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발에 박힌 티눈을 떼내느라 아침 저녁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긴 다리를 엄마한테 쭉 뻗어놓고 떼달라고 드러눕습니다.
굳은 살을 떼고 약을 바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제 오른손 엄지 손톱 밑에 큰 티눈이 있었어요.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한창 멋 부리고 요란 떨 때 있었습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꽤 크고 아팠고 검은 점도 같이 올라오면서
갈라지고 부스러지면 흉하기까지 했어요.
손톱깍기고 자르거나 약도 좀 바르거나 하면서 그냥 함께 살았네요.
학교에 흠모하던 써클 선배가 있었어요. 요즘은 동아리라고 하더군요.
미남인지라 나 뿐 아니라 써클 여학생의 관심을 온 몸에 받던 남자.
어느 날 그 선배와 밥을 먹었는데.
아마 내가 물을 건네줬거나 수저를 집어줬거나 했을 겁니다.
아, 그 남자가 내 티눈을 본 겁니다.
눈을 휘둥그레, 아주 흉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내 손가락을 잡으며,
"이게 뭐야? 아유, 빼 버려!"
밥을 무신 정신으로 퍼 먹었는지. 치부를 들킨 심정이랄까?
그날부터 저는 티눈 제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초강력 티눈테이프를 사다 붙이고 떼며, 불은 살을 잘라냈지요.
그게 생살과 맞다은 데까지 가면 피가 나기도 합니다.
반창고로 엄지를 꽁꽁 싸매고 다니기를 거의 한 달.
드디어 지겹던 티눈이 사라지고 고운 새살이 났습니다.
계기가 필요해요. 독한 마음 먹고 뭔가에 몰두해 성취하려면 말이죠.
흠모하던 선배의 한 마디 덕분에 집요하게 붙어있던 티눈을 싹 빼린 것처럼.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또 오늘 같으면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으면 목적도 못 이루죠.
우리집 티눈 단 녀석은 휘황찬란한 성적표도 달고 왔어요.
저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성적에 가슴이 벌렁벌렁했네요.
아주 이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제 아들놈한테
"아유, 넌 왜 그렇게 공부를 못하니?" 한 마디 해주면 정신이 번쩍 들텐데, 쩝...
그 녀석 계기가 필요한데.
참, 그 미남 선배는요.... 요즘도 동창 모임에서 가끔 보는데
이마 선을 시작으로 정수리를 향해 약 5센티 부분까지
그 찰랑찰랑 하던 머리카락이 없고요,
날렵하게 쭈욱 뻗었던 하체 시작 부분에 손잡이가 뺑 둘러앉아서
단추 사이 사이로 와이셔츠가 마름모로 입이 벌어집니다.
옆구리 살을 붙잡으며 "이게 뭐예요? 아유, 빼세요!" 한 마디 할까보다.
그래도 그 선배 다이어트에 계기는 못 줄겁니다.
왜냐? 그가 나를 티눈 만큼도 흠모하지 아니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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