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를 낳고도 일을 했었고
작은 애를 낳고도 얼마간 일을 했지요.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지금.. 4-5년 정도 되었을라나요..
제가 일한 곳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곳이었지요.
큰 애 가져 만삭일 때 한달에 제 환자를 세 명이나 저세상으로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임산부라고 오늘 죽겠구나 싶은 사람은 담당환자로 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네,,,
저 제일 큰 병원 중환자실에서만 8년 일했습니다.
피 토하는 사람. 수술 부위 닫지도 않고 창자 다 보이게 누워 있는 사람. 머리뼈 잘라내 움푹 들어간 사람. 거품 물며 경련하는 사람등등 수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피똥 치우자마자 허겁지겁 빵 한조각 물고 다시 가래 뽑아내던 일상의 나날들... 알람이란 알람에는 일초가 길다 하며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던 긴장의 순간들.
조금만 실수해도 사람 목숨 왔다간다 하여 늑장 부릴 수 없었고 가차없이 혼이 나고 혼도 내고 그랬습니다.
그 때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일하며 돈 버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
헌데 직장을 그만 두고 나서 애를 키우면서는 제 삶이 우아함 그 차체입니다.
일단 내가 귀찮아 밥을 건너뛸 때는 있어도 손 떨릴 때 까지 일하느라 바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말 안 듣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뇌수술 받아 말도 안 통하고 정신 없는 환자 보다 낫고
가끔 아이들이 아파서 몇 날 밤을 조금 설치더라도 항상 3교대로 밤이건 낮이건 구분 없이 일 했던 거 생각하면 그 정도야 애교지요.
때때로 이상한 동네 아줌마나 학부모를 만나더라도
괴상하고 억지스러웠던 보호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요.
아이들 사교육 안 시킨다고 영어책 보고 수학책 보고 공부하는 거 전혀 힘든 일 아닙니다.
도서관 다니며 책 찾아보는 거은 기쁨이지요.ㅎㅎ
이전에 수석한 사람이 쓴 책 이름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였던가요..
그 사람도 정말 힘들게 일하면서 공부했던 사람이잖아요
저도 지금 일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아껴살며 아이들 사교육비 줄이면서 아이들 정서상 도움이 되는 전업주부 인 것이 제일 편합니다.
물론 아주 눌러앉을 생각도 아니고 꼭 간호사의 길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끈임없이 구상하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겠지만
혹여나 아이 키우는 일에 올인하면서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세요.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정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지만
또한 아주 편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어제 영어책 두 권 안 읽고 하루종일 놀았으니 오늘 네 권 읽으라고 했더니
투덜투덜 댑니다. 이걸 아이와 씨름한다고 어렵게 생각하면 인생이 참 고달파 지지요.
이 정도는 씨름 축에도 안 낍니다. 밖으로 나가 직장으로 가면 내 선에서 해결 되지 않고 변명도 안 통하고 억울해지는 상황도 비굴해지는 상황도 많잖아요.
조금 쉬운 책도 한 권으로 쳐 줄테니 약속한 대로 읽어라.. 하고 마무리 했지요.
아마 내일 부터는 미루려고 하지 않겠지요. 미루면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감당하기 힘들어 질테니까요..
아이들 목욕하라고 탕 속에 넣어넣고 엄마는 오늘도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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