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유치원을 둘러싼 엄마들의 고민을 보아도 그렇고,
아이 영어공부를 해나가다보면 가끔
엄마들끼리 흔히들 하는 말처럼
“영어는 역시 돈으로 해결된다”가 정답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 있지 않나요?
그 말이 참 사람을 힘빠지게 하지요?
솔직히 어느 정도는 그게 사실일수도 있지요… 다른 과목과 달리 영어는 언어이다보니,
외국사람 만나게 하고 외국보내고 하면 익숙해지고, 그게 남들보다 유리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수많은 영어고수를 만나고 영어로 밥벌이 해온 제 경험을 돌아보면
또 반대로 참 돈으로도 해결 안되는 것이 영어이기도 하답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때 미국에 어학연수를 1년 다녀왔는데요 (그러니 저도 돈으로 영어 해결한 거 아니냐고요? 워~워~ 좀 더 참고 제 얘기 들어보세요.)
저와 어학연수 학교 기숙사를 같이 쓴 한국언니가 있었어요.
같은 과정을 3년째 듣고 있더군요.
우선 본인이 원해서 온 게 아니라 부모님이 보내서 온 것이다 보니
자신이 여기 왜 와 있는지를 모르구요
그러다보니 모든 것이 지루하고 불편하고…
너무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밤마다 한국 친구들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서
여기는 백화점도 없고 극장도 없고 너무 싫다…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이 갑자기 심하게 늘어서
못 입는 옷이 가득한 옷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부모님 경제력이 상당한가 보더라구요. 우리 방에는 세계 여러나라에서온 다른 외국 학생들은
꿈도 못꾸는 물건들이 많았답니다. 티비에 비디오에 자가용에…
특히, 워낙 학교빼곤 아무것도 없는 지역이다보니 마트 한 번 가기가힘들어서,
차가 있는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학교에 와 있는 한국 학생들중 상당수가 항상 우리방에 모여서
미국에선 비싸서 못먹는 김치로 볶음밥 파티를 하고(!)
한국에서 바로바로 공수한 한국최신가요 음악을 틀어놓고 있거나
다함께 시내에 있는 대형몰로 쇼핑을 다니곤 하더라구요.
제 자랑이지만(!) 저는 좀 무리해서 어렵게 간 어학연수이다보니
너무나 의욕이 넘치고 일분일초가 아까와서
무지막지하게 세운 계획이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한국말을 한마디도하지 않겠다!” 였거든요.
그리고 사실 그 자신과의 약속을 좀 무식할 정도로 지켰답니다.
한국 학생들과 단둘이 있을 때까지도 한국말을 안하고 영어를 해서
생전처음 ‘왕따’를 제대로당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했지요.
저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좀 재수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지만
전 정말 시간이 너무 아깝고
한국말을 하면 겨우 늘려고 하는 영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괴로와도 그냥 밀어붙인 거랍니다.
사실 저도 지금 또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영어회화는 전혀 못하던 평범한 학생이 일년만에 영어특기생이 되고
지금까지 영어로 밥벌이 하고 있으니, 좀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만한 결과는 충분히 얻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그 한국언니 첨 만나서 “Nice to meet you!”하니까
막 화를 내면서 한국말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영어 배우러 왔으니 영어로 해보면 안될까요…’ 했다가
완전 찍혔지요. 그 언니랑 친한 한국학생들에게도 자동으로 찍히고…
그래도 철판깔고 “Have a good day!”하고 지나가면 제뒤에서
“쟤 뭐래니, 발음도 별루네. 아유 재수없어”
이런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 거예요.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뒤통수가 따갑던지…
그런 일은 들장미 소녀 캔디나 당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 이후엔 차라리 그 언니랑 다른 한국 학생들을 피하고
외국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그 외국친구들과는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낸답니다.
물론 저도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한국음식이랑 한국노래도 그리울때가 있었어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 신경이 쓰여서 악몽을 꾼 적도 있을 정도였구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계속 제 식으로 해나가다보니
제 의도를 이해해주는 한국 학생들도 많이 만나고 같이 해보자는 친구들도 생기고,
하다못해 그 한국언니 조차도 나중에는 쟤는 원래 그런가보다…하면서 스스로 적응을 하는거예요!
나중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저는 그냥 영어로 하고 언니는 한국말로 대답하고…
한국에 오기 직전에 언니랑 밤새 꽤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답니다.
정말 힘들다고… 그런데 이제 부모님이 한국에 있는 그 언니의 친언니도 그 학교로 보낸다더군요.
그 언니가 얄밉다거나 못나보인다기 보다는 정말 불쌍하더라구요.
우선은 자신이 영어를 공부하겠다는 흥미도 의지도 없으니
그 언니 자신도 괴롭고
영어는 당연히 안 늘고
같은 과정은 계속 들어야 하고 언제 수료가 될 지 모르고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니 불안하고 우울하고…
‘어학연수’라는 경험도사실 굉장한 특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혹시 마음을 상하시는 맘들이 계실까 걱정도 좀 되었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학연수를 꼭 다녀와야 영어가 된다”는 게 아니예요.
아무리 부모가 희생하고 기회를 만들어 주어도
자신의 의지나 흥미가 없다면
아이에게조차 정말 고역이 되는 것이 영어공부라는 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저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우리 아이들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에 보내고 이짐을 벗어버리고 싶다…생각하고
갑자기 이것저것 알아보곤 해요.
하지만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로 일해오면서 수많은 영어고수들을 만나 느낀 것들을 돌아보다보면
내 생활을 희생해서 한 번 보내보자는 결론이나
영어사교육을 반대하고 절대 엄마표만 고집하겠다는 결론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짐을 벗겠다”는 이유로 영어공부방법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또한번 도달하게 된답니다.
엄마들의 기대와는 달리 애석하게도…
어떤 방법을 택하든 엄마가 해주어야 할 부분은 상당부분 그대로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예요.
조금은 힘들지만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생기게 도와주는 일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 - 영어 때문에 웃고 엄마랑 장난치고
영어 때문에 나름 우쭐했던 기억들을 만들어 주는 일
그래서 부모나 아이 본인의 능력으로 가능한 한도내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란 기회는
모두 100 퍼센트 이상 쏠쏠히 활용해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인생에 한 번 정도는 왕따를 당할 만큼 남다르게 열정을 불태우고
그것을 기회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아이로 만드는 일.
엄마표 학원표 어떤 방법을 택하든 어떤 학원, 유치원, 선생님을 택하든
엄마가 가장 잘 해 줄 수 있는 이런 일들은 오롯히 남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영어고수들, 특히 영어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영어를 잘 활용하는 고수들을 보면
영어를 배운 방법들은 다 천차만별이어도
영어와 인생에 대한 열정들은 공통적으로 가진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게 우리 엄마들에게 짐이 되는 동시에 희망이 되는 진실이겠지요.
남들과 같은 길, 남들이 부러워하는 방법만 바라보기 보단
남들과 다른 차원의 열정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되도록,
쑥쑥맘들 우리 이제 고민 그만하고 파이팅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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