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지인 중에 영어를 제법 잘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온 덕분에 어휘도 좋고 영어 전반에 걸쳐 실력이 좋은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원하는 시험 성적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고민 고민 끝에
아이 엄마가 집에서 직접 한번 가르쳐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가 영어를 아주 잘하겠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그분은 능통한 영어 실력을 갖고 계시는 분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아이가 영어 문제를 풀고 어려웠던 문제를 추려내고
이 글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 혹은 요약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한글 해석지를 들고 아이가 놓친 정확한 의미를 해석해줍니다.
이 글은 이런 내용이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런 것이라고 말이죠.
이런 학습법으로 몇 달 했더니 수월하게 원하던 성적이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20년간 영어 학원 강사이자 원장으로서
오랜 시간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한가지 있다면
영어 학습 초기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길트임' 정도의 기초 지식만 엄마가 길러준다면
3월, 4월 고3 모의고사 두 번을 치르고 수능 6개월을 남겨 둔 꽃피고 따뜻한 봄날에
깊은 한숨을 쉬며 학원 문을 두드리는 엄마들이 더 이상은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말도 잘하지 못하는 나이 때부터 방대한 양의 영어를 무작정 많이 듣게 한다거나
그냥 계속 레벨만 높여가며 책만 읽힌다거나
아니면 영어를 배울 적절한 시기를 모두 놓치고
시험 점수가 급급해질 때가 되어서야 학원을 찾는 아이들이 바로 후자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방식의 교육은 올바른 영어 학습법이 아닙니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느냐? '
라고 반문하시는 어머니들도 분명 계십니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엄마표 영어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아이와 엄마의 환경에 맞는
제대로된 교육법을 고르셔야 합니다.
다른 아이가 이렇게 해서 영어를 줄줄 말한다더라, 옆집 아이가 이렇게 해서 영어를 줄줄 읽는다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에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영어의 뼈대는 '문법'입니다.
거듭 강조드리지만 영어의 바탕이자 기본기는 바로 '문법'입니다.
(학원에서도 강조할 부분은 꼭 이렇게 두번씩 반복합니다...)
대부분 어머님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지만 영어에서 가장 기피하는 요소가 문법입니다.
심지어 일부 어머니는 문법은 옛날에야 쓰던 거지, 지금 문법이란 걸 공부할 필요가 있나?라고도 하십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문법을 소홀하게 대했을 때 얻게 될 큰 손실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다루도록 하고 일단은 영어에서 문법이 빠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사례로 대신하겠습니다.
몇 년 전, 한 어머님이 학생을 데리고 학원을 방문하셨습니다.
중간고사 성적이 나온 시점이었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중간고사를 망쳤다는 것을.
아이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태국에 3년 반이나 살다 왔다고 했습니다.
한창 언어가 성장하기 시작할 무렵인 초등학교 4학년에 가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중학생이 되어 돌아왔지요.
심지어 방학 동안에도 영어로 진행되는 각종 현지 캠프를 꾸준히 다녔습니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니 억양도 좋고 리딩 실력도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학생 엄마가 들고 온 성적표 속 숫자는 처참했습니다.
왜일까요?
리딩, 스피킹 등 언어를 익히는 데 필요한 것들이 준비가 되어 있어도
문법이라는 뼈대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학생은 학원 등록 후 약간의 문법 수업 만으로 다음 기말 시험에서 90점을, 한 번 더 방학을 거치고 그 다음 시험들은 100점을 맞거나 하나 틀리는 수준의 영어 고수가 되었습니다.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 영어 교육에 쏟아붓고 잇는 혹은 앞으로 쏟아부어야 할 많은 비용을 줄이면서 내 아이가 탄탄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영어는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달린, 좀 더 밝은 미래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하나의 단단한 무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