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쑥쑥에서 ‘유치원에 간 엄마’랑 ‘도서관에 간 엄마’라는 글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오늘은 저도 ‘학교에 간 엄마’를 한번 써보려구요.
유아영어 게시판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가게 될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면, 지금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목표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쑥쑥유아를 졸업하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딸 학교에서, 저는 일주일에 두 번
영어명예교사로 영어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돕고 있답니다. 1학년, 6학년 각각 두시간씩 하는 수업인데요
저 말고도 저희 학교에는 영어도우미 엄마가 굉장히 많이 계세요. 보통 두 엄마가 영어선생님 한 분을 돕지요. 영어시간엔 액티비티도 많고 해서 선생님 혼자 한 반을 다 가르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사실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 영어 시간에 어떻게 하는지, 공개수업 이외에는 직접 볼 기회가 없잖아요.
공개수업은 사실 평소 모습과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영어도우미로 직접 아이들
평소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랍니다. 처음에는 우리아이 학교생활이 궁금해서
시작한건데, 점점 하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특히 이런 건 다른 엄마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많이 있었구요.
우선 각 학년별로 특징이 강하더군요.. 1, 2학년은 아직 의욕에 가득 차 있고 아직 아기티가 좀 남아있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특히 아직은 엄마의 입김(?)이 많이 작용해서, 열심인 엄마의 아이들은 딱 티가 납니다. 하지만 아직 자기가 뭘 하는 지 잘 모르고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는 경우가 많지요.
3, 4학년은 이제 정말 의젓해지면서 잘 하려는 의욕은 아직 남아있고 능력도 좀 받쳐주기 시작해서
가장 똘똘하고 열심입니다.
5,6학년은 거의 엄마의 손을 벗어나서 이제 자신의 의지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의욕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로 딱 갈라집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게 놀라웠던 것은 6학년들의 지친 모습이었어요. 1학년 아이들에게 “영어 좋아하는 사람~”하면 거의 다 손을 들어요. 근데 6학년에 가서 물어보면 반은 영어가 싫다고 하고 그 중 반은 거의 병적인
거부증세를 보이더군요. 영어라면 아예 귀와 입을 막기로 결심해버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이유는 딱 한가지 영어에 너무 질려버린 거지요. 영어선생님도 ‘학습 부진아’란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의욕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고, 이런 아이들이 가장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또 요즘 아이들의 특징은 선생님이 뭐만 하려고 하면 “그거 학원에서 해봤어요. 나 알아요!”하면서
소리를 막 지르는 거예요. 사실 시켜보면 그 내용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도, 이것저것 해본 건 너무 많다보니 신기해하는 게 없어요. 게다가 안 해본 아이들도 해본 아이들 때문에 김이 빠져 버리지요. 선생님은 우선
해봤다고 떠드는 아이들 기를 죽이기 위해 많이 어려운 문제를 내게 되는데요, 학원 안 다닌 아이들은
덩달아 그런 문제를 보고 아예 겁을 먹어 버리더군요…
또다른 특징은 손에 종이(워크시트)가 없으면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집중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도 수업을 해보니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워크시트를 주고 풀게 하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거나 하면 최소한의 워크시트는 활용하게 돼요. 저희가 그럴 정도이니
학원에서도 워크시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더군요. 아이들 조용히 시키기 쉽지, 게다가 집에
가져가면 엄마들은 오늘 공부 했구나 눈에 보이니 좋아하지,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요. 잘은 몰라도
수업 편하게 하려는 선생님일수록 워크시트가 많을 꺼예요. 워크시트가 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아이들은 쓰고 읽으면서 하는 영어공부에 익숙해져서 점점 문제 푸는데에만
익숙해지는 게 문제지요. 아직 입을 움직이고 귀를 훈련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인데 훨씬 후에 익혀도
좋을 문제풀이 영어에만 익숙해지고 그게 영어공부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그리고 입버릇처럼 “나 영어 못해요”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직 잘한다 못한다 하기에도 이른 나이인데
벌써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싶더군요. 자신의 입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면 정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믿는 저로써는 1학년 아이들의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주로 영어공부가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는 것이 많다보니, 아이들에게 ‘영어는 뭔가 어려운 것이고 나는 영어를 못한다’는 느낌을
준 것 같아요.
제가 외국인들과 일하면서 느끼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실력에 상관없이 외국인들만 만나면 하는 말이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나면 어려운 질문도 안할 것 같고 마음의 부담이 좀 덜어져서 그렇겠지요. 하지만, 사실은 외국 사람들이 듣기에는 ‘지금 그 말도 영어로 하고 있으면서
왜 영어를 못한다고 할까? 또 왜 자기 입으로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까’하고 의아해하고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꽤 하는 사람도 그런 말을 잘 하거든요.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이제 아닌데… 요즘엔 국내든 국외든 영어를 못해도 잘한다고 하고 하는데까지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고 좋은 느낌이니까요.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강 서로의 수준을 알게 되는데 해보기도 전에 나는 못한다고 말해버리는 것은 본인에게나 상대방에게나 대화의 의욕을 사라지게
하는 일일 뿐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벌써 8살 아이들에게서도 보이는 것은 우리의 유아영어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조금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바로 포기해버리는 아이들도 많아요. 제 경험으로는 영어공부를 단어
외우기 중심으로 공부하면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무슨 말을 하다가 필요해서 단어를 익히는 것과
하려는 말도 없이 무조건 단어 중심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거든요. 단어를
중심으로, 모르는 단어가 없게 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다보면 ‘단어 결벽증’에 걸리게 되고,
당연히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늘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말을 하다보면 모르는 말이 나와도 아는 것을
가지고 추측해보려는 생각 없이 바로 포기해버린답니다. 어학연수를 가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지적
받는 점도 이것인데, 우리 나라 성인들의 고질병들이 어쩌면 이렇게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그런 증상들이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는 환경에있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어떤 방법과 태도로 영어를 배웠는지에 따라 그 문제점들은 불행하게도 ‘그대로 학습되고 계승 발전(?)’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요- 지금 아이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 쑥쑥 엄마들이,
우리 아이가 ‘6학년때 다른 아이보다 몇 단어를 더 외우고 있는 아이가 되는가’를 목표로 하기보다
‘우리아이가 6학년때 어떤 그룹에 속해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며 방향을 잡자는 거예요.
영어를 좋아하는 그룹, 영어를 싫어하는 그룹, 영어라면 치를 떠는 그룹… 그야말로 본격적이고
조금은 어려운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될 중학교를 앞두고 있는 그 나이에 어떤 그룹에 속해있는지야말로
아이의 일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무조건 전 영어 못해요 하는 아이, 이것저것 해본 것만 많아서 궁금한 게 없고 지친 아이, 모르는 단어
하나만 나와도 더 이상 듣기를 포기해버리는 아이,,, 우리 쑥쑥에는 그런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영어수업시간에 수줍고 기죽어 있던 아이들도 제가 자꾸만 꼬셔서 영어 한마디 하게 하면 해보고
재밌어서 웃거든요... 그 웃음을 보면 이 아이가 아직 영어가 싫지 않고 가능성이 많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아직 가능성이 무한한 나이... 그래서 유아 영어가 가르치기 재미도 있고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아이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려는 엄마들은, 부담스런 마음에 무조건 문법책부터 붙잡고
복습부터 하는 것보다, 우선 엄마 스스로가 영어에 대한 이런 증상들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증상이 있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영어를 즐기면서 엄마도 아이도 함께
그 반대 방향, 즉 '행복하고 만만한 영어'의 방향으로 가려는 마음을 다지고 시작하는게 중요하다는 거죠.
엄마도 아이도 즐길 수 있는 영어공부가 성공한다 - 멋진 쑥쑥맘들이 보여주는 결론 아닌가요?
쑥쑥맘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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