작하고 싶으면 엄마가 포뇨 (하야오 신작) 보여주마, 대신 먼저 대본 읽어 보고 나서... 하고 약속했답니다. 내년 봄은 올까요? ^^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 때까지 모두 모두 즐영하시고, 부디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라 가더라도 스스로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마시기 바라며 어느 순간이라도 옆에 있는 사람을 버팀목 삼아 힘차게 전진하시길 희망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맘님들, 모두 사랑해요.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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