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니비님...
제가 글을 올린 시기가 좀 미묘했군요.. 아래에 하니비님이 올리신 글과 좀 상충되는 내용을 올린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대 애들하고 메일을 주고 받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고, 이 글을 정리해 둔 건 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이 글을 올려도 될까, 혹은 이게 요즘에도 적용 가능한지 고민을 좀 했었구요. 어저께 술을 먹고 들어와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 기운에 글을 올린 것입니다.
하니비님이 쓰신 글을 읽고 올린 것은 아닙니다. 답변 다신 글들을 보고서야 무슨 사연이 있나 하고 아래의 글들을 읽다 보니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크랩하신 그 기사들은 저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먼저 고등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많이 낮다는 스크랩의 경우엔, 이게 원래부터 있던 현상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원래 고등학교 수학이 그런 거구나 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수포자를 줄이려고 20년 넘게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봤는데도 해결은 안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수포자가 줄어다거나 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없는데, 선행학습이 뛰어난 솔루션이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번째 사걱세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일면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수학은 범위가 너무 방대하죠.. 고등학생이 맘먹고 공부한다고 마스터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닙니다.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대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을 원해서 그런 문제를 내는 건 아닐 겁니다. 오히려 수학을 얼마나 깊이 있게 공부했느냐를 보기 위해서 그런 문제를 내는 걸 거라고 믿습니다.
서울공대의 젊은 교수 한분에게 수리논술 문제를 내고 채점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새 서울대는 논술 시험에서 학생이 일정 시간 문제 풀이를 한 다음에 그걸 교수 앞에서 설명하며 풀도록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당시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교수가 약간씩 힌트를 줍니다. 그러면 학생이 그걸 받아들여서 문제 풀이를 합니다. 그러면 교수들은 그 문제에 접근해 가는 과정 이런 것을 보고 채점을 합니다. 교수가 보고 싶은 건 아이들의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대학 수학을 공부했느냐를 보고 싶은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어느 강연 동영상을 보니 조남호씨도 고등수학을 깊이 공부하는 게 수리논술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는 작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사걱세에서 대학 논술에 대해 대학 수준의 문제를 낸다고 비판을 가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서울 공대 수리 논술 문제가 많이 쉬웠답니다. 제가 아는 분의 자녀가 우리 나라의 대표 특목고를 나왔는데, 어려운 문제엔 자신 있는데, 너무 쉬운 수준의 문제가 나와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난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언론에는 서울대도 대학 수학 수준의 문제를 냈다고 비판을 받았더군요..
수능이 너무 쉬워 대학 수업을 이해할 수 있고 대학원에서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식의 대입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교수들이 원하는 학생상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고 혼자 문제를 찾아내서 논리적인 접근 방법으로 잘 해결해 낼 수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대학원 애들에게 상당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질문들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글들에서 보이는 이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과정 거의 전체를 선행해 놓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에 들 수 없다."
너무 결정론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미 고등학생이 된 친구들, 그런데 수학 선행을 많이 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냥 수학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고등학교 수학에서 공부할 양이 중학교의 몇 배가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모두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학년 때 3학년 수학과정까지 모두 마치므로 특히 이과는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고등 수학 선행은 필수다." 이건 우리 때도 완전 똑 같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우리 때 비해서 고등 수학에서 배우는 양이 줄었다고도 합니다. 선행학습으로 수포자는 줄지 않았습니다. 상위권의 문제 해결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선행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제대로된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니비님께서도 아이와 눈물 흘려가면서 수학 공부하셨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도 하려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앞에서 제가 언급한 것과 같이 너무 확정적인 말로 예단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죽이는 말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위에서 메일을 주고 받은 아이들은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생각들인 것 같지 않나요?
글을 쓰다보니 평소 생각이 좀 격하게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맘이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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