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거실에 앉아 책을 봅니다.
좋은 노래가 있는데 이때다!싶습니다.
팝송 좀 들어주면 좋으련만 저만큼의 흥미는 없군요.
바로 옆의 책장에 어제밤 따듯하게 잘자라고 놔둔 끈끈이주걱이 생각납니다.
그녀석에게 노래를 틀어주는 거라면 아이가 시끄럽다 했을 때 핑계가 되겠다! 라는
간사한 생각으로 책장에 쏘옥!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식물에 음악들려주려는 거구나."
뿔사, 들켜버린 내 마음은 두근두근했지만, 하지 않아도 될 변명에 대한 안도감과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씁쓸함과 그래도 잘됬다라는 다행을 품고 "오~잘 아는데!"
해주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그아이 지금 총총히 사라지네요.
참, 끈끈이주걱은 열대식물입니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데....
그럼...따듯한 곳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겨울이 되니 이미 나있던 이파리들이 다 스러지고 새싹이 날락말락합니다.
원래 끈끈이가 그렇긴 한데, 이번엔 새잎이 나는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이러면 광합성이 안되서 곧 죽고 말 것 입니다.
하여 밤마다 따듯한 거실의 책장에 간지 어언 삼일.
저는 본의 아니게 끈끈이주걱에도 흘려듣기 시켜주는 엄마가 되었어요.
얘도 3년만 들려주면 영어 잘할라나요?
우선 얘는 살리고 봐야지요.
영어가 급한게 아니에요.
올봄에도 이녀석의 꽃을 보고싶습니다.
홀로 기린마냥 올라선 줄기끝에 매달린, 도라지꽃같은 총총히 매달린 그 녀석들을.
그러다 건강해지면, 흘려듣기 시켜야지요.
암, 암. 시켜야지요. ㅋㅋ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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