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회화는 상황과 맞물려 진행된다.
상황이 선행되고 다음에 그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뒤따르게 되는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하게 되니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떤 표현은 영어가 국어보다 훨씬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오는 우리말은 영락 없이 '번역체'가 된다.
물론 우리말 자극이 쉬지 않고 들어간다면 상쇄가 되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국어는 영어를 하기 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영어 자극만 계속 반복되면
어느새 적절한 국어 표현은 잊혀지게 된다. 유아기에 모국어 확립? 반절은 환상이다.
이제 학교 들어갈 건데 그게 뭔 대수일까 싶기도 하지만...
과연 지금 아이가 확립한 모국어가 이후의 삶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실하게 자리잡혀 있나 자문해본다.
회화 능력에는 대화의 기술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스토리텔링하고 다르게 회화는 상대방과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진행된다.
상황에 대한 이해, 상대에 대한 이해...
아무리 회화 수준이 좋다 한들 여긴 한국이고, 학창 시절의 인간 관계를 영어로 맺어가지 않는 이상
영어는 쓸 장소와 상황을 분별해야 한다.
말하자면 '경우를 알아야' 하는 것인데, 우리말로 따지자면 높임말을 사용하는 기술하고도 관련이 있다.
아이가 높임말을 잘 쓰던가?
'시' 선어말어미를 마스터했던가?
적절한 상황에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일 줄 알던가?
아니다. 아이가 할 줄 아는 높임말은 끝에 '요'를 붙이는 것뿐이다.
유아기에 회화를 잘 하기를 기대하려면 포기해야 할 뒷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영어로 표현되는 부분에 나오지 못하고 억눌려 있는 우리말 표현들이 점차 약해질 가능성,
영어 회화를 연마하다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한 우리말.
이런 것들이 나중에 아이의 사회 생활에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아이가 경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영어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 지금 쓰는 영어 표현들을 과연 나중에 커서도 쓸 수 있을지도 생각해본다.
아무리 유창해도 발상과 수준은 유아, 범위는 집이라는, '가정적인 언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나잇살 먹어서 엄마 아닌 사람한테도 want some water, have to go pee 할텐가?
생활회화에 무게를 강하게 두고 3년을 진행해 왔는데 슬슬 그 방식에 회의가 느껴진다.
물론 엄마의 스피킹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마저도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쓰지 않으면 도로 퇴보되니
회화는 아이가 알아들을 때까지만 하고 그 다음엔 좀더 책을 활용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회화는 초등학교 3학년 쯤에나 생길 회화 친구에게 떠 넘겨버리는 건데...
지금이라도 깨닫고 방향을 틀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두어달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국어의 위상 바로 잡기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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