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제품을 살 때, 이걸 꼭 사야할까.. 싶어서 망설이게 되는 것 있잖아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사기엔 비싼 것..
결혼하고 부모님 도움 없이 오로지 우리 둘의 힘으로 코딱지 만한 투룸에서 시작했을 때,
욕조 없는 냉기 가득한 화장실도 행복했어요.
집도 작으니 진공청소기도 돌아다니기 민망하였지요.
그렇게 결혼 15년차.. 가전제품들은 하나 둘 수명을 다 해가고,
죽거나 병들어 나가는 것들이야 어쩔 수 없이 새로 산다 쳐도
없던 것을 사는 것은 아무래도 남편님의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알뜰한 당신인 울집 남편님은 오븐이 일반 가정집에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아요.
커피숍도 아닌데 캡슐커피가 가정집에 웬 말이냐, 믹스커피가 최고다! 라고 하지요.
맞벌이도 아니니 내 맘대로 뻥뻥 쓰기도 그렇고,
본인이 워낙 절약하여 저축하고 또 저축하는 사람이니, 당신은 쓰고 왜 나는 못 써! 따질 수도 없고,,
그러다가 3년 전 청주로 이사 오면서 가스건조기를 확 질러버렸습니다.
나를 촌 아줌마로 만들었으니 이건 해 줘!!! 하면서요.
저의 삶은 가스건조기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빨래가 주렁주렁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보면 마음이 불편해요.
말랐는지 자꾸 가서 확인해보고, 예쁘지도 않은 것들이 창가를 가득 가리고 있으면 화가 나요.
햇빛은 내껀데...
그런데 건조기가 온 이후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겨울이나, 장마에도 언제나 뽀송뽀송한 수건에 빠싹 마른 속옷을 입을 수 있다지요.
한 시간 반이면 빨래 시작. 빨래 개기 끝!! 이라서 행복해요.
제가 엄마표 영어 수업을 하나 하고 있는 게 있어서 고거 쌈짓돈도 좀 있고, 이번에 일을 맡은 게 있어서 선수금 받은 것도 있고 해서 남편 몰래 식기세척기를 또 저질렀어요.
마트 간 사이 퇴근한 남편이 뜨악해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내 돈으로 산 거거든!!!
저는 설거지 하는 시간이 젤로 싫어요.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분은 아파트 옵션으로 식세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하세요.
그냥 후딱 하면 되지.. 하면서.. 그런데 저는 그 후딱이, 그 20-30분이 너무나 아까워요..
식기세척기가 온 이후 저의 삶은 또 한번 변화했어요.
저녁을 먹고 우아하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아이들 공부를 봐주지요.
그러다 엊그저께 접이식 의자에 고양이 자세로 올라앉다가( 제 버릇입니당..) 고만 뒤로 자빠지고 말았어요. 머리 안 깨지게 하려고 발가락에 어찌나 힘들 주었던지 넘어가면서 왼쪽 검지 발가락이 접질러진 채로 똑 부러지고 말았지요.
반깁스를 하고,, 상황이 나빠지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퇴근하고 집안 일을 하는 남편...
이 참에 큰 소리 쳤어요.
내가 식기세척기 사기 잘했지? 안 그랬음 자기가 다 했어야 했잖아!
내가 건조기 사기 잘했지? 지가 다 말려주잖아!
내가 전동 물걸레 사기 잘했지?? 돌려봐봐. 힘 하나도 안 들지??
자기 안 힘든 거 다 내 덕인 줄 알어~~!!!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기 귀찮을 남편님..
이참에 음식물 건조기나 분쇄기를 확 질러버릴까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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