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을 놀리느라 우리들이 "미씨박"이라 불렀어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10년 혼자 지내셨는데 아흔셋.
깔끔하고 베풀기 좋아해 경비아저씨와 청소아줌마들한테 인기짱.
조카들한테 좋은 이모, 고모요, 작은어머님이셨지요.
형편 어려운 조카들 자주 도우셨대서 명절이면 그들 인사 받는 재미가 크셨죠.
저는 막내에다 할말 다 하는 깍쟁이라 아예 내놓은 며느리.
한 마디하면 열 마디 잔소리한다고 "저건 시엄마가 무섭지도 않은가벼."
그 미씨박의 지갑 속에는 나달나달해져 건드리면 낙엽처럼 부서질
남편 사진 붙은 경로우대증이 들어있네요.
비상금이라고 십수 년 전 넣어놓은 구권 만원 한장 천원 한장.
내가 비상 전번으로 써놓은 시누이 전화번호. 019-0000-0000

제가 직장생활할 때 높은 구두 신는 걸 무척 싫어하셨어요.
그걸 신고 서울 부산 오다닌다고. 가난한 집에 시집 와 저러고 돌아다닌다고.
남편하고 싸운 뒤 흉 보면 "그건 백번 애비 잘못이다. 내가 그런 눔을 왜 낳지..."
기가 막힌 전략가죠. 제가 더 이상 불평 못하죠. "진짜 엄마 맞어?"
평생 칠순, 팔순, 구순 잔치 단 한번도 안했습니다.
명언이 있어요. "왜 내가 늙은 것으로 사람을 귀찮게 하느냐."
노인정 가신다고 옷 다입고 준비하는 거 시누님이 보고 나왔는데,
점심 차려드린다고 집에 들어갔는데 목욕탕에 쓰러져 계셨다네요.
그렇게 황망히 작별 인사 없이 가셨습니다. 아흔셋.
최근까지도 받던 용돈 줄이 끊겼어요. 제 용돈줄이요.
아흔셋 시어머님한테 용돈 받던 막내며느리 장례식 며칠 동안 절규했어요.
흔치않게 긴밀했던 우리 고부의 끈을 그 양반이 놨네요.
모든 절차 마치고 산소 한번 더 들렸다 오는데
까치 두 마리 주차장 따라 내려오더니 그 중 한마리는
차 가까운 나무에 내려 앉아 까악 까악~
우리가 한참 있을동안 기다렸다 차 출발하니 날아갑디다.
소설에만 그런 일이 있는 게 아니네요.
"엄마, 다음 생애에도 또 내 엄마 해줘." 남편의 마지막 인사입니다.
어머니 다음 생애에 내가 또 며느리 해줄 테니 저 아들 보다 훨씬 멋지게 낳아쥬~
굿바이 미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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