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6학년 아들 녀석이 들떠 있었어요.
담임 선생님과 오늘 아침에 산책을 하기로 했다면서,
제발 비가 오지 않아야 된다고 날씨예보도 수시로 확인하더라구요.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는 너무 기대된다며 신나게 학교에 갔습니다. ^^
담임선생님은 남자선생님이에요.
젊은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수업도 굉장히 흥미롭게 진행하시는 듯 해요.
영화의 영상을 편집해서 지루하고 어려운 수학 시간에 스토리텔링으로 아이들에게 문제나 미션을 주고 아이들은 미션을 풀면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방식을 도입한다거나...
수업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른 과목들도 개별 게임이나 조별 리그를 마련한다든지...
제 아이는 6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찬사를 보냈지요.
당연히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고 신뢰하게 되고...
그런 선생님께서
2학기를 맞아, 매일 한 명씩 아침 산책을 하자고 제안하셨데요.
운동장을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자고, 번호순으로 할테니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있으면 이번에 해보자고....아이들은 저마다 쑥쓰럽기도 하고 할 얘기도 없다면서 뒤로 뺐는데, 막상 시작하니 그래도 군소리 없이 운동장에서 선생님을 만나러 나간다고 하네요.
아침에 운동장 벤치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기다리신데요. 아이가 나오면 천천히 나란히 둘이서 걸으면서 한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나봐요.
제 아이는 그 시간을 너무 기다렸어요. 특별히 할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친구들 이야기, 동생 이야기,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이야기, 여자친구는 있는지, 학교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친구는 있는지, 요새 어떤 TV프로그램을 즐겨보는지...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저는 사실....선생님께 큰 감동을 받았어요.
아침 등교 시간에 서둘러 학교에 오셔서,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도 많으실텐데
졸업을 앞둔 중요한 이 시기에 아이들을 한번 더 챙겨주시겠다고
아침시간을 아이들에게 할애하려고 하신 부분도 너무 감사했고.
무엇보다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는 것도 따뜻하고 감동적이었구요.
아이들 생각해주시는 선생님들은 어디나 많이 계시지만
작은 행동이지만 실제로 실천하려는 분들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집에 돌아온 아이는 오자마자 산책한 이야기부터 줄줄 풀어놓네요.
아이 얼굴이 행복해 보여요. ^^
선생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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